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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먹고 건강하게 크렴”가슴 시린 아이들에게 풍성한 마음 젖 물려 키우는 고향 품 같은 엄마들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7.13 23:51


‘앵-’
아이가 울자, 보육사 엄마의 손이 부산해진다. 한참을 어르고 다독이자 겨우 울음을 멈췄다.  휴∼! 한숨 돌려볼까. 하지만 웬걸, 금세 다른 곳에서 ‘으앵-.’ 이번엔 합창이다. 한 아이가 울자, 그 소리에 잠이 깬 다른 아이들까지 따라 운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우유를 타보지만,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급한 대로 무릎까지 활용해 흔들 침대를 밀어준다.


서울 동방사회복지회 아동일시보호소. 이곳은 사정상 버려지는 아이들이 입양이나 시설로 보내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다. 매일 수 명의 새로운 아이들이 입소하고 퇴소한다. 이들을 내 자식처럼 마음의 젖을 물려 키우는 보육사들.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짧은 연을 맺고 있지만, 늘 한결같은 포근함으로 엄마가 되어주고 있다.

좋은 부모 만나서 건강하게 크는 게 가장 큰 보람

우유를 먹여서인지 잠든 아이들로 모처럼 방안이 조용하다. 그렇다고 쉴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는 평소 못한 잡무를 봐야한다. 서울 동방사회복지회 일시보호소 보육사인 김송미(41)씨는 이따가 쓸 젖꼭지를 일일이 점검하고 아이들이 깰까 조용히 소독함에 넣는다. 일반 직장에 다니다 아이들이 좋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씨. 벌써 12년째다.


“엄마가 고3 때부터 10여 년간 위탁모를 했어요. 그 영향을 받았는지 아이들 돌보는 게 좋더라고요. 지금 1.4kg∼1.5kg 정도 되는 조그만 미숙아들을 돌보는데, 신기하고 재밌어요.”


현재 8시간씩 3교대로 근무를 한다. 그 시간동안 평균 우유를 3차례 먹인다. 보육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이는 약 10명∼12명 정도인데, 한 번 우유 먹이는데도 약 2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고, 애만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잡무를 하다 보면 쉴 틈 없이 8시간이 금세 간다.


‘애-앵-’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또 울음이다. 잠시도 얘기할 틈이 없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밥 줄게. 엄마 우유 타잖아. 조금만 기다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유를 탄다. 우유를 먹이면서 손목이 아픈지, 계속 주무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을 들었다, 눕히고, 계속 안고 있어야 하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다. 보육사들이 손목 관절을 비롯, 무릎, 허리 등 한두 곳 근육통을 갖는 것은 예삿일이다.


“근육통이 심하니까 파스를 붙이거나, 팔목 아대를 해요. 심할 때 물리치료까지 받으러 다녀요.”
세 사람이 한 조를 짜고 있어서 아파도 맘 편히 쉬지 못한다. 빨간 날도 그렇다. 그래서 3년째쯤 되던 해에는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 


“처음에는 2교대라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애들이 예쁜 걸로 3년은 그럭저럭 버텼는데, 나중에는 정말 체력이 안 따라줘서 못 하겠더라고요. 하루는 밤 근무를 나오는데, 힘이 없어 현관에서 철퍽 주저앉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계속 하라는 하늘의 뜻인지 그 즈음해서 3교대로 전환되더라고요. 힘들기는 해도 보람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그 정도는 즐겁게 감수해야죠.”


실제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순간순간 기쁨이 있단다. 특히 아이들이 웃을 때, 몸이 아파 우유를 잘 못 먹던 아이가 잘 먹을 때, 몸무게가 늘었을 때 등은 더없이 보람을 느낀다.


“아무리 보채고 힘들게 하는 아이들도 몇 번 눈 마주치고 우유를 먹이면 다 이뻐요. 울다가 순간 저를 방긋 웃는데 힘든 것을 금세 잊게 돼요. 그런 경험은 하지 않으면 몰라요.”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단다. 미숙아로 태어난 장애아였다.


“배영미라고 이름도 기억나요. 의사도 얼마 못살 거라고 했던 아이인데, 몇 차례 고비를 넘기더니 괜찮아지더라고요. 1년 동안 위탁가정에서 자라다가 입양됐어요. 아프던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너무 기특했어요. 얼마 전 한 선생님이 미국에 가서 그 애를 만났는데,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 알려주는데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일시 보호소라는 특성상 이곳에 온 아이들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두 달 머물다 입양 보내진다. 12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지금도 아이들이 입양 갈 때는 좋으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서걱거린인다.   


