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어떻게 만들어?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매서 만든 자수라는 거야. 예쁘지?
지난 10월 7일 운현궁에 마련된 전통자수 전시실. 구경 온 이들이 전시된 자수작품을 보며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사리 손의 어린 아이는 금실, 은실, 가지각색의 실로 만든 작품이 마냥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담아 놓은 듯한 방석에서부터 작고 앙증맞은 노리개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이런 자수의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느질 한 번에 인내심도 한 번

열다섯에 처음 배운 자수가 인연이 되어 자수장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중요무형문화재 자수장 제80호 조교 김태자(60)씨. 10대에 시작한 바느질을 이순이 다 되도록 놓지 않고 있으니 어느덧 강산이 다섯 번이나 변했다. 오직 ꡐ자수ꡑ라는 한길만 고집하며 스스로 노력의 끈을 놓지 않는 그는 요즘 운현궁에서 자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틈틈이 전시회를 열어 우리의 것을 알리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도안을 그리고, 그 안에 바늘로 다양한 실을 꿰어 수를 놓는 전통자수는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간단한 패물함 등은 며칠 내로 완성되지만 대부분 작품들은 1년에서 3년이 걸리기도 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 특별하다고.
어떤 작품은 재료 준비만 1년이 넘게 걸려요. 작품 하나하나가 인내로 만들어지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4년간 준비한 그의 작품 하나는 도안만 50일이 걸렸고, 배색과 실이 나오기까지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실 꼬는 시간도 만만치 않으니 어디 인내 없이 하나라도 완성될 수 있을까.
예부터 자수는 궁중과 민가에서 장신구를 비롯해 생활자수 및 의상에 널리 사용됐다. 궁수(궁중자수)는 훈련된 기능인이 정교하게 기교를 부린 자수를 말하고, 민수(민가자수)는 소망과 희망이 담긴 서민들의 소박한 자수를 말한다.

옛날 궁중의 자수장은 자수를 놓는 전문인이었다. 도안을 따로 해 내오면 어떤 실을 쓸지 자수장들이 결정하고, 염색장들은 그에 맞는 실을 염색한다. 염색한 실이 나오면 자수장이 수를 놓았다. 김씨는 그런 일을 계속해서 이어 오고 있다.

자연염색은 직접 하지만 전문적인 색이 필요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전문인의 손을 빌리기도 해요. 앉았다 하면 5~6시간씩 움직이지 않고 수를 놓아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죠. 육체적으로도 힘든 과정이에요. 요즘 기계 자수가 많이 나오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어디 직접 놓는 수만큼 하겠어요.

기계가 만들어내는 자수는 생동감이 떨어지고, 전통의 멋과 기교가 살아 있지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때문에 한번 전통 자수에 길들여진 사람은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그는 취미로 시작해서 혼자서 전문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어요. 어려움도 많았고,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하나하나 인내와 정성을 쏟아 이뤄낸 작품들을 보면 힘을 얻어요라고 말했다.

얇은 실과 실로 전통을 이어

자수는 크게 생활자수, 복식자수, 불교자수, 감상용자수 4가지로 나눈다. 수저집에서 안경집, 액자에서 병풍까지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바느질에 따라 기법도 다양하다. 자련수, 징금수, 평수, 깔깔수, 이음수, 삼잎수 등 의상에 따라, 나뭇잎에 따라 다양한 기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오늘날 생소한 느낌을 주는 다양하고 정겨운 이 기법들은 점차 일상생활에서 잊혀지고 있다.

그는 70년대부터 제자들을 가르쳐왔어요. 시대마다 자수를 배우는 목적은 다양했지만 바늘과 실로 잇는 안방예술이라는 점은 한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수를 배워서 우리의 전통을 이어 나갔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여, 우리의 것을 가르치고 보여주는 전통 자수장 김태자 씨. 우리의 전통자수를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알려 나가는 것이 꿈이라는 그. 그런 그가 있기에 자랑스런 한국의 전통 문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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