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다 못해 칼바람이 몸을 파고들던 28일 오전 연세대학교 본관 앞에서 연세재활학교 교육권확보를 위해 11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농성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아 부모들과 많은 학생들이 연세재활학교 학생들의 교육권확보를 위해 모여있었다.

연세재활학교는 1959년 소아재활원으로 개원, 1964년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 소아재활원 초등학교로 설립인가 한 학교로서 현재까지 무려 43년 간 연세재활병원 3층 한켠에 존재하고 있다.

학교는 시설의 미비로 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 유치·초등부만이 설치되어 있어 초등부를 졸업한 장애학생들이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선 다른 학교로 흩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들은 현재 재학생이 포화상태여서 당장 2007년도에 연세재활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연세재활학교에서는 3년 전 52억의 교육청 예산을 받고도 집행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10년 전부터 학교 신축을 약속했던 것을 해마다 번복한 사례로 볼 때 중고등부 학급 개설 학칙 개정 없이는 독립건물 신축을 할 수 없다는 사유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연세재활학교를 중·고등부까지 망라하여 신축할 경우 지원할 예산을 37억 가량 배정해 놓은 상태이며 연세재단은 신축할 부지도 선정한 상태이다.

하지만 재단 측에서는 건물이 신축되고 난 뒤에 학칙이 개정돼야 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현재 졸업생 6학년 9명이 진학할 학교가 인접 지역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소한의 행정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행정상의 문제들로 재단에서 신축을 약속한 최소한의 6개월 동안 현재 졸업생 9명은 중학교 입학을 늦추거나 시간을 낭비하며 무작정 기다리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신축할 의지가 있다면 학부모들의 간절한 요구처럼 단지 몇 개월만이라도 학칙을 먼저 개정해주는 유연성을 발휘해줘야 할 것이다.

그동안 번복되어 온 사례들로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이기에 원칙만을 내세우는 재단을 입장을 조금은 변화시켜야 될 것이다.

이날 이런 학부모들의 의지를 담은 결의대회에서 한 장애인부모는 유치부 엄마가 6학년 학부모 어머님에게 드리는 결의의 편지를 통해 "말을 할 수도 없고 의사표현을 할 수도 없는 아이였지만 유치원을 다니면서 너무나 많이 변했다"면서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웃고 양보도 배워가며 얼굴에 환한 천사 같은 미소가 함께 하게 됐다"고 교육을 통해 아이가 변화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신축학교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우리의 손을 놓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모르겠다. 단순할 수 있는 학칙을 문제로 졸업생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회피하며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재단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의대회에서 발언했던 한 학부모는 "학교는 짓는다고 하면서 중고등부 개설을 위한 학칙은 개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이것은 6년 간 데리고 있던 자식을 버리겠다는 처사가 아니냐”며 간절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보통은 예산의 문제로 시설, 서비스 등을 하지 못하던 것이 일반적인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돈도 있고 땅도 있는 상황에서 학칙개정을 이유로 모든 문제들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들뜬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아야할 학생들의 가슴에 차갑고 이기적인 사회를 먼저 느끼게 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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