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연중테마
업체는 ‘부담’ 장애인은 ‘절망’민간기업 장애인 고용률 1% 대… 직업 능력에 대한 편견, 취업 문 갈수록 좁아져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08.29 17:09


‘오늘은 꼭 일자리를 구해야 할 텐데….’
민호(30)씨는 아침부터 외출 채비에 한창이다. 벌써 여러 번 채용박람회를 다녀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터라 오늘만큼은 심지가 굳다. 미리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챙겨들고, 채용박람회가 열린다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마련된 박람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호 씨는 오늘 그렇게 바라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장애인 취업, ‘하늘의 별 따기’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한 김민호(지체장애·30)씨. 졸업 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가입학해, 전기전자 과목을 이수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전기전자 관련 업종에서 실습 겸 1년간 직장생활도 한 적 있는 실력파 구직생이다.

“겉모습만 보고 채용하기 때문에 힘들어요. 어떤 곳은 면접도 아예 못 봐요. 기대를 갖고 왔다가 잔뜩 실망만 안고 가는 걸요. 그래도 오늘은 뭔가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막상 행사장을 들어선 민호 씨의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지난 2년간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이제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길게 늘어선 구직자들 틈바구니에 서있던 그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워 보인다.

“오늘따라 업체도 많이 안 나온 데다, 마음에 드는 곳은 말을 제대로 못한다고 돌아가래요. 늘 겪는 일이에요. 채용양식에는 분명 지체장애인도 괜찮다고 했지만 실제는 취업 자체가 안 돼요. 취업이 힘들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있어요.”

지난 5월 25일 1천여 명의 장애인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05 장애인채용박람회’는 6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업종이 상담직에 한정, 장애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서모(지체장애·39)씨 역시 그중 하나다. 벌써 몇 시간째 같은 자리만 뱅뱅 돌고 있는 그는 이날만큼은 반드시 면접을 보고 돌아가고 싶다며 하소연했다.

“주최 측에서 고학력 대졸 여성 장애인들에게 이번 박람회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안내문을 보내왔어요. 그래서 나왔는데, 여긴 대졸자 채용 기업이 얼마 없네요. 딱 하나 있긴 한데, 실무자가 나오지 않아서 이력서만 제출했어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지난 95년 미국행을 택했다는 서씨. 그곳에서 대학 조교로 활동하다 얼마 전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계학과 미술사학 대학원을 나왔어요. 그러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기에 나왔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네요. 내 꿈을 찾고 싶어 이렇게 나왔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나 봐요.”

서씨는 몇 번의 쓴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꼭 한번 단 몇 년만이라도 직장인이 돼보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 서씨의 당당한 홀로서기는 가능한 걸까.
비단 취업이 어려운 건 그들 뿐 아니다. 취업하고자 하는 장애인에 비해 고용업체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장애인 직업 능력에 대한 편견으로 취업 문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주는 근로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나아가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의 사업주가 장애인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고용 1인당 50만 원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부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을 규정해 놓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업체가 대다수다.

업체, 장애인 간 골 깊은 고용의무제

그나마 박람회를 통해 몇몇 기업체들이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고 있기는 하다.
국내 5대 홈쇼핑 몰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농수산물쇼핑은 올 한해 장애인 채용 인원을 10명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미 2명의 장애인이 직장 내에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장애인 채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농수산물쇼핑 김혜숙 대리는 “장애인 고용 인원을 확장하고자 채용 박람회에 참여했어요. 함께 일해 본 결과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뛰어난 면도 많아요. 그래서 올해 더욱 많은 인원을 채용하려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몇 시간째 관계자가 창구를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장애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건도 접수를 받지 못한 김 대리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애써 말을 이어갔다.

“장애인고용 의무 부담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해요. 이미 회사 내 장애인을 고용한 상태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구인활동에 나서는 장애인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더구나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콜센터는 야간근무 등의 문제를 들어 기피하는 경우가 많죠.”

고객 상담 업무 담당자를 채용하고자 나선 엠피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람회가 진행된 지 2시간이 지나도록 단 2명만이 서류를 접수했을 뿐이다.

