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건강하게, 혹은 노년을 행복하게 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국내외 실버보험들이 실상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대상을 노인으로 정했다면 노년기 특성을 반영해 보험 가입을 유도해야 하지만 정작 들고 싶어도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인들은 '미리미리 들어 놓지 못한 자신의 노후 무관심'을 비관하며 그저 큰 병에 걸리지 말길 기도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먹고 살길이 막막하고 보험에 대한 정보가 별로 광범위 하지 않았던 시대를 지나온 오늘의 노년은 뭔가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가령 올해 61살이 되는 A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약간의 관절염과 고지혈증을 갖고 있으며 최근 고혈압이 의심되어 조기에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운동과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터라 일상 생활에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A씨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다수의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고질혈증과 고혈압이라는 병력 때문이다.

결국 실버보험은 나이가 들었지만 건강상 어떤 병도 갖지 않고 있는 노인에 한해 가입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노인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 전락하면서 노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변해버렸다.  

물론 국내에서 시판중인 보험중에 건강심사를 거치지 않고 가입되는 무심사 보험이 몇몇 존재하긴 하지만 그 마저도 병중에 발생하는 병원비나 치료비에 대한 혜택을 기대하긴 힘들다. 거의 대부분이 사망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보험이라기 보다는 유가족이나 자식을 위한 보험에 불과하다.

얼마전 대한은퇴자협회는 올해를 빛낸 최악의 광고로 A생명사의 'X보장 의료보험상품'을 선정했다. 대한은퇴자협회측의 성명서를 인용하자면 "홈쇼핑 및 텔레마케터가 동원된 이 생명보험은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모든 언어 수단을 동원해, 명품 실버 보험, 첫날부터 입원비보험, 2만원대 가족 사랑보험, 원스톱 암보험, 활기찬 노후 보험등의 상품 명칭을 달아, 나이든 세대들에게 모든 질병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이름 값 못하는 보험명칭 때문에 노인들이 노(怒)했다는 소리다.

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민건강보험만으로 모든 노인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없다. 특히 몸의 노화로 인해 각종 질병과 사고에 노출되는 노인들을 위한 민간 보험들이 마구마구 쏟아져도 시원찮을 판에 마치 실버라는 명칭만 갖다 붙이면 모든 노인들이 보험의 혜택을 받아 치매와 각종 재해 사고 병에 대비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규제가 따라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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