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앞서 연재된 두편의 <화재집중>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전문가들은 이 세상과의 이별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 보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첫 번째 자세임을 강조하며 죽음 앞에 당당하게 맞설 것을 권했다. 이번호와 다음호에는 죽음준비를 위한 현실적 대처방안, 즉 나의 유산이나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상의 문제를 좀더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할까

아름다운이별학교 3번재 수업시간, 참가자들은 유산을 나눔으로 변화시킨 기부자들이 사례를 들으며 유산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새겼다.

 
연극에서도 결말이 중요하듯 인생의 끝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느 호스피스의 말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오던 삶의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유산을 남기는 방식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닮아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름대운재단 윤정숙 상임이사는 아름다운 이별학교 3번째 시간에 강사로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자녀들에게, 세상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유산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 남긴 재산, 앞 세대가 물려준 문화나 전통을 뜻한다. 윤 이사의 말에 따르면 유산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재물의 물려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후세에 남기는 정신적 문화와 가치를 함께 의미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음에 앞서 가족에게 유산을 남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로설명할 수 있지만 우선 물질적 바탕으로 자식이나 남은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유산을 남기는 사람의 신념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도 내재되 있을 것이다. 남은 가족에게 나의 삶의 방식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그것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

따라서 윤 이사는 "최고의 유산은 물질적 유산만으로 충족될 수 없고 정신적 유산이 함께 담겨야 할 것"이라며 "돈이라는 물질은 마음이나 신념, 가치등을 담을 수 없어서 돈이 그런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유산을 남기는 사람의 적극적 의지가 개입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내게 만약 정리해야 할 재산과 남기고 싶은 유산, 유언이 있다면 그것에 적절한 자신의 신념을 대입시켜 상속인에게 넘기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삶을 매듭짓는 모습일 것이다.
 
아름다운 유산 이야기

대구에 사는 천정금(75세) 할머니의 경우 구멍가게를 해가며 평생 모은 재산을 영남대학에 내놓았다. 이번 기증에는 자식들도 모두 찬성했다. 딸(39)은 출가했고 늦둥이 외아들(30)은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샐러리맨으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든 자신들처럼 가난이 배움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어머니의 뜻에 선뜻 찬성했다.

아름다운재단 윤정숙 상임이사

윤 이사는 이 일화를 전하며 "전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부모님을 자식들이 원망하지 않을까 부모입장에서 고민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의 뜻에 적극 동참하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그런 부모님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녀들이 많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어렵게 모은 돈일수록 귀하게 써야한다는 가르침과 재산이 있어도 과거를 돌아보며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아오면서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배웠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윤 이사는 재산을 물려주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나눔은 돈이 많은 부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재산 중 얼마간을 남을 위해 기부하는 모습 자체가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산 1% 나눔 운동이 있다. 아름다운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이 운동은 1%라는 상징적 숫자가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1%나눔 운동의 1호 가입자인 김칠준, 이은주 부부는 "내가족만 생각하는 가족 중심주의가 사회를 더 살기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며 "한푼이라도 더 많이 자식에게 남겨주려는 욕심 때문에 어려운 이웃이 더 어렵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윤 이사는 "이 운동이 실효를 거두게 된다면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1%밖에 안되는 나눔도 아까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이상을 내놓고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이는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죽음도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며 앞서 호스피스의 말을 인용했던 것처럼 죽는 모습이 사는 모습과 닮아있다면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 유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남긴 작은 물질이 사회를 움직이는 불씨가 된다면 그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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