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하씨. 요즘 은근히 생리가 즐겁고 기다려진다. 틈틈이 새로 만들고 있는 면 생리대를 빨리 써 보고 싶어서다.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생리 때만 되면 늘 울상이었던 그. 생리대가 직접 맞닿은 부분이 늘 짓물러 쓰리고, 그 주변에는 오돌토돌 뽀루지가 나 가려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냉이 많아 평소에도 냄새에 무척 민감한 편. 그러다 보니 이 때만 되면 더 냄새가 날까봐 신경이 곤두서곤 했던 터다.

하지만 면 생리대를 만들어 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내 몸에 맞게 만들어 불편함을 줄이고, ‘여성이니까’ 숙명으로만 여겼던 만성 피부질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즐거움은 비단 김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건강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김씨처럼 ‘생리’와 건강하고 즐거운 말 걸기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여성 60%, 따가움과 가려움증 시달려 

대안생리대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0년부터 있어 왔다. 이런 움직임은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피자매 연대 느림(26)씨는 “20~30년 전 일회용 생리대를 쓰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생식기 질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특별한 질환이 아니더라도 질염,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을 겪는 여성이 대부분이거든요”라고 말한다.

실제 지난 2002년 5월 한국여성민우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9%인 429명이 생리 후 피부질환, 가려움증, 짓무름 등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유해성 지적은 ‘블러드 시스터즈’라는 캐나다 여성들이 먼저 제기했다. 캐나다 여성의 경우, 패드 생리보다 탐폰이라는 질 내에 삽입하는 생리대를 많이 쓰는데, 이것을 쓰던 여성들 가운데 쇼크를 일으키고 심지어 사망한 사람이 생긴 것이다.
“탐폰 안에는 있는 솜을 하얗게 하고 빨리 굳게 하기 위해 여기에 각종 환경호르몬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첨가하고 있는데, 이런 첨가물은 극소량이지만, 몸에 닿으면 축적되고 나중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요. 탐폰뿐 아니라 흔히 쓰는 일회용 생리대도 이런 성분이 첨가되어 있는데, 그 영향으로 질염, 피부질환 등을 일으키는 거예요. 실제 면 생리대를 사용해본 사람은 이런 피부병도 없어지고 냄새도 적게 나고 생리통도 줄었다고 입을 모아요.”

이런 주장에 일회용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는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맥도날드 사가 소비자들에게 햄버거가 왜 몸에 안 좋은 지 근거를 대라는 것처럼 말 안 되는 논리라는 게 느림 씨의 주장이다.
느림 씨는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써 보면 몸이 먼저 알고 느껴요”라고 말한다.   

그 역시 지난 해까지 10년 남짓 일회용을 사용했다. 처음 월경페스티벌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체질적으로 생리통도 없고, 일회용에 대한 알러지도 거의 없어 ‘이런 시대에 무슨 면 생리대야. 언제 빨고 삶기까지 하라고 저런 소릴 해. 오히려 여성들의 가사노동만 더 늘리는 여성 억압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콧웃음 쳤다.

그러던 그가 면 생리대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 보면서 180도 생각이 바뀌었다.
“면 생리대만큼 여성들의 건강을 생각한 게 없어요. 조금만 관심있게 살펴보면 대안생리대는 여성의 건강뿐 아니라 환경, 자본주의와도 맞물려 있는 중요한 문제예요.”

하지만 써 보지 않은 여성들은 혹 건강상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대부분 처음 느림 씨처럼 냉담한 반응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일회용 생리대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향기 작업실 이은영(34)대표는 “일회용 생리대가 전적으로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필요에 의해 나온 거니까. 무엇보다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하지만 편리성 그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일들이 있어요”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만 보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을 채취하고, 생산해 내고, 사용하고 폐기되는 전 과정을 지켜본다면 편하다는 것으로 일회용을 사용하기에는 이후에 감수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엄청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약 20년 가까이 생리를 했는데, 제가 그동안 쓴 일회용 생리대를 좁은 공간에 놓고 태운 공기를 제가 마시면 아마 저는 죽을 거예요. 그만큼 유해하다는 거죠. 매립해도 500년 동안 썩지 않아요.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편하다는 이유로 쓰고 있지만, 난지도에 가보세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잖아요.”

3년째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는 박채란(27)씨는 편리함의 지점은 익숙해지는 수위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면 생리대를 쓴다고 더 번거로운 것도 아니에요. 일회용 생리대도 사러가야지, 비용 들지, 사용 후 보이지 않게 꽉꽉 싸매야지. 어떻게든 품은 팔아야 하잖아요. 대안생리대라고 거창하거나 어려운 게 아니에요. 말보다는 일단 한번 써 보고 일회용이든 대안 생리대든 선택 했으면 좋겠어요.”

