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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꼭 보내고 싶은데…”폐결핵으로 엄마아빠 모두 잃은 손녀딸과 함께 힘겨운 생활하는 최숙정 할머니
김석란 기자 | 승인 2005.01.12 16:57

최숙정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둘 다 폐결핵으로 잃고 홀로 손녀딸을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스산한 바람이 겨울을 예고하던 가을의 끝자락. 가난한 이들의 마음 속에 부는 찬바람도 이와 같을까. 서울 노원구 중계동 목련아파트에 살고 있는 최숙정(69)할머니와 손녀딸 지은(가명, 15)이는 요즘 들어 사람들의 따듯한 체온이 더욱 그립다.

아들과 며느리 둘 다 폐결핵으로 세상을 등지고 할머니가 외롭게 혼자 남은 지은이를 돌본 지도 어언 20년 째. 지은이 아빠는 지은이가 태어나자마자 한달 만에 세상을 등졌고, 엄마는 지은이가 여섯 살 때까지 살았다. 살았을 적에도 거의 매일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에 할머니는 며느리와 손녀 딸 지은이를 돌보느라 늘 힘겨운 생활을 해야 했다.

‘지은이만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집안이라도 좀 풍족했더라면 그나마 덜했을 걸, 꼭 엎친 데 덮친다고 가난은 늘 할머니와 지은이를 따라다녔다. 안 해본 일도 없다. 파출부는 기본이고 야채, 생선, 과일 장사 등 노점 일도 닥치는 대로 했다. 며느리 마저 폐결핵으로 떠나고 아직 어린 지은이를 누구보다 귀하고 또 귀하게 돌봐온 할머니. 어느덧 지은이도 열 다섯 살 중학생이 되어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생활이 어렵다 보니 할머니는 지은이에게 늘 죄짓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파출부로 벌어들인 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던 것도 이제는 할 수 없게 됐기에, 몇 푼 안 되는 국가보조금으로만 오롯이 살아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은이 고등학교에도 보내야 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먹이고 입히고 해야 하는데…. 할머니의 걱정이 태산처럼 높았다.

할머니는 현재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은 데다 오랜 파출부 생활로 관절염까지 생겨 병원에도 꾸준히 다녀야 한다. 어디 한 군데 성한 곳 없이 몸이 말이 아니다.

‘허리수술만 받지 않았어도 파출부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오히려 자신을 원망하는 할머니. 어느새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좀처럼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다가도 지은이 얘기만 나오면 근심 가득한 얼굴이 되는 건, 아마도 저 세상으로 가버린 아들과 며느리 얼굴이 겹치기 때문일까. 이제 지은이는 할머니의 모든 것이고 유일한 희망이다.

‘이 동네에는 혼자 사는 노인들도 많은데 나한텐 지은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위안을 삼지만, 엄마 아빠 없는 지은이에게 할머니마저 없었다면, 살붙이 하나 없는 이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은이는 알고 있을까. 지은이에 대한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서로에게 아픔이자 위안이 되고 있는 모녀나 다름없는 할머니와 손녀. 앞으로 가야 할 먼 길을 가난 때문에 주저 앉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작은 정성은 지은이에게도, 할머니에게도 분명 큰 선물이 되어 따듯한 겨울을 안겨줄 것이다.

최숙정 할머니와 지은이에게 사랑의 손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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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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