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환경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조직체일 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던 포럼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이같이 표하며 "기업이 정년연장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즉 고령자 고용이나 장애인 채용과 같은 범국민적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나 이들을 배제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생리를 이해해 달라는 목소리였다. 결국 손해보는 장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 펼쳐지고 있는 고령자의 정년연장과 재취업에 관한 정부정책은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을 도입해 정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안과 각종 사회적 일자리와 노인일자리 마련이 그 주를 이룬다.

같은 날 포럼에서 한 발표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넌센스"라고 비난했다. 55세를 정년으로 마련한 대다수의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동시에 30세부터 월급을 삭감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부는 기업에게 고령자를 좀더 채용하라는 암묵적 압박을, 기업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손해보는 부분을 채워주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누군가가 차려놓은 밥상을 떠 드시겠다는 꼴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갈곳 없고 급급한 맘에 비정규직으로 혹은 일용직 노동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고령자 당사자일 뿐이다.

고령화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고령자가 노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업장에 레일을 설치한다거나 젊은이와 팀을 짜 일을 분담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기업 내 복리후생을 고령자 위주의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조짐이 일고 있다. 기업도 고령화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극히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유래가 없다는 한국의 고령화 현상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한치의 양보와 손해도 감수할 수 없다는 기업의 이기주의적 발상은 어쩌면 더 큰 손해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정부가 고령자 고용을 위해 내민손을 적당한 시기에 잡아주고 이를 위해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을 왜? 환경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조직체가 모르는 것일까.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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