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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구령 소리에 가족사랑 ‘쑥쑥’함께 달리면서 행복한 추억 만들기 나선 가족마라토너들 “꼭 완주할 거예요”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07.14 09:48


온 나라가 초록 물결로 싱싱한 생동감이 흐르던 지난 4월 5일 식목일.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관장 김현숙) 안마당은 수많은 인파로 생기가 출렁거렸다. 봄기운을 맞으며 손에 손을 잡고 가족들이 함께 봄날의 달콤한 휴일을 맞으러 나온 것이다.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부터 50을 바라보는 늦깎이 아빠까지 한마음 되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바로 가족 마라톤 대회가 열렸기 때문. 대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족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었다.

“오늘 일등하고 싶어요”

벌써 일곱 번째 해를 맞이하는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의 ‘가족마라톤대회.’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안에서 손꼽히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은 재래시장만큼 북새통이다.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두 시간 전부터 그곳에서 지역 주민들은 복지관이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맘껏 향유하고 있었다. 복지관 측은 간단한 간식도 만들어 놓고, 내로라하는 춤꾼들을 모아 DDR 경연대회로 한층 분위기도 복 돋았다. 축제가 따로 없다.

복지관 한켠에서 일곱 살 박이 정훈이가 아까부터 줄을 서서 자기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따가운 봄빛 아래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정훈이의 차례가 왔다.
“얼굴에 멋있는 그림 그려주세요. 오늘 달리기 일등하게요. 선생님, 알았죠? 멋있게요.”

페이스 페인팅으로 한껏 멋을 부린 정훈이가 거울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마라토너가 된 듯 각오를 비췄다. 비단 정훈이뿐 아니다. 신이 난 아이들로 복지관 마당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부모들도 모처럼 나온 가족 나들이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듯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일원동에 사는 석미경(37)씨는 “아이가 먼저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자고 했어요. 아이 아빠도 흔쾌히 승낙했고요. 이렇게 나와 보니 휴일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네요. 오늘 우리 가족 꼭 완주 할 겁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가족들과 함께 축제의 현장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지연이(9). 엄마 아빠와 12개월 된 동생 아연이와 함께 마라톤에 참여하면 우승을 놓칠 거 같다고 걱정하던 지연이는 고민 끝에 당당히 어린이 반에 혼자 등록했다.

“가족과 같이 가면 우리 팀이 꼴찌 할 걸요. 그래서 혼자 뛸 거예요. 나라도 일등하면 좋잖아요. 엄마는 아연이 유모차를 끌어야 하기 때문에 늦어요.”
이런 지연이가 자랑스러웠는지 아버지 성낙준(41)씨는 어느 새 지연이의 든든한 응원자가 돼 있었다.
“우리 지연이가 승부욕이 아주 강해요. 아마 우리와 함께 뛰면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봐요. 혼자 뛴다고 하지만 우리가 곁에 있으니 걱정 없어요. 온 가족이 함께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마라톤에 참여해서 너무 좋네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드디어 마라톤 대회를 알리는 개회식이 시작됐다. 참가자 유형별로 줄을 맞춘 730여 명의 참가자들. 유모차를 탄 아이도 등장했고, 목마 탄 아이도 눈에 띈다.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는 아빠도 있고, 할머니도 왔다. 오늘 하루, 가족 모두 하나가 되기로 한 것이다.

복지관 유아스포츠단인 한서(7)는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달리기는 자신 있어요. 선생님도 볼 거죠? 내가 얼마나 잘 달리는지 보면 놀랄 거예요”라며 준비운동에 돌입했다.
여기저기 마라톤을 위해 준비운동을 하느라 분주한 틈에 행사 진행요원들은 가족들이 달릴 마라톤 코스를 정비하고 나섰다.

드디어 오후 2시. ‘땅~’하는 소리와 함께 복지관 앞마당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본격적인 마라톤이 시작된 것이다. 복지관을 출발, 삼성의료원을 지나 수서 역에서 다시 복지관으로 오는 4.5㎞ 코스로 이루어진 이번 대회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골인 지점에 도착해야 한다.

“가족의 참의미 깨워 줘요”

“성준아~ 천천히~ 천천히~ 너무 빠르다. 그렇게 달리다간 끝에선 힘들어서 못 뛰어!”
아빠와 아이, 그리고 엄마가 나란히 뛰는 모습이 너무도 정겨워 보인다.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따라 발을 맞추는 가족들의 발소리에 마음까지 벅차오른다.
중간 쯤 뛰었을까. 서서히 아이들이 지치기 시작했는지 뛰는 이보다 걷는 이가 더 많다. 덜컹거리며 열심히 따라오던 유모차 안의 아기들은 어느 새 꿈나라로 향했다. 너무도 평온한 모습에 길가에 활짝 핀 샛노란 개나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아빠의 목마를 타고 가는 아이의 모습도 들어온다. 어느 새 아빠의 등은 땀으로 축축이 젖었고, 이마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그래도 온 가족이 함께 하기에 행복하기만 한 듯 표정이 살아있다. 어깨 위에 올라앉은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연신 아빠의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낸다. 이게 바로 우리의 가족인 것이다.
이렇듯, 가족들이 참여한 대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마라톤이 아닌 우리 가족의 참의미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김현숙 관장은 “슬프거나 기쁘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게 가족이죠. 서로 나누고,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꾸짖으며 공유하는 거예요.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가족사랑은 물론 이웃사랑까지 실천하는 자리가 됐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골인 지점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든든한 엄마 아빠를 앞세우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골인 지점에서 만난 하혜정(38)씨. 아들 현승(6)이와 남편 김종원(40)씨와 함께 한 특별한 휴일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게 됐다며 완주한 기쁨을 전했다.
“온 가족이 휴일에 이렇게 나와 함께 보람된 시간을 보내서 좋았어요. 몇 등을 했느냐보단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족 마라톤에 참여하고 싶어요.”글/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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