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일을 하는 로봇 ‘아시모’. 그는 매일 아침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안내를 하고 월급을 받는다. 최초의 월급쟁이 로봇인 셈이다. 먼 미래 이야기 같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지금 이런 일이 가능 하다고 한다.

이런 로봇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한 박물관이 있다. 서울 중구 동숭동에 자리 잡은 ‘로봇박물관(관장 이윤제)’이 바로 그곳이다. 초기 로봇에서부터 지능을 가진 현대의 로봇까지 그 모양도 생김새도 가지각색인 로봇을 전시한 이곳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세계 로봇이 한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환상의 로봇세계도 체험하고, 동심의 나라로 여행할 수 있는 이 ‘로봇박물관’은 명지전문대 백성현 교수가 직접 수집한 3,500여 점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이춘제 팀장은 “세계 최초 40여 개국의 초기 로봇과 스페이스 골동품 3,500여 점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박물관이에요. 로봇의 역사와 로봇 산업을 알리기 위한 국내의 첫 번째 박물관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2개 층으로 돼 있는 박물관은 2층의 1전시관과 3층의 2전시관, 3D 입체 영상실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로봇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 전시물들을 일일이 설명해 주고 있어 어린 아이들이 로봇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이 팀장은 “아이들은 로봇들을 직접 보고 체험함으로써 신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함께 온 어른들은 유년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 좋아해요. 뿐만 아니라, 40개국이라는 최다국의 로봇들을 전시해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라며 박물관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에 전시된 로봇은 1900년대 등장한 오즈의 마법사 ‘양철로봇’ 뿐 아니라 과연 지구의 평화를 구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앙증맞게 생긴 1989년 제작된 배트맨 오뚝이 인형도 전시 돼 있다. 1980년대 자전거 타는 외계인 E.T와 독일에서 만들어진 태엽 감는 로봇 틴맨까지 나라별, 연도별 가지각색의 로봇이 전시돼 있다.
최초의 여성 로봇도 있다. 1926년 메트로폴리스란 영화 속 주인공 ‘마리아’가 그것. 갑옷 입은 여전사 잔다르크를 모티브 삼아 만든 이 로봇은 후에 일본의 소라야마 하지메라는 섹시 로봇이 탄생하면서 발전을 거듭, 지금과 같은 게임 속 섹시 캐릭터의 시발점이 된다.

전시실 한켠에는 명품 로봇도 전시돼 있는데 오래된 낡은 로봇으로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적고, 인기가 많은 것들은 명품에 속한 게 된다. 1996년 소더비 경매에서는 1955년에 제작된 Mr.Machine이 4만 달러를 웃돌면서 최고가를 기록해 명품의 반열에 올랐으며, 2000년 뉴욕 경매에서는 1955년형 Mago Man이 7만 달러라는 엄청난 감정가를 기록한바  있는데 이 로봇 모두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외에도 박물관의 가장 자랑거리인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대 나온 책으로 전 세계에 단 3권만 있어 그 값어치가 높단다.

3층에는 아이들이 로봇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로봇이며, 3D극장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30분마다 상영해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박물관에는 나라별로 상징하는 로봇을 전시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로봇 태권 V가 일본은 아톰이, 그리고 미국은 슈퍼맨 등 다양한 나라의 상징 로봇을 전시하고 있는 데 특이한 점은 그동안 표절 시비로 골머리를 앓아오던 로봇 태권V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글이 있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일본 만화 영화의 표절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온 로봇 태권 V는 그 창작성 어디에도 표절의혹을 받을 만한 부분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징이 곳곳에 묻어있어요. 일본의 아톰이야말로 여러 나라 로봇들의 장점만을 따서 만든 창작성이 없는 작품이죠”라고 말했다.
미키마우스와 슈퍼맨의 모방이 아톰의 탄생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박물관은 앞으로 아톰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기획, 전시로 보여줘 우리의 위상을 되찾을 계획에 있다.

관찰과 응용의 장 마련… 더불어 체험까지

박물관에서 주목할 점은 어려운 이웃의 문화생활 영위를 위해 복지관과 장애인 등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시연과 더불어 체험까지 가능하다고.

“로봇은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신을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갈망에서 시작한 로봇이 초기의 기계적인 면을 뛰어넘어 인간을 닮은 기능까지 발전하게 된 거죠. 앞으로 로봇은 우리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아주 중요해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많이 보고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박물관은 전시의 초점도 오락과 교육의 단순한 개념을 뛰어 넘어 관찰과 응용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아이들은 직접 환상의 세계로 빠져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어른들은 추억의 동심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한 ‘로봇박물관’. 이곳은 단순한 볼거리 제공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우리 과학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은 부모들은 이맘 때가 되면 으레 ‘아이들에게 구경시켜줄 만한 좋은 곳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한번쯤 할 뻔하다. 이럴 때 도심 속 아담히 자리한 로봇박물관처럼 색다른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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