생리, 여성 문제만이 아닌 공동체 문제

4개월 전부터 면 생리대를 쓰기 시작한 이순아 씨. 처음 면 생리대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에는 여느 여성들처럼 ‘새지 않을까. 냄새는 나지 않을까. 사용한 생리대를 어떻게 가지고 다녀. 빨기가 무척 불편하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직접 쓰면서 생각자체를 바꾸니까, 이렇게 사용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특히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다. 생리하는 날에는 어느 때보다 옷차림에도 자유롭지 못한테 면 생리대를 하면 더 티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씨는 “면 생리대를 하더라도 웬만한 바지를 입으면 티가 안나요. 만약 불안하다 싶으면 그 때는 좀 긴 상의나 헐렁한 바지를 입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혹 티가 나면 어때요. 생리하는 게 감춰야할 만큼 부끄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이런 것을 보면 남성주의와 상업성으로 만들어진 광고의 문제인 것 같아요. 생리대 광고를 보면 대부분 ‘그 날도 상쾌해요. 티가 나지 않아요’라고 선전하는데, 여성이면 누구나 그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잖아요”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일회용생리대가 얇은 것을 강조하지만, 얇아질수록 휴대하거나 옷을 입을 때 좋지만 몸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얇은 생리대가 어떻게 과다한 양을 흡수해 낼 수 있겠어요. 활동성과 기능성을 강화하기 위해 생리대 안에 프로폴린이란 화학품을 첨가하는데, 이는 생리 혈이 흐르지 않도록 혈을 젤리형태로 굳게 해줘요. 이 성분은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는 거예요. 생리대가 얇을수록 이것을 많이 사용한다는 건데, 차라리 두꺼워 티가 나는 편이 더 낫죠.”

면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새지는 않을까다. 하지만 그것은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우려라고 지적한다.
“개인 생리 양에 따라 다른데, 양이 많은 날은 안감을 여러 개 넣어서 사용하면 되고 밤에는 엉덩이를 넓게 만든 대형을 사용하면 샐 염려가 적어요. 처음에 사용하는 분은 워낙 면 생리대가 뽀송하다 보니, 언제 갈아줘야 할지 몰라서 바꿔야할 시기를 놓쳐 새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일정 정도 적응이 되면 노하우가 생겨요.”

빨래의 귀찮음과 두려움, 아마도 대안생리대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직장과 가사노동으로 바쁜 여성에게 빨래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 피지만 눈으로 보고 만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리낌도 크다. 불결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동안 생리대를 불결하다고 느꼈던 건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설거지를 예로 들면 설거지 할 때는 음식물이 지저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쓰레기로 담기면 지저분하잖아요. 그냥 속옷 빨듯하면 돼요. 하루정도 물에 담갔다가 빨면 삼지 않아도 깨끗해요. 종종 식구들 때문에 망설이는 분도 있지만,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생리대를 만들고 빨아 쓰는 건 귀찮은 게 아니라 삶에 필요한 기술이 하나 더 느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터교회 박후임(46) 목사는 생리대를 빨 때 느낌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거라고 말한다.
“빨 때 약간 피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핏물이 퍼져나 가는 모습이 그리 예쁠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생리대를 빨면서 내 건강도 체크할 수 있어요. 피곤할 때는 검고, 덩어리가 많이 나오고, 몸이 가벼우면 핏빛이에요. 빨래하고, 개키는 과정은 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 달 한 달 내 몸을 만나면서 내 자신이 귀하게 여겨져요.”

대안생리대의 목소리가 높다 보니 반면 공격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회용생리대 시장은 연간 약 2900억원의 안정적인 시장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중 환경적인 면에서 생리 혈을 빨면 오염되지 않냐는 것이다.
“이는 전체를 보지 않고 하나의 현상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로 빨래를 하는 것은 전혀 오염이 안 된다고 할 수 없지만 오염이 되고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순환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봐야 해요. 물은 오염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스스로 갖는 반면, 일회용 생리대는 순환되지 않아요. 완전히 썩으려면 약 500년의 시간이 걸려요. 고스란히 쓰레기가 되는 거죠. 더 나아가 펄프를 얻기 위해 제 3세계 숲을 황폐화 시켜요. 생산에서부터 폐기까지 일회용은 엄청난 환경파괴를 낳아요. 그렇기에 대안 생리대는 단순히 여성 문제만은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삶의 운동이에요.”

대안생리대, 미래 사회를 위한 건강한 움직임

‘20년 가까이 생리를 했지만 요즘처럼 흥미있게 생리한 지는 처음이다. 처음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생각보다 쉽네’였다. 그리고 처음 빨래를 한 순간과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더럽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경의로웠다. 나는 오늘도 면 생리대를 빤다. 더럽다고 생각했던 생리대가 새하얗게 변하는 모습에서 내 몸이 웃고 있음을 느낀다. 불게 피어오르는 핏물이 내 몸에서 빠져 나온 생명이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이는 얼마 전부터 면 생리대를 쓰고 난 소감을 적은 박노숙씨의 후기다. 작은 것이지만 여성들에게는 귀한 경험이다. 

새터교회 박후임 목사는 “면 생리대를 쓰게 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리를 빠르고 깨끗하게 처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요. 빨기 위해서는 어디든 장기간 물에 담궈 놓았다 빨아야 하거든요. 조금은 더 느린 생활을 하게 하는 거죠. 녹색가게에서 면 생리대를 팔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이미 빠르고 간편한 것에 익숙해진 사회라 무턱대고 바꾸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바쁜 것으로 중요한 것을 많이 놓치는 것 같아요. 면 생리대는 이런 지점들을 다시금 생각하고 잡아주는 귀한 몸짓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몸의 순환, 자연이 순환되는 사회를 꿈꾸는 대안생리대운동. 얼마 전 동남아에 발생한 자연재해를 볼 때,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여성을 볼 때, 갈수록 사막화 되어가는 지구를 볼 때, 이런 운동은 그저 특별하고 유별난 여성주의, 환경주의자들의 외침만은 아닌 것 같다.

건강하고 푸른 사회를 위해 조금씩 불을 지펴 나가고 있는 대안생리대. 지금 당장은  불편하지만, 그 작은 천 하나로 매달 여성들이 얼마나 건강해 질까, 숲은 얼마나 푸른 잎으로 하늘거릴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글/김은미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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