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측은 지난 27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박영자(신정3동, 87세)씨가 평생모은 1000만원을 모금회측에 전달했음을 밝히고 생활형편이 바듯한 수급자가 재산을 기부한 경우는 지난2005년 김춘희씨에 이어 두 번째라며 두 사람이 한동네에 살고 있다는 흥미로운 우연에 관해 전했다.

박씨는 전세 90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으며 처음 모금회에 기부 의사를 밝혔을때 박씨의 집을 방문한 모금회측 관계자들은 기부이전에 전세금 기부금액을 합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정도 많이 들었고 주인집과도 모녀지간처럼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이사하고 싶지 않다”며 대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920년 생으로 올해 87세가 되는 박씨는 강원도 문경군 가은면에서 태어나 자랐고 아버지가 경찰이었으며 당시 여자로서는 흔치 않게 상주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는 등 풍요한 삶을 살았으나 6.25전쟁 이후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스무 살에는 건장한 청년과 결혼까지 했지만 정을 붙이기도 전에 남편은 병으로 죽고 혼자가 됐다. 그 후 줄곧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다가 경주에서 약 15년간 남의집 아이를 키우며 살기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크자 박씨는 서울로 올라와 다시 일을 찾았지만 그때 박씨나이 60이 넘어선지라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근근히 취로사업인 새마을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박씨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매월 33만원과 노인수당 5만원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때문에 박씨의 재산은 당신이 먹고 사는 것을 쪼개서 만들어낸 악착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며 기부 후 마음이 너무 좋아 웃음을 멈출수 없다는 박씨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옥탑방 김춘희 할머니를 볼때마다 너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좋아보였는데 이제 그 웃음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것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가재환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ꡒ옥탑방 할머니의 기부 사연이 여러 차례 소개 되면서 비슷한 처지의 박영자 할머니도 기부를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ꡓ며ꡒ이런 따뜻한 사연들이 우리 사회의 나눔과 참여의 폭을 늘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ꡓ이라고 말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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