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로열우스터 과일그림 금커피잔세트. 화려하고 정교한 과일무늬가 일품이다.(사진 유럽자기 박물관 제공)

‘과연 사람의 손으로 저것들을 만들었을까’.
찻잔부터 장식용 화병, 시계장식, 게다가 유명 화가의 그림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림액자까지 그 모양도 용도도 다양하다. 가히 유럽왕실에서 쓸 법했던 자기들이다.

경기도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 한 켠에 아담한 자태로 마련돼 있는 부천 유럽자기박물관, 이곳에 가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유럽자기를 실제로 만나 볼 수 있다.

실크로드 따라 흘러들어간 자기 문화

서울 평창동에서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던 복전영자(현 유럽자기 박물관 관장)씨가 평생을 수집한 자기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870여 점을 부천시에 기증해 문을 연 부천유럽자기박물관. 이곳에 가면 18세기 자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독일, 영국, 프랑스, 덴마크의 화려한 자기와 유리로 된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렇듯, 유럽에 동양의 자기가 전파된 것은 18세기 초,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도자기가 유럽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백색자기 문화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 자기를 포셀린(Porcelain)이라고 칭하는 것은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소개했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며, 보통 자기를 일컬어 차이나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의 China에서 유래 된 것이다.

유럽자기 박물관에는 유럽의 앤틱가구들과 다양한 크리스탈 제품을 한 눈에 엿볼 수 있다.(사진 박물관제공)

박물관 정미현 학예사는 “1709년 독일 마이센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자기가 제작된 것을 시초로 유럽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자기를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는데, 당시 백색 자기는 금보다 귀한 것으로 간주되어 왕실과 특정 귀족사회에서만 소유할 수 있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전했다.

자기를 사용하기 전 유럽 왕실 식탁에는 은으로 된 그릇이나, 유리 그릇, 목재 그릇을 사용해 왔다. 그러다 동양에서 건너온 신비의 자기를 자기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화려하게 승화시켰고, 금테 장식을 두르는 등 부와 권력의 상징을 나타내는데 사용, 귀족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초기 유럽 자기의 특징은 동양적 문화와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유럽자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동양적 오리엔트 문양이나 코발트 색 등의 발색기법들을 보면 동양의 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근대에 와서는 화려한 색상을 이용, 서구 취향에 부응한 패턴으로 변화 발전되어 갔으나 여전히 동양의 맥이 이어져 내려 오고 있다.
나라별로 그 특색이 다르다는 것은 유럽 자기의 또 다른 특징중 하나다.

박물관에는 각 나라별 자기를 마련, 이름만 들어도 그 명성을 알 수 있는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영국의 로열우스터와 로열덜튼, 덴마트의 로열코펜하겐 등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독일에서는 1709년 마이센이라는 지방에서 최초로 중국식 자기가 개발되었다. 마이센은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성과 소장가치 면에서 유럽에서 가장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는 자기다.

아우구스트 1세가 마이센에 도자기 공장을 설치하고 도공을 성에 가둬 자기 제조법을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게 했을 정도였다니. 그래서 일까. 마이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 만의 독창성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1704년 뱅센에 도자기 공장 문을 열고 마이센만큼이나 뛰어난 자기를 개발하기 위해 루이 15세의 지원 아래 세브르로 공장을 옮겨 중국식 자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왕실하면 떠오르는 영국. 영국의 로열우스터는 우스터라는 마을에 자기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 후에 로열이라는 칭호가 붙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기로 유명하고, 현재까지도 왕실은 이 자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그 명성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 나라 별 자기의 하단 부에 보면 고유 마크가 찍혀 있는데, 그 나라마다 시대마다 마크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독일 마이센의 경우 칼을 상징하는 그림이 시대별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영국의 로열우스터는 크라운과 5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왕실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왕관마크와 1751년을 의미하는 숫자 51이 써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학예사는 “마크를 제대로 공부한다면 여행지에서 어리석게 연도에 속아 제값을 넘게 주고 자기를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제적 감각과 안목까지 높여줘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꽃을 그려 넣은 세브르 평화의 꽃병.

유럽의 문화를 찬란하도록 아름다운 자기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럽자기박물관에는 이밖에도 유럽 각국의 오래된 앤틱 가구들과 함께 크리스탈 제품들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자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중국자기와 유럽에서 동양자기의 붐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고이마리, 사쓰마야키를 비롯, 베트남, 타이, 인도, 터키 등 다양한 동양 자기들이 테마 별로 그때그때 소개 되고 있다.

한편, 1월 30일까지 열린 동양자기의 신비 ‘유럽자기의 뿌리를 찾아서’기획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동·서양 자기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유럽자기박물관은 국제화 시대라는 흐름에 맞춰 자칫 힘들고 어려워할 유럽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제적인 감각과 안목을 높여주는 산교육의 현장이 되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따분해 하는 아이들과 일상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이들이 옛 유럽 왕실의 화려하고 찬란한 문화를 맞본다면 일상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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