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국가 재정과 성장을 위협하고 개인의 건강과 재무, 생활을 위협하는 악작용을 하지만 다른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수요자로서 신규시장 창출이라는 기회를 안겨주게 된다. 평균수명의 연장과 건강여건의 강화는 미래산업에 있어 노인을 겨냥한 사업이 트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해주며, 고령산업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한국 고령친화산업의 현주소

한국의 잠재된 고령친화산업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참가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과 고령친화산업개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시니어파트너즈(주)는 지난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회의장에서 '2007시니어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 대한실버산업협회 등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서 연세대학교 국제학 대학원 장대련 교수는 한국시니어 시장의 잠재력과 발전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두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5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약 86세로 예상되고 있으며,고령친화 주요 산업으로 요양과 기기, 정보, 여가, 금용, 주택, 한방 등이 성장할 것이며 여가와 금융, 주택산업이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고령친화산업의 모태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을 강조했지만 법제도 및 표준 관련책이 미비하고 투자와 전문인력부족으로 활성화에 제약을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정부의 활성화 노력과 이로 인한 사회적 인식부족은 산업육성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무엇보다 고령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제품이 생산돼야 하는 선결과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틈새 시장 겨냥을 위한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전문인력육성, 지역과 유통인프라 구축을 통해 복합 경영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령친화산업의 발전 가능성

보건복지부가 고령친화RIS사업단과 한국고령친화용품산업협회에 의뢰한 '고령친화제품 실태조사 및 초기시장 육성전략·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친화제품 시장이 현재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향후 급성장할 가능성이 많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령친화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는 모두 260개 업체, 시장규모는 2005년을 기준으로 약592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며 이 중 제조업체가 177개, 수입업체가 73개, 제조와 수입을 병행하는 업체는 10개에 이른다.

시장규모는 개인건강·의료용품 시장이 3548억원대로 추정되며, 정보통신기기 시장 689억원, 이동기기 시장 589억원, 침구용품 시장 449억원, 배변용품 시장 291억원, 목욕용품 시장이 95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분석돼 고령산업시장의 밝은 청사진을 예고했다. 

정보통신기기에는 노인들이 긴급상황에서 자신의 신변을 알릴수 있는 긴급호출기, 보청기, 골전도 헤드셋 등이 있고 휠체어와 전동스쿠터 같은 이동기기, 의료용 침대와 에어메트같은 침구용품, 배변용품, 목욕용품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령친화산업은 제품·제조업, 요양, 여가, 금융, 주택, 교통, 의류업등 여러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나 이번 실태조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제품제조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고 밝히며 고령친화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전했다. 
이같은 실태조사는 향후 고령친화산업의 정책수립에 많은 참고가 되지만 고령친화제품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니어를 잡은 일본 고령산업

지난달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회의장에서 열린 2007 시니어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국제세미나 모습.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진입한 선진국에서는 어떤 종류의 고령친화산업이 각광받고 있을까. 지난 25일 열린 시니어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미나에 참여한 일본 시니어커뮤니케이션사의 야마사키 신지 회장은 일본 고령산업의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 시니어커뮤니케이션사는 일본에서 유명한 시니어마켓 전문기관으로 시니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접근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노하우가 축적된 배경에는 6년간 2300여건의 조사와 설문으로 구축된 데이터가 한 몫 했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시니어들의 욕구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상품을 선보임으로 시니어들의 지갑을 열수 있었다고 야마사키 신지 회장은 전했다. 

시니어커뮤니케이션은 32만명 이상이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했으며, 1350여개의 기업과 500명이상의 시니어들이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런 기초작업덕분에 여러 업종의 기업으로부터 시니어시장개척에 대한 다양한 의뢰요구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의 고령화율은 25%를 넘어설 만큼 진행된 상태며, 일본시니어 시장의 규모는 12조 2248억엔을 웃돈다. 또한 올해에는 1947년생과 49년생들의 대량퇴직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규모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지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 주거의 경우, 자식이 독립한 이후의 주거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져 아파트를 노인의 동선에 맞게 개조해 분양하거나 임대아파트, 간호간병 시설이 있는 아파트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여행과 같은 레져 생활분야에도 노인을 기피하는 경향보다는 평일이용과 비교적 단가 높은 여행을 택하는 시니어들이 우대받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금융에서의 시니어 파워는 기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내의 개인금융자산의 3/4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시니어들을 주 타켓으로 삼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며, '아름답게 나이먹자'는 중년여성의 증가로 인해 미용과 피부관리분야가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 
신지 회장은 의사와 전문스태프가 상담에서부터 유지, 관리까지 책임지는 사업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 차이를 고려해 적당한 거리를 둔 침실 개조등으로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은 사업전략에 대해 전하며 "일본의 시니어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남은 생을 의미있게 보내길 원하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문화교실 등이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지향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고 늙은이 취급을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고령친화산업의 과제

