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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 문양에 깃든 우리의 세계전통과 현대를 붓 하나로 이어 8만 4천 문양 탄생시킨 단청장 김윤오 씨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01.12 17:52

손에 연필과 자를 들고 정성스럽게 도안을 그려나가는 김윤오(51)씨. 하얀 종이 위에 생명을 불어 넣듯 조심스럽다. 그는 한국 문화재보존수리 단청 기술자로 갖가지 색과 문양으로 옷을 입히는 장인 중의 장인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월정사, 송광사, 불국사, 마곡사를 비롯 무녕왕릉, 김유신 사당 등 한국의 위대한 문화재 보수작업에는 그의 손길이 빠짐없이 닿았다. 수천 년간 내려오는 전통 단청을 원래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12년간 8만 4천장이라는 새로운 창작 단청 문양을 끊임없이 연구해 작품 창작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고된 창작으로 전통의 맥 이어
단청장 김윤오 씨는 열여덟에 고 한성석 선생 문하로 들어가 단청의 길에 들어섰다. 그 후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직 한길만을 고집하고 있다. 단청장의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닌데도 그는 모든 것이 순리에 따르면 아주 간단하다고 말한다.
“단청 문양을 보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세상의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어요. 하나하나 순서대로 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완성되지요. 이 문양이 어렵고 또 복잡해 보이지만 여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기에 순서대로 하면 간단해요.”
도안을 그리고, 그것을 다시 옮겨 붓으로 수백, 수만 가지의 문양에 색을 칠하는 단청 작업은 무엇보다 인내심 없이 완성될 수 없다고.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그가 단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79년. 고 한석성 선생 곁에서 8년간 어깨 너머로 배워온 단청 기술로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획득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는 기술자로 번듯한 회사에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자연히 가정도 일구고, 돈벌이도 쏠쏠했다고. 하지만 1991년 김씨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단청의 창작에만 매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불교 역사가 1천 7백년이에요. 그런데 단청 문양은 2·3백가지로 한정돼 있어요. 여기서 항상 갈증을 느끼고 아쉬웠어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자 그려봤지요. 번번이 실패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참선하는데 문득 단청문양이 떠올랐어요.”
그때부터 작은 밥상 하나를 놓고 단청 문양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는 그. 뭐에 홀린 사람마냥 단청 문양을 그리는 거 외에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작은 골방에서 12년의 세월을 단청 문양과 함께 보냈다. 그의 단청 문양에는 세상 살기 힘든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소망과 염원이 배어있다. 단청 문양 하나하나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창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고된 창작으로 단청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단청장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아 오고 있다. 배우고자 찾아오는 이라면 누구라도 제자로 받아들이고 혹독하게 훈련한다.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단다. 그런데 요즘 들어 순수한 의미를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이가 줄어 아쉽다고.
“우리의 것을 전하는 일인데 순수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전통의 맥이 끊겨 버려요. 많은 사람이 배워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간다면 그것만큼 좋고, 또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 것 세계에 알려야죠”
단청은 선사시대 토기를 채색하는 것부터 시작, 몸에 색칠을 하거나 문신을 새기는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의 단청은 목조건축물에 격조를 높이거나 썩기 쉬운 목재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능 등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단청의 무늬는 현재 유형에 따라, 크기에 따라 긋기, 모루, 금모루, 금단청 등 다섯 가지로 나누는데, 집의 격조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이런 단청 작업에 쓰이는 물감은 안료라는 유기 용제에 녹지 않는 착색제이다. 아연, 티탄, 철 등을 이용해 만든 천연광물의 색으로 오늘날에는 이러한 천연광물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철, 구리 같은 것을 물에 우려서 원하는 색을 빼냈어요. 그게 오죽 했겠어요. 독한 성분을 밤낮 몸에 달고 사니 피부가 하루도 성할 날이 없었지요. 게다가 지금처럼 어디 가설재라도 튼튼했나. 나무와 나무를 못으로 엮었으니, 그게 얼기설기 해서 발만 잘못 디뎌도 삐그덕 거렸지요. 천장에 단청작업을 하는 일은 가슴 철렁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는 그가 창작해 낸 우리의 단청 문양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렇듯 끊임없이 단청의 전통을 이어가는 김윤오 씨. 8만 4천장의 창작 단청 문양을 선보이며, 얼마 전 전시회를 치렀으면서도 여전히 창작의 열정이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정교한 도안과 붓 놀림, 그리고 단청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통해 인내로 만들어가는 단청장의 길이 고단해도 한사코 한길만을 고집하는 그.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통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내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전통의 장엄한 기운이 전해 왔다.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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