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두고 장애인계와 사회복지시설 운영자들이 상반된 의견으로 부딪치고 있는 가운데 국가청렴위원회(이하 청렴위)가 관계부처를 상대로 일정규모 이상의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에 개방형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청렴위의 이번 권고조치로 공익이사제 도입의 문제점을 강조해 온 사회복지법인들의 반대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청렴위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복지법인 운영 지원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11일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 권고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권고는 사회복지시설 등의 운영과 관련해 보조금 횡령 등 회계부정과 법인 기본재산의 임의처분 등 비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 관련 분야의 예산낭비가 초래되는 동시에 정부의 복지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청렴위는 설명했다.

청렴위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위원회에 접수된 사건, 그리고 관계기관의 감사자료 등을 분석해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법인의 운영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했으며, 관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청렴위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복지법인이 △보조금 불법수령 및 횡령, △기능보강사업 청탁 및 위법한 공사계약 체결, △후원금 횡령 및 목적 외 사용, △기본재산 불법처분 및 부실관리 등의 부정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렴위는 그 구체적인 감사사례를 상세히 발표하고 청렴위가 마련한 대책안을 제시했다.
청렴위가 마련한 문제해결 방안은 △법인 임원의 책임성 제고, △외부 회계검사 등 검증장치 마련, △엄격한 기본재산 관리, △시설운영위 기능 강화, △기능보강사업 집행체계 개선, △보조금 및 인력관리 전산시스템 구축, △보조금·후원금 집행 투명성에 대한 평가기능 강화, △법인 감사의 실질적 기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청렴위는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에 대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한편, 그 도입범위와 이사의 자격요건 그리고 추천방법에 대한 세부기준은 해당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마련토록 했다.

또한 회계부정을 방지하고 법인 운영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 회계검사제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경우 회계법인은 주무관청이 선정하도록 하며, 관련 비용은 운영비에 포함해 지급한다는 게 청렴위의 입장이다.

법인 소유의 기본재산 관리에 대해서는 금융재산 임의인출 방지를 위해 금융거래정보제공동의서를 사전에 제출받아 거래내역과 잔고 등을 수시로 확인하는 한편, 기본재산 처분허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정해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아울러 시설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강화해 부정의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현재 추상적으로 규정돼있는 법인 감사의 업무 범위를 기본재산·보조금·후원금 관리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이사회에 제출하는 감사보고서를 주무관청에도 제출하도록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정기창 청렴위 제도개선단장은 “법인은 그 운영이나 기능보강사업 등에 국고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유재산이 아니다”라고 규정지으며 “각 사회복지법인이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개방형 이사제 등을 도입하는 데 대해) 당연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관련 전문가나 보건복지부 등은 이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청렴위의 발표가 있기전인 지난 8일 이미 현애자 의원이 발표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사회복지법인 대표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고 규탄대회를 가졌기 때문에 이번 청렴위의 발표에 대한 이들 비대위의 반응이 또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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