이 업체 김설중 차장은 “장애인 스스로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번 박람회를 통해 23~25명까지 채용할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저조하네요. 인재가 별로 없어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고객의 요청을 들어주고, 관리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컴퓨터 활용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준비 없이 오는 이들도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장애인 고용 의무제를 실시하면서 많은 업체가 장애인 취업에 앞장서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입장에서도 자율의사가 아닌 장애인 할당인원 채우기에만 급급한 기업의 일자리가 그리 탐탁지 않은 눈초리다.

출판사에서 20년이 넘게 일하다 얼마 전 그만뒀다는 김모(지체장애·53)씨. 몇 달 동안 직업을 찾아 구인광고며, 채용박람회며 다리품을 팔았지만 소득이 없었다.
“내 나이에 할 만한 일은 거의 없어요. 장애인이다 보니 아파트 경비를 하겠어요, 아니면 택배 배달을 하겠어요. 일자리도 그래요. 하나같이 단순 노무직이에요. 박람회에 나오는 기업 대부분이 의무조항이라 하는 수 없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의 행정 아닌가요?”

이런 실정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속는 셈치고 또 나와 본다는 김씨. 상여금, 퇴직금도 없는 직장인데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월 80~90만 원이 고작이라며, 같은 교육을 받아도 차별받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자녀를 둔 한 부모는 “정부에서 부담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몇 있긴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은 취업 자체가 힘들어요. 장애 정도가 그나마 나은 애들은 취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더구나 지체 장애인들의 사정은 더 열악해요”라고 말하며 한정된 일자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렇듯 구직을 원하는 장애인은 업체에, 채용하고자 하는 업체는 구직자에게 서로의 깊은 골이 패어 있었다. 결국 취업에 물꼬를 틀고자 나선 ‘장애인 고용촉진법’이 업체에겐 부담을, 장애인에겐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연계고용제도 활성화해야

전체 근로자의 2%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의무고용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14년. 그러나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아직까지 1%대에 머물고 있다. 그런 와중 장애인이 근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에 일정 비율 고용의무를 덜어주던 ‘업종별 적용제외율제도’가 폐지됐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고용부담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상황이 이런 데다 일부 업체에서는 장애인 고용에 관한 부담금 지불을 감행하면서도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며 나서고 있다. 차라리 1인당 50만 원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지불하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증 장애인만 선호하는 경향도 문제시 되고있다.

한국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협회 원종례 회장은 “경증장애인은 취업의 문이 그나마 활짝 열려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취업이 문제다. 더구나 장애인고용특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장애 등급도 다시 한번 고찰해야 한다. 실례로 청각장애 2급을 중증이라고 정하고 있지만, 일하는 데 있어 문제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장애인 고용실태 파악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취업한 장애인을 관리하는 직업재활 전문요원이 있지만, 활용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에 따라 정부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측에서는 장애인 고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연계고용제도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계자는 “이미 몇 고용의무 업체가 연계고용을 채택하고 있다.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 어려운 사업주가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과 연계해, 장애인을 간접 고용하는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96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장애인 사업장에 생산 설비와 원료기술 등을 제공하고, 관리와 판매를 전담하거나 납품받는 경우 연계고용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몇 개 업체에만 해당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연계 고용 대상 시설이 직업재활시설에 국한 돼있던 영향으로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사업장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노동부와 공단 측이 법을 개시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지금의 의무고용제도를 이행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기업에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사회적 책임 의식 필요해 

원종례 회장은 “지금 우리의 장애인 고용정책은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의무고용제를 도입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와 고용업체 사이에서 불만과 문제가 쌓였을 것이다. 이에 기초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업에 고용의 의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융통성을 발휘해 보다 많은 분야에서 장애인이 자신의 꿈을 펼치며 당당히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보다 조금 몸이 불편한 장애인. 그들은 몸이 불편해 겪는 고통보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 겪는 마음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 의식으로 마음의 고통까지 덜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표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구로구 경인로20나길 30 이좋은집 515호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4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