“아쉬워도 아이가 건강하게 커서 좋은 부모를 만나고, 사랑 받고 잘 자라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이고 보람이죠. 그저 아프지 말고 잘자라라고 기도하는 거죠. 한 가지 소망은 몸이 건강해서 오래오래 이런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요.”

비타민 같은 사랑 나누는 봉사자 엄마들

“수진아∼엄마 왔다! 잘 지냈어?”
오전 9시. 경기남부 아동일시보호소 안. 3명의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을 찾았다. 3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찾는 이들. 이곳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또 다른 엄마다. 보육교사 한 명이 많은 아이들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자원봉사자의 손길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 같은 존재다.  
자식 키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는 함순경(50)씨.


“보육교사 한 명이 12명을 돌보고 있는데, 바쁠 때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다 못 봐줘요. 이럴 때 우리가 조금 보완해 주는 거죠. 아이들을 씻기고 돌봐주면서 몸에 상처가 있거나, 열이 있으면 보육사한테 바로 얘기를 해서 조치를 하게 하는 거죠.”


작은 것 같지만, 이들의 세심한 관심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었다.
“으∼차! 얼마나 컸나 보자!”
함씨는 아이들을 목욕을 시키기 위해 기저귀를 벗긴다. 변기저귀를 갈며 색을 유심히 살핀다. 변을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데, 혹시 아프진 않나 보기 위해서다.


“참 신기한 게 같은 우유를 먹는데도 변마다 냄새가 달라요. 그런데 그 냄새가 싫지 않아. 그냥 다 예뻐요. 내 마음은 이런데, 정말 이해 안 가는 부모들이 참 많아요. 차라리 낳지를 말던가. 이곳 아이들 보면 마음 한켠이 서글퍼져요.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는데, 부부싸움을 하다 아이를 던져서 머리가 심하게 다친 아이에요. 두 번 수술해서 머리 전체에 꿰맨 자국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건강해져 보육시설에 갔어요.”


우연하게 자원봉사 멤버 중 한 명의 소개로 아이들과 연을 맺게 됐다는 박성자 씨.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목요일은 가게 문을 닫고라도 이곳에 온다. 


“아이들하고 있다가면 얼굴이 눈에 밟혀요. 보고 싶어서 목요일만 기다려지고요. 지금은 그저 다 내 아이처럼 무덤덤하게 돌보지만, 처음 왔을 때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사연을 듣고 아이들을 만나니까 눈물이 나는 거에요. 나는 내 아이를 잘 키우는데, 부모 잘못 만나서 학대받고 버려진다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내 자식 키운다는 생각으로 매주 오고 있어요.”


“에고, 우리 애기 잘 먹네. 졸려? 눈에 잠이 잔뜩 들어 있네.”


우유를 먹이며 아이를 바라보는 박씨의 눈에 뜨끈한 정이 가득하다. 그 정을 받아먹는 아이는 마치 햇볕에 광합성을 하듯 방긋 웃어 보인다.


“그러면 안 되는데 돌보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어요. 얼굴이 예뻐서라기 보다 잘 먹고, 잘 웃고, 탈 없이 커주는 아이들이요. 지금 안고 있는 아이가 그래요.”
“앞으로 우리 애기 보고 싶어서, 엄마 어떻게 하냐. 다음에 오면 없겠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주면 좋은 가정에 입양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에 휴대폰에 아이 모습을 찍어 담아본다. 볼을 비비며 한번 꼭 안아도 보다.


“아쉬워도 어떻게 해요. 좋은 부모한테 가는데 축복해 줘야죠. 순하고 예뻐서 사랑받을 거에요.”

잠깐이어도 ‘정’을 나누는 곳이에요

“혜진(가명)아, 머리 묶자. 오늘은 어떻게 묶어 줄까?”
“선생님, 솔희(가명) 머리는 제가 해주고 싶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둔 게 있거든요”
“그래.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 볼게.”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 머리 손질을 해준다. 한 올 한 올 땋아 예쁘게 말아 올려줬다. 혜진이는 만족한 듯 기분이 좋다. 경기남부일시아동보호소에서 7∼15세 여아들을 돌보고 있는 조홍이(33)씨. 벌써 7년째 이곳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고 있다.


