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기분이 어때요?”
“뭐, 맨날 고만고만 하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오후 1시. 정신장애인재활시설인 대성재활센터 안. 점심을 먹고 여유있게 쉬고 있는 한 회원을 보자, 노봉근(47)원장이 살갑게 인사를 건낸다. 비록 시설이지만, 회원들을 한 가족처럼 챙기는 이곳. 회원들이 보다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에 원활히 복귀할 수 있도록 작은 징검다리를 놓아주고 있었다.

회원 상태에 따라 맞춤식 프로그램 제공

경북 안동 고곡리에 자리잡고 있는 대성재활센터. 지난 99년 개원한 이곳은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돕는 종합재활시설이다.

노봉근 원장은 “2년 이상 환자를 만성질환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치료가 끝나 퇴원을 해도 재발해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치료를 받는 기간만큼 사회와 분리되어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회복이 됐어도 사회적응에는 어려움이 따르거든요. 재활센터는 요양시설과 사회를 연계하는 중간단계로 이런 문제를 줄여줘요. 실제 외국사례를 봐도 센터 이용 후 재발율이 훨씬 낮다는 보고가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이곳의 가장 큰 목표는 정신장애인의 개인적·사회적 기능을 회복, 강화시켜 독립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만큼 회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내부와 외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었다. 시장보기, 인간관계 형성,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훈련과 공예품 만들기, 문화활동, 자원봉사 등의 특별활동, 그리고 원예치료와 상담, 직업훈련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알찬 내용들이 많다.

무엇보다 이곳의 장점은 맞춤식 서비스라는 것이다. 모두가 프로그램에 일률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상태에 따라 A, B, C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에 맞는 도움을 주고 있다.

노 원장은 “의사가 질환에 따라, 환자 상태에 따라 약을 처방하듯, 프로그램도 알맞은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잖아요. A그룹의 경우, 직업활동이 가능한 경우예요. 주로 직업훈련을 하고 있고, 나머지 프로그램 이용은 자율에 맡기고 있어요. C그룹은 아직 기초적인 일상생활 훈련이 필요한 경우예요. 기본예절과 자기 감정조절 등의 훈련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회원들 입장에서 늘 적합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대성재활센터. 그런 가운데 올해 새롭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실제 주거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 그룹홈이다. 이는 전국 재활센터 가운데에서도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노봉근 원장은 “재활교육 훈련을 하고 사회에 나가도 정신장애인들은 어려움이 많아요. 가족이 없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실질적인 독립이 어려워요. 이를 감안해 1∼2년 동안 이 공간에 머무르면서 독립할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올해 초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그룹홈을 만들었어요”라고 말한다.

현재 이곳에는 5명의 정신장애인이 직장생활을 하며 홀로서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안성맞춤 서비스를 하다 보니, 타 지역에서도 이곳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발길을 잇는다. 이용하는데 필요한 절차는 간소하다. 정신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람이라는 전문의의 소견서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시설 규정상 50인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치료 후 관심있게 재활훈련을 하면 다시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몇 곳 안돼 안타까워요. 정부에서 이런 재활센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편견 없는 사회 됐으면… 

아무리 재활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신장애인들이 사회복귀까지는 꽤 어려움이 많다. 일단 정신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가족은 물론, 사회의 외면을 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노 원장은 “우리 사회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무척 심한 편이에요. 일예로 센터 설립시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 부지를 안동시내에 마련했어요. 그런데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무산돼 지금처럼 외곽에 만들었어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영화나 매스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아요. 오히려 사회적으로 가장 소외되고 약한 사람인데, 아무리 설명해도 정신장애인하면 무조건 귀를 닫고 거부해요”라며 안타까움을 토했다.

이에 센터에서는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설 이용회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도 나가고, 매년 안동 탈춤축제 때 이들이 만든 한지공예 작품을 선보여 사람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려고 시도 중이다.
이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재활훈련을 통해 정신장애인들의 힘겨운 홀로서기에 튼튼한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대성재활센터. 노 원장은 이들이 당당히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편견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장애인, 비장애인, 소수자와 양자 등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편견이 너무 심해요. 좀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으로, 보듬어 가는, 정말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문의: 054-822-9250)           글/김은미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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