사회복지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사회복지시설단체들은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노인, 장애인, 아동을 포함하는 전체 사회복지시설들의 통합이사회를 개최하고, 지난 14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을 포함한 25명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사회복지시설사수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사회복지시설통합이사회를 갖고 현애자의원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복지시설들의 대책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단체들은 현애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법률안은 현재 활동 중인 사회복지시설 전체의 사활을 위협하는 도전이라고 규정짓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 단체들은 개정 법률안이 입법 발의된 다음날인 지난 15일 시설직능단체장위원회 회의에서 비상대책을 논의한 후 ‘사회복지시설사수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 비상대책위원회는 김문동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이무승 회장, 한국아동복지연합회 황용규 회장, 한국정신요양협회 하정섭 회장, 한국사회복지관협회 구철수 회장, 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 부청하 공동대표 등이 위원을 맡아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일 회의를 주관한 김문동 회장은 “사회복지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아무 욕심없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만 주력해왔던 우리 모두가 예비범죄자로 감시받게 됐다”며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 우리 노력의 댓가로 국가는 우리에게 족쇄를 채우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일부 정치인들이 사회복지시설 일부의 문제를 마치 사회복지시설 전체가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인양 확대 해석해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며 “벌을 어기고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잘못이 사회복지시설 전체의 잘못으로 호도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복지시설 대표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대책방안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일임하기로 합의했다.

김문동 회장은 “우리 복지시설들의 작금의 시기를 방관만 한다면 우리는 평생 좌절과 자괴감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된 생각들을 나아가 일깨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무승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장도 “과거 복지부가 내놓았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는 이사중 1인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람 중 추천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번 현애자 의원에 입법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정수의 3분의 1이상을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3분의 1 이상이라는 것은 3분의 2, 3분의 3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현애자 의원의 개정안 내용을 지적했다.

또한 “현애자 의원은 복지재벌을 운운하며 개정안 내용에 복지시설 대표이사 본인과 가족의 재산, 재산의 변동사항을 공개토록 하고,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의 요건 중에 인권침해 규정을 첨가 했는데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복지시설을 강제하겠다는 정치적 간섭”이라고 개정안의 잘못된 내용을 지적하며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1700개 법인중 4~5개가 잘못된 것을 마치 전체의 잘못인양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1700여명의 공무원들 중 4~5명이 잘못됐다고 해서 공무원 전체의 잘못으로 호도할수 있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라고 정치인들을 꼬집었다.

현애자 의원이 입법 발의한 이번 법안은 복지시설의 비리를 차단하고, 가족 족벌체제화의 관행을 타파하자는 내용에 맞춰져 있다.

사회복시설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개정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 사회복지법인은 이사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선임할수 있도록 함.(그 이상의 선출도 가능하다는 우려)

△ 임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사회에서 선임토록 하며,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감사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각각 중임할수 있도록 함.(재임기간의 한정에 대해)

△ 운영위원회의 위원은 7인 이상 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 위원은 시설이용자 또는 시설이용자의 보호자 대표, 시설종사자 대표, 지역주민, 후원자 대표, 관계 공무원,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자, 시설운영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함.(시설종사자 대표, 공익단체 추천자라는 부분이 추가되어 지나친 간섭이 이루어질 것에 대한 우려)

△ 대표이사 본인과 가족의 재산 및 재산변동사항을 공개토록 하고, 시설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임원의 해임명령 조건 및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의 요건 중에 인권침해 규정을 첨가(인권침해라는 것이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수 있음을 우려함) 등이다.

한편 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협의회 부청하 공동대표는 “우리는 과거 복지부가 발표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현애자 의원에 의해 발의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복지부의 그것보다도 한층 더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확대시키려는 의도이며, 특히 김태흥 보건복지위원장과 법사위 위원을 포함해 각 정부 정당의 의원들 25명이 함께 했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발의 법안에 대한 부당함을 투쟁을 통해서라도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날 성남에서 올라온 한 시설대표는 “우리가 자정해야 할 것은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야 할 문제”라며 “그러나 이번 현애자 의원의 개정안은 우리에게 ‘가진 것 전부를 내놓아라’라고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경북도의 참가자는 “이번 발의내용이 갖고 있는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사선임 하나만 보더라도 상임이사를 각 복지시설에 심어놓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듯 하다”며 “우선은 정확한 진의 파악이 있은 후 대책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전국에서 참석한 시설대표들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이번 사태해결과 관련된 전권을 일임하고 사태 추이를 봐 궁극에는 법인허가증과 시설증 반납까지도 감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시설단체들과 정부와의 문제 이외에도 성람재단의 문제해결 등으로 연일 계속되는 집회를 갖고 있는 성람재단 공투위의 요구와도 엇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사태 진전의 향방에 많은 관심들이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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