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전광역시가 대전발전연구원에 의뢰해 관내 60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실태 및 욕구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이 아닌 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이라면 으레 건강식품에 관심이 많고 질병과 노화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게 살길 소망한다고 판단했던 생각들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시시때때로 어르신들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겠다며 노인의 건강문제를 노인복지정책의 선두에 뒀던 정부의 정책방향은 그런 의미에서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의 90%이상이 소득이 없고 경제적인 부분을 자식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빈곤상태에 놓여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노은은 고작 10%에 불과했고 이들역시 월소득 50만원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늙어서 자식에게 괄시안받으려면 주머니 하나는 죽을때까지 차고 있어야 한다'는 노인들의 우수갯소리는 경제적 문제가 노인의 노후와 직결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에서 집계된 이같은 통과가 전체 노인의 생각을 대변한다고는 단정지을 순 없지만 광역시 노인들이 느끼는 빈곤이 이정돈데 농어촌지역이나 저소득층에서 체감하는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얼마전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정부 여당의 기초노령연금제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예산문제로 한바탕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지만 문제는 빈곤노인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고령사회를 이끌 고령 노인들을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들에게 일용할 양의 양식을 나눠주는 것보다는 재법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생활을 유도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한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을 퇴물 취급하면서 자식의 용돈이나 축내고 국고나 고갈시키는 존재로 치부하는 시각은 두세번 재촉해서라도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며 근근히 모았던 전재산 천만원을 선뜻 좋은 일에쓰라고 기부한 박영자 할머니의 사연이 뭉클한 것은 당연히 먹어야 할것과 입어야 할 것들을 아끼며 피처럼 모았던 상황때문일 것이다. 

사업하는 아들을 위해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주고 정작 본인은 파스한장 살 돈이 없어 때마다 며느리에게 내미는 손이 부끄러웠다던 한 노인의 푸념은 현대판 고려장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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