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학교 윤찬영 교수(사회복지학)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이 낮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이후 국가복지 예산이 증가하면서 비복지국가 세계에서는 비교적 국가복지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국가복지와 민간복지 모두 발달이 지체된 원인은 다양한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볼 때, 지나친 경제주의, 경직되고 편향된 이데올로기, 여전히 청산되지 않는 전근대적 의식과 식민주의 유산 등을 꼽을 수 있겠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해 온 결과,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성장만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경제주의가 공룡 같은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복지는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또한 평등, 분배, 공동체 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사상은 매우 불순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남북분단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좌파는커녕 중도적이거나 중도 우파적인 사상이나 가치조차 좌경, 용공 등으로 매도당하고 탄압을 받았다. 그러므로 형평에 맞는 분배를 통하여 실질적 평등권 내지 생존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복지이념과 정책은 주장되기 어려웠다.

그저 불우한 이웃들에게 동정심 차원에서 도와주는 신파극 같은 복지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 내지 약자들은 인간적 욕구와 인권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억압과 통제의 대상이었다.

일제 때부터 내려오는 이러한 전통 아닌 전통은 지금도 일본법을 베끼면서 재생산되고 있다. 일본법을 베끼더라도 국가의 책임 부분은 빼거나 약화시키고 민간복지에 대해 통제, 관리하는 부분은 강화해서 베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주창했던 생산적 복지 그리고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참여복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국가복지와 민간복지 모두 양적, 질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국가의 복지예산 증가율이 전체 예산 증가율을 웃돌았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워낙 저열한 복지예산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사회복지 예산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더욱 증가했다면 그 예산은 결코 증가한 것이 아니다.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저소득 근로빈민, 노인, 노숙자 등 부양받아야 하거나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일하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복지예산이 따라잡지 못하면 그것은 결코 복지가 증가하거나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인구층이 증가하는 것은 공공부조의 대상이 증가하고 동시에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고 그렇다고 해서 공공부조의 대상자도 되지 못하는 집단이 커진다는 뜻이다.

실업수당 내지 실업부조, 가족수당, 또는 아동수당 및 노인수당, 장애수당, 간호수당 등과 같이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소득보장제도가 없고 사회보험은 국민들과 기업의 부담으로 유지되고 국가는 오로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올인하는 복지체계는 문제해결이나 개인의 인간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빈곤의 원인을 강화, 증폭시키면서 이들을 위한 공공부조제도 확대에 부담을 느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지구환경이 온난화되면 더운 곳은 더욱 뜨거워지고 추운 곳은 더욱 추워져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단다. 우리 사회경제적 환경도 이러한 양극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결국 우리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방식이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공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행위를 통해 경쟁하는 합리성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양극화라는 극단적인 불합리성으로 나타나는 모순의 법칙을 빨리 깨닫고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춥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참여복지정책이 제시하듯이 사회복지대상을 보편적으로 확대하고, 이에 대해 국가가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적정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며,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한다면, 양극화는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경제주의자들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국가복지의 확대를 저지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34조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제119조 제2항은 국민경제의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도록 국가에 명령하고 있다. 비극적인 현실을 참회하는 복지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이경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