“어릴 적부터 이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런 일을 꿈이었어요. 그런데 이상만 갖고 시작하다 보니 처음에는 부딪히더라고요.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곳에 오는 아이들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은 경우가 많거든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부모님을 떨어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학대받고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을 보는 게 힘들어요.”


일시보호소에는 비단 영아뿐 아니라 학대나 방임된 아동들도 잠시 머물고 있다. 아동들은 영아와 또 다르다. 영아는 입양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동들은 대개 이곳에 머물다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집에서 학대받고 워낙 힘들었던 아이들은 여기가 좋다고 하지만, 부모 사랑을 받다가 갑자기 상황이 악화돼 오는 아이들은 잘 적응 못하고 힘들어 해요. 한동안은 마음을 잘 안 열죠.”
그가 가장 마음이 아플때는 아이들이 아플 때란다.


“상처가 너무 커서 힘든 아이, 적응 못 해서 밥을 못 먹고 울고 그럴 때 안타깝죠. 막무가내로 집에 가고 싶다고 우는 아이가 있는데 이런 아이는 차라리 괜찮아요. 오히려 속으로 삭히고 앓고 있는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이 더 마음이 아파요.”


일일이 씻겨주고 먹여주는 일은 아니지만, 나름의 상처가 있어 더 세심한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세심한 관심은 고스란히 아이들을 키워내는 밥이 된다.
눈이 큰 그는 눈물도 참 많았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작년에 하늘나라로 보낸 한 아이가 생각 났는지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몸이 아파서 수술을 받았는데, 결국 떠났어요. 3년 동안 이곳에서 지내서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예요. 7살짜리인데, 평소에는 안 찾다가 마지막에 왜 자기는 엄마아빠가 없냐고 하는데 가슴이 저리더라고요.”


아무리 아이들이 좋다고 해도 24시간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취미활동도 할 시간이 없어요. 너무 안에만 갇혀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좀 힘들어요. 한편으로 나도 이런데, 한창 뛰어 놀 애들이 이곳에만 있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힘을 내요.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2박 3일 휴가를 가면 또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져요. 선배들이 아이들과 지내면 마약 중독처럼 못 헤어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2년 전 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굉장히 싫어하고 반대했어요. 지금은 반은 포기상태예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후회도 없고, 원하는 일하며 지내는 것이 오히려 축복인 것 같아요.”


워낙 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다. 물 흐르듯이 아이들을 맞이하고 보내지만 보낼 때는 서운한 감이 있다. 아무리 잠깐 있어도 정이 드니까.


“마음으로 힘들게 했던 애들이 갈 때는 더 힘들어요. 미운 정이 더 무섭다니까요. 아이들과 종종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시설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일부러 연락을 안 해요. 그래도 때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잊어버리면 섭섭하기도 해요. 경기도 시설 전체 체육대회가 일 년에 두 번씩 있어요. 나는 반가워서 아는 체를 하는데 이때 잘 못알아 볼 때 조금 섭섭하다. 적응 잘해서 학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버려지는 아이들이 가장 처음으로 오는 곳이다. 여기서 적응시키고 보육시설에 보내서 잘 크면 보람이 있다. 여러 번 오는 친구도 있다. 부모들이 키운다고 다시 데려갔는데, 형편이 안되니까 다시 오게 된다. 그 친구들은 그만큼 더 상처가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사랑을 많이 줘도 안으로 깊게 패인 흔적들은 쉽게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고.


“지금 상황은 좋지 않지만 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음 문 열게 하는 햇살같은 존재

하루에도 썰물과 밀물처럼 아이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일시보호소. 일시적이고 긴급하게 돌아가다 보니 고물줄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회적 지원이 적어 빠듯한 일손으로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고루 사랑을 주는 것은 벅찬 일이다. 그럼에도 학대와 방임, 결손으로 버려졌다는 깊은 상처에 마음 옷을 꽁꽁 여미고 그늘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포근한 햇살로 조금씩 녹여 스스로 여민 마음을 풀게 다독이는 보육교사들. 잠깐 거쳐가는 곳이지만, 찬 겨울 뜨끈한 국밥 한 그릇처럼 허기진 마음을 부르게 하는 귀한 이들이다.                                         글/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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