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들은 대부분 총무 파트가 아니면 기관의 예산 집행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이 국민들이 피 땀 흘려 낸 세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관의 예산이 어떻게 쓰여져야 하며 어떻게 쓰여지는 지에 대해 종사자들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

최근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문제가 그 진의를 떠나 상당히 시끄럽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사회복지시설 3곳 중 1곳은 ‘지금 횡령중’이라는 언론 보도는 한 사회복지시설의 단면만을 보고 전체를 도매급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차별받으며, 고통당하는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복지현장 종사자들은 심심하면 한 번씩 터지는 비리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사회복지시설의 고질적 병폐인 친인척 인사 문제, 예산의 불충분한 지원, 시설 운영의 폐쇄성, 예산의 투명한 집행 및 사용내역의 비공개 때문에 편법과 불법이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어쨌든 이런 제문제가 시일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며, 단지 비리시설에 대한 사법처리만이 결코 능사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복지 마인드가 투철하고 사회복지의 가치와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운영자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들의 개별적인 욕구에 대해 보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가 이제 도래했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이제 사회복지법인 내부를 개혁하는 일,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과 같이 제도를 개선하는 일,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시민의 시각과 관점 등의 외부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리 중 가장 많은 유형이 예산 전용의 관행이다. 이는 주부식비 명목의 돈을 지출한 것처럼 하고 실제로는 기타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무수히 많은 시설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산의 목간전용을 보건복지부에서는 거절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경직된 행정지도는 복지시설들에게 횡령을 할 수 밖에 없는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다고 항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몇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이나 시설장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자기 주머니를 채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은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넣어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라는 가면을 쓰고, 사회적 약자들을 등쳐먹는 파렴치한 놈이라며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현실이니 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비리사건의 원인으로 무엇보다도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에 요보호국민의 생활보장을 위탁하면서 너무 낮은 보호비용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그리고 많은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또는 위탁과정에서 과다경쟁으로 인해 낮은 보호비용을 수용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보조금이 과목별 보조이기 때문에 선의의 과목전용도 횡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과목별 보조를 총액보조로 전환하고, 적정한 보조금의 지원, 공익 이사제 도입, 내부 고발자를 위한 보호제도 등의 제도 마련이 있어야 한다.

때늦은 일이지만 정치권에서 사회복지법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사회복지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임은 사실이지만 부끄러운 일인 것도 사실이다. 이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문제의 경우 국가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공공의 통제가 약하기 때문이며, 법인의 전횡을 차단하도록 법을 개정하여 시설 운영의 민주화와 생활인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개정할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사 정족수의 3분의 1을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공익 이사제의 도입, 이사 및 시설장 자격 요건 강화, 운영위원회 구성확대 등 시설운영의 민주화, 시설 생활인의 권리 명시, 당사자 의견 보장, 시설 입소자 자유 명시 등 생활인 인권보장을 위한 개선 조치 등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에서 뜨거운 감사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와 감사제 도입과 맞물려 사회복지법에
도 공익 이사제가 도입이 된다면 ‘이런 법으로 누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려 하겠느냐, 공공성을 못 지키면 지원안하면 되지 규제하는 건 곤란한 일이다, 아니면 법으로 강제 말고 정관으로 정해 자율적으로 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의 의견반발이 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공익 이사제는 사회복지시설의 사회화와 투명성 제고라는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 

사회복지시설은 지쳐 쓰러진 영혼들이 편히 쉬어야 할 ‘공공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 이런 ‘공공의 쉼터’가 더 이상 ‘공공의 적’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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