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낀 치타 한 마리가 과자에 목을 메며 그것을 빼앗으려는 광고가 있었다. 그 과자를 즐겨먹던 모군은 과자보다는 과자속에 들어있던 경품쪽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몇 해동안이나 지속됐던 그 경품에 단 한번도 당첨되지 못하자 애초부터 경품은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우스개소리를 하며 자신은 '다음기회에'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화가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복지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명분으로 그럴듯한 인심을 내보이던 정부가 이상하리 만큼 민생법안에 대한 문제만큼은 다음기회로 미루기를 좋아하는 듯 싶다.
지난5일과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와 전체회의에서 노인수발보험법안외 7개의 장기요양법안은 입씨름만 연신 해대다 결론없이 끝이 나버렸다.

특히 5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장기요양보험법안 등 7건에 대한 논의를 두고 건강보험관리공단은 노인수발보험법에 대한 전국대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적인 의견을 종합적으로 집결하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부랴부랴 대답을 준비한 다른 관계자 역시 "특별하게 진척된 의견은 없었고 그동안 쟁점 됐던 부분이 다시 거론됐다"라고 답했다. 진척된 의견 하나 건지지 못하는 전국대회며 토론회는 왜 준비하는 건지, 혹여나 그렇다 하더라고 그렇게 밖에 대답을 할 수 없었는지 듣는 입장에선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보다못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지금 이 자리에서 다 끝내고 넘길려고 모였는데 준비된게 없다면 어떻게 하냐"며 쓴소리를 뱉었지만 결국 노인수발보험법안외 7개의 장기요양법안들은 다음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이어 다음날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대립만 앞설 뿐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매듭지어졌다.

시범사업까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며 작년부터 시설완공에 들어선 전국의 실비노인요양시설이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인복지시설협회와 복지관 요양원들이 수발보험을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뭘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막말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법안이 구성돼지 않았다면 시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은 예산낭비에 그칠수 있고 짓고 있는 노인요양시설역시 노인인권유리의 모태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혹 애초부터 경품쪽지는 없었지 않았냐는 친구의 불신처럼 노인수발보험법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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