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을 위한 수중운동 치료가 진행되는 방이복지관.(사진 복지관 제공)

“아휴~ 개운하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김숙영(가명)씨. 그동안 불편한 몸 때문에 대중탕에 가고 싶어도 미뤄왔었는데 큰 맘먹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대중탕과 다를 바가 없지만 조금만 눈여겨본다면 누구라도 이곳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바로 복지관에 설치돼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목욕치료실이기 때문이다. 정초를 맞아 몸단장을 하기 위해서 인지 방문한 이들로 복지관 안이 시끌벅적하다.

이렇게 대중탕을 맘 놓고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목욕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곳은 다름 아닌 방이복지관(관장 이준성). 지난 1998년 설립된 방이복지관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있다고?”

방이복지관의 목욕치료실은 겉으로 보아서는 여느 목욕탕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광경은 곳곳에 특별함 그 자체다. 일반 대중탕에서 주위의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마음 편안히 목욕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넓은 목욕탕 벽면에는 경증 장애인들이 지팡이 없이도 의지할 수 있도록 핸드레일을 설치해 벽 전체에 둘러놓았고, 욕탕 안의 수위를 일반 탕보다 낮춰 놓았다. 이는 장애인들이 넘어져도 전신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탕 안으로 들어가는 턱도 없애 장애인들이 쉽게 들락거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휠체어를 탄 채로 바로 목욕탕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최대한 장애인의 편익을 도모했다. 거기다 신체장애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목욕의자와 의자에 앉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매트까지 준비돼 있다. 그래서 인지 1998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하루에도 30~40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다.

원정선 케어복지사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일반 대중탕을 이용할 때 많은 장애인분들이 불편함을 느꼈다고 해요. 그런데 복지관의 목욕치료실을 이용하고부터는 그런 불편함이 없어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남성이, 목요일과 금요일은 여성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제한은 특별히 두고 있지 않지만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복지관에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월풀이 내장된 특수욕조가 마련돼있다. (사진 복지관 제공)

중증장애인을 위한 월풀이 내장된 특수 욕조도 마련돼 있다. 이 욕조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도록 리프트가 있어 누운 채로 욕조 안에 몸을 담글 수 있다고. 때문에 언제든 가족이 직접 목욕을 도울 수 있다.

복지관 2층으로 올라서면 목욕치료실과는 사뭇 다른 수중운동치료실이 있다. 이곳은 척수 및 뇌변병 장애아동들을 위한 수(물)치료가 진행되는 곳. 1m 남짓한 물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손상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중력이 있는 땅과는 달리 물에는 부력과 물의 저항, 그리고 수압이 있어 손상된 근육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수치료가 다른 치료방법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 서울장애인복지관과 군산장애인복지관, 충북장애인복지관 등 몇몇 복지관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김순재 물리치료사는 “처음 아이들이 물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만 물과 친해지고 나면 물속에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져요. 이러한 움직임은 장애아동들의 운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는 장애아동에게 물에 대한 적응력과 근력, 지구력의 증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각과 균형감각 등을 촉진하며, 특히 엄마와 함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이 자연스런 피부 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치과 마련

일반 치과에서 치료받기가 어려웠던 장애인을 위한 전용치과를 마련하고 있다.(사진 복지관 제공)

 이 밖에도 지역 내 치과의들이 봉사당번을 정해 직접 복지관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치과실을 내방,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신체적 불편함으로 일반 치과 시설을 이용하기가 힘들었던 점을 감안해 지역 안에 생긴 유일무이한 장애인 전용 치과인 셈이다.

언제나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방이복지관. 이곳은 지역 사회의 장애인들을 위한 전문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줌으로써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모든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웃는 그날까지 방이복지관의 끊임없는 노력이 계속 되길 기대해 본다.
(문의: 02-3432-0477 www.bangiwelfare.or.kr)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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