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더불어캠페인
“늘그막 나눔 하나로 웃음꽃 피워요”식사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16년간 나눔 전하며 황혼 즐거움에 빠진 ‘실버특공대’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07.14 10:04


“어서오세요. 저 자리에 앉아 계세요. 금방 밥이 나옵니다!”
지난 4월 13일 사랑의 전화 마포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레스토랑’ 안은 기분 좋은 온기로 가득했다. 깊게 패인 주름에 흰머리가 무성한 노인들이 머리카락만큼 새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물밀듯이 밀려드는 인파 정리에 부산하다. 점심을 해결하러 온 노인 못지않을 만큼 황혼을 맞이한 봉사자들.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갈 법도 하건만 봉사단은 180여 명의 무료급식이 끝날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원봉사에 여념이 없다.

일상이 되어버린 ‘나눔’

사랑의 전화 마포종합사회복지관의 명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랑의 레스토랑’ 실버무료급식 봉사단. 하나 둘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더니, 지금은 10여 명이 넘는 식당 안주인이 탄생했다.
최순희(65)씨는 “복지관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았는데 그때, 복지관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식당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단 얘길 듣고, 자연스레 그냥 시작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뜻에 맞는 사람 한둘이 모여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16년이 넘게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복지관 안에서 그들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다.

엄영수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70대의 고령임에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음식준비를 하고, 레스토랑을 청소해요. 또 급식이 끝나면 뒷정리까지 아주 말끔히 하시죠. 우리는 봉사단을 ‘실버특공대’라고 불러요. 그만큼 대단한 분들이에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0대 꽃다운(?) 나이에 봉사를 시작해 어느덧 예순다섯 살이 되었다는 최씨. 복지관에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그는 봉사단에서 가장 젊은 막내답게 잔손이 많이 가는 주방을 총괄하고 있었다.
“아침에 7시에 나와요. 이렇게 나와서 음식을 준비할라치면 콧노래까지 나온다니까요. 다른 노인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요.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되고. 봉사는 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그는 복지관뿐만 아니라 한강 둔치로 나가 무단 투기 된 쓰레기도 줍고, 같은 동네에 사는 무의탁노인들에게도 나눔을 전하고 있다. 나눔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봉사의 끈을 놓지 않을 거라며 다짐하는 모습이 그의 웃음만큼이나 아름답다.

몸이 아파 더 이상 바깥출입을 못할 때까지 ‘사랑의 레스토랑’에 나오고 싶다는 장숙원(72)씨 또한 16년차 레스토랑 지킴이이다. 그는 봉사 활동을 무언가 바라고 했다면 금세 그만 두었을 것이라며, 외로운 노인들이 와서 맛있게 밥을 먹고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 없다고.
아침에 눈을 떠 갈 곳이 있고, 할일이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다. 바로 정옥례(74)씨.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게 아쉽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10년 전에는 날아다녔죠.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사실 이렇게 봉사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면 힘들기는 해요. 나이가 일흔이 넘었잖아요. 하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 나와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어느새 식사를 마친 노인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서서히 뒷정리를 시작하는 봉사단.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손발이 맞는다. 설거지를 하는 사람, 남은 음식을 뒤처리하는 사람, 그리고 식당 청소를 하는 사람, 분주한 듯하면서도 10년이 넘게 해온 일이라 그런지 여유로운 모습이 역력하다.
마포구에 사는 정순영(78)씨. 홀로 살고 있는 그는 사랑의 레스토랑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며 같은 또래 노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걸 보면 젊게 살 수 있다는 마음에 기분까지 좋아져 매우 고맙다고 전했다.

봉사는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

이곳 조혜진 영양사는 “대부분 봉사단이 16년이 넘은 베테랑들이에요. 때문에 자부심도 많고,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하시죠. 주인인 셈이에요. 어르신들이 없으면 당장 문닫을 처지인걸요. 앞으로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나왔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선택한 도움의 손길로 남부럽지 않은 황혼을 보내고 있는 봉사단.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그들을 두고 한 말일까. 70이라는 나이가 무색해 보일 정도로 너무도 건강한 모습에 웃음까지 절로 난다.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봉사’라고 전하는 실버무료급식 봉사단의 아름다운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본다.
글·사진/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표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