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가명)이는 왜 안 오는 거야. 아직도 기분이 안 좋대?
아니요. 풍물수업이 늦게 끝나서 그냥 집에서 있대요.
선생님, 용석(가명)이 왔어～용. 응 그래. 늦었네.
저녁 6시가 되자 공부방에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다른 공부방과 달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이곳은 저녁이 되어서야 활기를 찾는다.

애들아, 시간 됐다. 수다는 쉬는 시간으로 미루고 이제 각자 교실로 들어가서 수업하자!
현재 공부방에서는 요일 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금요일은 기초학습을 진행하는 날이다. 좁은 공간을 오밀조밀하게 쪼개고 쪼개서 학년 별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모자라 사무실까지 교실로 이용한다. 

다른 애들이 안 와서 오늘 우리 반은 태민(가명)이랑 선생님 둘이서만 오붓하게 해야겠다. 좋지?
진짜 둘이서만 해요? 에구～! 난 죽었다!
친구 같으면서도 엄한 교사가 되고, 때론 답답한 마음을 어르는 엄마가 되어주는 마들창조학교 교사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예민한 친구들의 각기 다른 욕구를 살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중제: 가난을 넘어 권리 찾는 교육에 힘써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마들창조학교(이하 창조학교). 이곳은 지역 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 지역단체인 마들주민회가 만든 청소년들의 귀한 꿈 터다. 하지만 이곳이 청소년들의 꿈 터로 거듭난 건 불과 1년 전부터다.
창조학교 변은희 대표교사는 전에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장애아동이 많이 들어오면서 장애아동을 중심으로 공부방 방향을 잡았다가 역량이 부족해서 무산됐어요. 그래서 한동안 멈칫하기도 했지만 고민끝에 다시 지역 청소년을 돕기로 방향을 정했어요. 공부방 초기에 함께 했던 아이들도 이제 대부분 중학생이 됐고, 이 아이들이라도 끝까지 도움을 주자라는 생각에서요라고 설명한다.

일단 17명의 지역 청소년과 힘겨운 출항은 했지만, 교사들의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청소년기에 필요한 영양분은 무엇이고, 실질적으로 공부방이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방법 모색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인권교육이었다.   

이곳 아이들 대부분 가난한 환경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넘지 못하면 앞으로도 사회에서 제대로 서기가 어려워요. 주눅들고, 쉽게 자기 목소리를 못 내기 마련이니까요. 인권교육은 이런 아이들에게 가난을 넘어 자신들의 권리를 인식하게 하는 기회를 갖게 하는 의미예요. 비단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게 하고요.

최근에는 매주 연극활동도 진행 중이다. 연극이라고 해서 딱 짜여진 대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연극의 형식을 빌어 담아내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마음 속 소리내기 연습이다.
지금은 다들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지만, 초기만 해도 거의 표현을 안 했어요. 연극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자신감을 주려고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아요. 

이 외에도 매주 동아리 활동하는 날이 있어 아이들 스스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댄스와 마술 동아리 두 개가 꾸려져 운영 중이다. 기본적인 관리를 제외한 동아리 운영은 아이들 자율에 맡겨졌다.  

창조학교 교사들의 바람은 한 가지다. 아이들이 건강한 생각을 갖고 밝게 자라는 것. 하지만 이를 담보해 줄 교사들 부족은 큰 애로점이다. 특히 꾸준한 자원활동가를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중학생이라 초등학생보다 말을 하면 이해하는 폭은 크지만,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요. 자원활동가들이 자주 바뀌면 그만큼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하거든요. 창조학교에서는 자원활동가들에게 일정정도 책임을 쥐어줘요. 자원활동을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최소 1년 이상은 아이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못 박아요.

이처럼 교육내용에 대한 고민에서 자원활동가들과 아이들의 관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는 창조학교. 그렇기 때문일까. 아직 뒤뚱거리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겐 더없이 편한 둥지인 듯 했다.

얼마 전 중학교 1학년 아이 중에 한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집에 가면 맞기도 하고, 욕도 듣다보니 삶이 우울해지는데, 공부방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대부분 한 부모, 조부모 가정에 가정환경도 열악해 답답해 하는데, 다들 이곳에 오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척 안타까워요.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에게 이곳이 작은 마음의 해방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중제: 꾸준한 마음으로 아이들 껴안아 가
보통 청소년기 하면 공과 유리그릇에 비유 하곤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를 뿐 아니라 쉽게 상처받고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의 대모를 자처하고 나선 마들창조학교. 비단 댜양한 욕구를 다 채워주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껴안아가고 있었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지만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면, 미래의 창조적인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 갈 청소년들. 마들창조학교 교사들의 관심 속에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 대해 본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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