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피콜 입니다~
중화동에서 강남까지 가신다구요? 정확한 위치가 어디신가요?
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기분 좋게 들려오는 이곳.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해피콜 관제실' 문을 열자 요란한 전화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씩씩한 삶의 기운. 문득 가슴 한켠이 포근해지는건 왜일까. '해피콜'이 '해피'콜인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제 장애인이 원하는 곳 어디든지…
기사님! 지금 어디쯤이세요? 상계동 주공 2단지 앞으로 가셔야 해요
오케이, 바로 출발하죠!

12명의 관제원들이 3교대로 돌아가며 전화를 받는데, 오늘은 김화연(27), 이희정(26), 홍선영(32), 김미희(21)씨가 연신 전화기를 붙들고 신나게 해피콜을 하고 있었다. 관제원 대부분은 시각장애인이거나 지체장애인들이다.

밤낮 없어요. 새벽에 전화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특히 고객들이 친절히 대해줘서 고맙다거나 '콜'한 택시 기사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줬다며 감사 전화를 해줄 때면 너무 뿌듯해요.

홍선영 씨는 단순해보이는 일 같지만 이 안에서도 숱한 우여곡절과 사연들이 오고 간다고 했다. 장난전화도 많이 걸려오지만 정말 급한 일이 생긴 장애인이 해피콜 때문에 위기를 넘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같은 장애인으로서 그들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동권이라도 돕고 싶어요.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이 콜을 많이 하세요. 택시 기사들이 가는 곳까지 안전하게 인도해주기 때문에 더 없이 소중한 손과 발이 되고 있죠.

게다가 해피콜은 장애인들에게는 미터 당 요금만 받을 뿐만 아니라 해피콜 택시 기사들은 장애인이 어딜가든 목적지까지 동행한다. 열차를 타야 할 경우라면 열차표까지 끊어 철도요원에게 인도해주고 산동네로 올라가야 할 사정이라도 생기면 장애인을 업고서라도 가는 곳까지 안내한다.

3년째 해피콜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유풍권 씨. 유씨는 예전에는 장애인이 손님으로 타면 짜증부터 났다고 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적 소모도 많이 되고 불편하기까지 한데다 그렇다고 요금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쯤은 충분히 감당한다고 했다.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비장애인 보다 몸과 마음이 더 가는 건 사실이에요. 또 일반인이 콜 택시를 부르면 수입도 더 생기잖아요. 여러모로 손해죠. 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런 콜 택시라도 있어야 한번쯤 외출이라도 하지 않겠어요. 해피콜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장애인이 얼마나 많은데요. 시각장애인들의 지팡이가 되어주고, 지체장애인들의 두 발이 되어줄 수 있어 무척 보람돼요. 게다가 택시운전을 하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 일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어요.

거리에 아무리 고객이 많아도 언제나 '장애인이 먼저'라는 유씨.
해피콜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까지 말끔하게 걷어냈다는 유씨의 마음이 그렇게 넉넉해보일 수가 없다.

중제 행복지수 높아지고 있어요
이렇듯, 잠시나마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는 해피콜 서비스.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야 오죽하랴.

평소 해피콜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서정민 씨는 해피콜이 없었으면 병원에 다니기가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게다가 우리 집에서는 요금도 기본이고 병원 안에까지 기사 분이 함께 가주니까 큰 염려도 없고요. 부모님처럼, 친구처럼 늘 감사하고 있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대신 전했다.

해피콜이 생겨난 지는 이제 3년 안팎. 택시 기사 회원 수만 700여 명이다. 장애인이 '콜'하면 거리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우선이다. 이들은 많을 때면 하루에 2~3백 명 정도의 장애인들을 고객으로 태운다. 그렇다고 장애인만 고객인 것은 아니다.

해피콜 센터 이상득 소장은 택시 기사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다가 단말기를 통해 방송을 하면 근교에 있는 회원이 그걸 받아서 이동하고 있어요. 각자 일도 무리 없이 하기 때문에 해피콜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택시 기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장애인들만 고객이라면 생계유지가 되겠어요.

이 소장은 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장애인들에게도 좀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택시 기사들이 참여하기를 바랐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비장애인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기에 '행복'이라고 느낄 수 조차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동수단 하나로 장애인들의 삶이 달라지고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이는 해피콜이 전하는 커다란 축복일 것이다.

김석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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