일본의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한국의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전망은 밝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인식부족과 홍보미흡, 체계적인 법제정의 미비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 고령친화 산업은 전문적이지 못한 초보적인 수준이며, 산발적 경향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해법을 풀기 위해 2005년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했고 정책을 심의하고 조절, 평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같은 해 제정돼 시행되고 있고,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2007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으로 입법추진 중에 있다.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은 고령친화산업의 발전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과 육성을 돕고 연구개발을 장려하며 우수제품 및 사업자에 대한 지정과 표시를 뒷받침할 법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박창형 고령친화산업 팀장은 세부적인 정책과제로 로드맵을 통한 단계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수요조사를 통해 단기 상용화가 가능한 단순 기능부가 제품 개발을 우선 추진하고, 중장기 기술개발 과제로 기술 파급효과가 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능성 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이때 EU등 선진국에서의 고령친화제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노인이 편리하면 모든 사람이 편리하다'라는 UD개념을 도입해 보편성과 편익을 증진하고, 중소기업 기술개발과 기술지도, 전문인력양성, 장비활용 마케팅 등과 같은 복합지원을 통해 고령친화용품 산업화 기술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면 효과적일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국제경쟁력이 있는 유망기업체들을 발굴해 타업계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범사례로 제시하는 스타컴퍼니 육성도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우수제품 전시회를 통해 국내에 선을 보이고 국내기업들의 해외 박람회 참여도 국가적 차원에서 유도한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는데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분별하게 산재된 제품들을 표준화시키고, 새로운 표시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복지표준화 종합계획에 맞게 국가표준제정을 추진하고 일본과 같은 고령자, 장애인 배려 표준 작성지침을 마련해 국제 표준화로 통일한다면 구입하는 당사자나 판매자 사이의 신뢰와 용이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를 배려해서 물건을 생산하는 방향을 연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가령 베리어프리라는 생각의 기초는 꽉 잠긴 병뚜껑이 고령자에게는 따기 어려운 일일 수 있고 가전제품의 조작이 너무 어렵거나 가사일이 시간과 힘을 요하는 중노동으로 변질되는 것을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박창형 팀장은 "고령친화 용품의 대여 판매 시범 사업이 노인수발보험시험사업과 연계해 2개소에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수요를 진 있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수발대상 노인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인식확산, 고령친화사업의 '핵심 키워드'

이런 모든 정책과 계획들의 바탕에는 고령친화용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확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은 수요가 없는 물건을 만들지 않을뿐더러 기업이 물건을 내놓았다고 해도 국민들이 공감대 형성을 하지 못한다면 팔리지 않을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용품과 요양, 주거와 여가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이뤄져야 하고 지식과 정보의 교류, 업무의 협력체계가 이뤄져 기본 DB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간담회나 워크샵의 활성화도 이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유는 문제를 공론화 함으로서 단점과 장점이 나타나게 되고 표출된 단점을 극복하게 되면 실용적인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노인들이 흔하디 흔한 수법에 속아 불량건강의료기와 식품을 구입하는 절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차원에서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해 공정한 시장과 유통질서가 확립되도록 선도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초기부터 제대로 된 고령친화사업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고령친화산업이 각광받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모태산업이 부족하고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없는 현시점에서 시작된다면 이는 사상누각이며 거품경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블루오션으로 인해 손해보는 노인들이 계속 속출할 수 밖에 없으니 이에 대한 대비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친화산업의 육성은 고령화·저출산 문제가 국가경제에 미칠 타격을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미 많은 국가들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발빠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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