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복지인상을 수상한 김춘자(93세)氏

 올해로 93살이 되는 김춘자씨는 얼마전 보건복지부로부터 올해의 자랑스런 복지인상을 받았다.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직접 인천을 방문해 상을 수여한 이례적인 상황을 만들었지만 복지부 관계자나 참가자들은 할머니의 수상에 힘찬 박수만 칠뿐이었다. 약 40여년의 세월동안 근근히 벌어온 쌈짓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때마다 선뜻 내놓았던 복지정신 앞에서 그깟 수고로움은 명함을 내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복한 가정의 첫째 딸로 태어나 스무살에 시집을 가게된 김씨는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던 중 1.4후퇴 때 아무런 재산도 없이 남편, 외동딸과 함께 남하해 지금의 인천시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목숨하나 부지하기에도 바듯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천항 부둣가에서 천막생활로 근근히 삶을 이어가던 중 1978년 남편이 갑자기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때부터 장사를 시작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전 재산을 털어 조그마한 유치원을 설립했다. 현재 그 유치원은 김씨의 외동딸이 운영하고 있다. 김씨의 이웃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후원품과 후원금을 수시로 전달했고 특히 노인복지시설이나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쉬지 않았다. 주위사람들이 김씨를 '아름다운 손'이라고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직접 인천을 방문 김춘자씨께 자랑스런 복지인상을 전달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7번, 약3억5천여만원을 기탁한 김씨는 장애인시설에서부터 노인시설, 아동복지시설, 미혼모 시설에 이르기까지 때마다 모아온 목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뜻 내놓았고 2005년에는 무허가 노인복지시설을 후원해 약 30명의 노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현대식 숙소 마련에 동참하기도 했다. 김씨 자신도 그 시설에 거주하면서 노인수발봉사활동을 펼쳤는데 현재는 나이로 인한 체력저하로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랑스러운 복지인상의 심사를 담당했던 한국노인복지회 임춘식 교수는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93세의 나이에 자식보다 먼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랑스런 복지인상에 추천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여유있을 때 남을 돕고 싶다라는 말은 차라리 도울 생각이 없다는 의지로 보일 수 있음을,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김씨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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