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환자에게 제공했던 무상의료제도를 실상 폐지하는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급여환자가 의료기관에 외래진료를 받을 시에 1종 수급권자는 본인부담금 1천원에서 2천원이 부과되고, 선택병의원제가 도입되며, 의료급여증 카드화 등의 혜택이 축소됐다. 또한 건강생활유지금 6천원 지급이 추가됐다.

복지부 의료급여 계산방법 모순 지적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이 근거제시의 미약함을 드러내면서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이번 복건복지부의 의료급여시행 개정안이 납득할 수 없는 계산을 근거로 한 결과라고 일축하며 여러 가지 모순점을 지닌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즉 개정안이 시행되면 2007년 4인가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최저생계비는 1,205,535원이지만, 최고계생급여는 1,031,467원에 불과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같은 계산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저생계비 산정 시 최저의료비, 최저교육비 등이 이미 포함돼 있는데 174.680원은 의료급여, 교육급여등의 현물급여로 이미 지급했기 때문에 2중 지급을 막기 위해 생계급여에서 이 금액을 빼고 지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측은 "만약 식구 중에서 한번도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환자가족이 있다면 이들은 사실상 단 한푼의 의료비 현물지원도 받지 못하는 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생계급여 중 병원을 이용했다고 가정하고 의료비를 삭감한 계산은 이치에 맞지 않는 계산법"이라고 반박했다.
즉 병원을 별로 이용하지 않는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비가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환자들의 의료급여로 지급되고 있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제대로 된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운영한다면 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가구에게는 현물로 의료비 55,647원를 돌려줘야 마땅하지만 정부는 건강생활유지비라는 명목으로 6000원만을 지급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병원을 이용한다고 빼앗아 갈때는 55,647원을 요구하면서 병원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되돌려 주는 금액은 6000원으로 규정하는 복지부의 정책은 어떤 근거를 토대로 나온 계산이냐"며 항의하고 나섰다.

또한 류 소장은 "지난 12월29일 한국민곤문제연구소의 토론회에 참석한 한 복지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건강생활유지비 6천원은 다른 비목에 전용해 쓰지 못하도록 새로 발급된 플라스틱카드에 6천원을 선지급 형태로 입금시켜준 후 병원과 약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수급권자의 고유권한인 가계자원 배분권리마저도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비난했다.

입원하면 숙식해결되니 생계비서 제한다?

한편 문제시 되는 또하나의 정책은 장기입원환자에 대한 생계비 삭감안이다.

성바오로 병원에 입원한 김모환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시설에 재 입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유인 즉 입원을 하게되면 줄어든 월 7만9천원의 급여로는 쪽방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에 사는 김모씨는 입원치료를 해야 되는 중병을 앓고 있지만 퇴원시 돌아갈 집이 없어질까봐 입원을 못하고 있다.

빈곤층의 기본권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류정순 소장이 토론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양극화로 인해 약 백만명 정도의 빈곤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부동산대란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확연히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보건복지부는 6개월 내에 30일 이상의 기간동안 입원중인 수급자에게는 30일 초과 입원일수에 대해 장기입원함으로 지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생계비를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생계비 공제 이유에 대해 △수급자가 입원시 기본적인 숙식이 해결되고 그 비용이 의료급여에서 지원됨에도 생계급여액 대부분을 지급함으로써 장기입원에의 경제적 유인 발생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개정으로 식대가 의료급여 수가에 포함됨에 따라 생계급여액 산출기준 중 식료품비 부분의 이중지급 논란제기 가능 △현행기준은 연속해 입원하는 1인 단독세대에 한해 생계급여급액을 공제함에 따라 일시 퇴원 후 재입원 시 제한이 어렵고, 다인가구·시설수급자에 대한 통제 곤란이라는 3가지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한달에 최고생계급여인 325,000원의 75%, 즉 245,000원이 삭감됐다.

류 소장은 이에 대해 "장기입원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대부분이 암과 같은 중병환자이거나 거의 생을 마감할 단계에 이른 노인들이 주를 이루는데 어떻게 그들의 생계비를 무자비하게 삭감할 수 있냐"고 토로하며 "삭감된 비목은 식비와 광열수도비, 가구집기비, 교통통신비로 생활비가 적게든다고 가정할 수 있지만 비급여 항목에 속하는 병원비나 간병비, 기저귀값등 으로 더 많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보건과 복지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급여법 개정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빈민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다시금 살펴봐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제시한 개정안이 올바른 목표를 향하고 있다면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을 수긍하게끔 할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