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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가도 ‘같이’ 가야죠!”인식개선·교육·직업개발 등 시각장애인 복지향상과 자립지원 위한 부산한 행보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4.01 18:28

“시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보다 남모를 서러움이 많아요. 88올림픽 이후 편의시설이 많이 설치됐지만 개별 장애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적어요. 보도블럭, 점자설명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생색내기식 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요. 보도블럭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툭 끊기기 일쑤, 그렇다면 막다른 골목을 만난 것 같은 막막함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장애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지만, 장애인이 불편함을 극복하고 사회에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정보화교육·전공도서 번역 등 자립지원 힘써


잠자고 있던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깨우는데 앞장 서온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김록현 관장. 그 동안 그는 인식개선, 교육, 직업개발 등 시각장애인의 권익을 위해서는 늘 팔을 걷어붙여 왔다. 하지만 그런 그가 요즘 시각장애인들에게 핀잔을 먹기 일쑤다. 생활 속 자립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요리하고, 청소하고 다 해요. 물론 우리나라는 외국만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는 않아 어려움이 있어요. 그렇다고 누군가 해주기를 바랄 수만 있나요? 이제는 적극적으로 자립생활에 나서서 자립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통합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거예요.”

자립생활에 관심이 큰만큼 김 관장은 이를 위한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맞춰 정보화교육에 큰 관심이다. 정보통신부와 함께 화면을 읽어주는 드림보이스를 개발해 자유롭게 정보접근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대학생과 수험생들을 위해 복지관에서 전공 도서를 점자로 변역해 제본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필요한 책을 신청하면 언제든 점역 제본을 해준다.
‘자립’. 이는 아마 대다수의 장애인의 꿈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자립은 불가능한 얘기다. 김 관장 역시 자립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더욱이 시각장애인의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 안마와 침술, 점술 정도다. 그렇기에 김 관장은 틈만 나면 직업개발에 남다른 촉각을 내세운다.

구하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 맞는 걸까. 항상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최근 새 분야를 발굴했다. 비행기 내에서 사용한 헤드폰을 수거, 정리하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홍콩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이런 작업을 시각장애인이 하더라고요. 여기서 착안, 국내 항공사에도 제안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도 하루 평균 약 1만 8천개 정도가 필요하거든요. 꽤 많은 물량이에요. 하지만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며 무시하더라고요. 게다가 이미 대행업체가 있어 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옹골차게 기회를 달라고 하니까 결국은 2천 개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현재 14명의 시각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었다. 개당 작업 단가는 800원. 결코 낮은 금액은 아니다. 복지관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항공사 전 물량을 따는 것을 야심찬 목표로 하고 있다. 보호작업장도 새로 마련하고 있다. 복지관 옆에 5층 건물로 작업장과 기숙사를 함께 짓고 있는데 올 4월 완공 예정이다.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면서 그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있다. 바로 중도 장애인들에 대한 부분이다.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의 경우 촉각이 무척 발달해 있어요. 또 배우려는 의지도 크고요. 하지만 중도장애인은 적응하는데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해요. 장애를 인정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대개 절망하고 혼자 고립된 생활을 하려고 해요. 하지만 겁내지 말고 이런 곳의 도움을 통해 한 뼘 두 뼘 일상의 접촉을 늘리고, 한 걸음 씩 세상 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장점은 나누고 모자람은 채워가요”


복지관 관장에, 전국시각장애인복지관협회 이사와 서울협회 감사 까지. 그 앞에는 제법 묵직한 타이틀이 많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말은 경직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점심 급사에서 후원인 모집까지 더 부지런히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속된 말로 관장은 구걸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요구를 하거든요. 이렇게 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좀더 나은 사회, 모두가 기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거니까요.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게 관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역지사지’. 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자, 그의 삶을 이끌어온 철학이다.  
“처음 관장을 역임했을 때는 내 눈높이대로 하다 보니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낮추고 시각장애인, 직원 입장에서 같이 가니까 자연적으로 조화를 이루더라고요. 아마도 더불어 사는 사회란 바로 이런 사회가 아닌가 싶어요.”

120여 명의 직원을 책임지는 관장으로서 리더쉽을 발휘하느라 때로 싫은 소리를 해야할 때도 있지만, 어떤 행동에 앞서 직원의 입장에서, 나아가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걸음을 같이 하려는 김 관장. 속도가 늦어도 손잡고 같이 가는 사회를 꿈꾸는 그의 바람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즐겁게 동행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김은미 사진/정현주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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