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어느 계절보다 춥다. 월동준비를 위해 땔감을 마련하듯 매년 11월쯤이면 여기저기 김장담그는 분주함이 묻어나지만 독거노인들에게 김장은 이웃의 이야기쯤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안성에 있는 한 노인복지관이 이런 독거노인들의 김장독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 그곳을 찾았다.

안성시노인복지화관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에 걸쳐 김장 남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성시노인복지회관 직원들은 김장을 담궈 나눠주기 위한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당장 1000포기의 배추와 700여개의 무를 선뜻 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지런히 수소문을 하고 후원자를 찾던 중 안성에서 수년동안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던 유수봉씨가 선뜻 후원을 수락했다. 그러나 확보된 배추와 무를 현장에서 직접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밭에서 복지관까지 옮겨와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물량까지 확보된 마당에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던 직원들은 과거 복지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던 홍성보호관찰소를 찾아 사정을 전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사정을 들은 홍성보호관찰소측은 흔쾌히 인력지원을 약속했고 물건 이송은 복지관에 이용자 중 한 분이셨던 염정국씨가 좋은 일에 동참시켜 줘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도와줄 것을 전했다. 

 

복지관측은 15일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완성된 김장김치를 독거노인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마련된 배추와 무, 1톤트럭 2대를 갖고 홍성보호관찰소 사회봉사명령자들과 김장담그기에 나섰다. 복지관 직원들과 넝쿨라이온스회원, 한국부인회 회원, 광천종합식품 관계자들이 배추를 씻고 무써는 것을 도왔고 양념을 버무려 담그는 것은 카톨릭봉사단과 구세군교회회원, 금광여성소방대원들이 함께했다.

봉사활동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복지관으로 참여 문의가 계속됐다. 삼죽면에 사는 이훈씨는 자신의 농장에서 선뜻 돼지 한 마리를 보내왔고 (주)리보 조성구 대표는 돼지고기 30근을 후원해 봉사자들과 노인들에게 따뜻한 수육을 선물했다.

김장담그기 프로젝트를 몸소 체험해야 했던 복지관 한 관계자는 "김장 나누기 행사는 릴레이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연결돼 이뤄질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아직 우리 사회가 매몰차기만 한 것은 아님을 느꼈다"고 흐믓해 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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