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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고 사랑하는 ‘우리는 하나’국토순례·인권교육 등 공동체 체험… 지역 내 32명 아이들과 희망 바통 이어가기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9.07 10:13


“이름으로 삼행시 지어오라는 숙제, 다들 해왔는겨? 어허~ 눈빛이 수상해. 주말에 캠프 가느라 다들 까먹었구나!”

“선생님, 저는 안 해와도 즉석에서 잘 지어요. 다른 친구들 이름으로도 다 지을 수 있어요!”
오후 2시 송현샘 공부방 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독서지도 시간이다. 이번 수업주제는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그래서 지난 금요일에 미리 과제를 내줬는데, 다들 까먹은 모양이다. 이를 무마라도 시켜볼까. 한 친구가 재치있게 삼행시를 지어내는데….

얼렁뚱땅, 임시방편, 우당탕탕, 왁자지껄, 우격다짐 등. 공부방에는 하루에도 이런 일이 몇 차례씩 벌어진다. 하지만 교사들은 일방적인 윽박지름이나 꾸중보다는 퉁명스럽지 않은 다정함으로 감싼다. 아직은 어설프고, 질서 없고,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아 보이지만, ‘함께 걷고 생활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우리는 하나!’라고 공부방 벽에 붙어 있는 글귀처럼, 교사들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법 나눠요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송현샘 공부방. 지난 87년 문을 연 이곳은 산동네에서 빈민·노동운동을 하던 송현샘 교회에 의해 시작됐다.

김근정 교사 대표는 “당시에는 공부방이 송현동에 있었어요. 얼마 전 재개발되기까지 그곳은 인천에서도 가장 큰 산동네였어요. 특이하게도 이곳은 6.25때 피난 온 사람들이 임시로 판자집을 짓고 살다가 그대로 정착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다들 빈손으로 내려와서 어렵게 사는 분이 많아요. 직업도 공장이나 하루 품팔이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 아이들까지 돌볼 여력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어려운 노동자 가정을 돕고,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송현샘 공부방. 99년까지만 해도 송현동 산꼭대기에 있다가, 재개발 돼 지금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다.

현재 인근지역에 사는 32명의 아이들과 살을 부비며 지내는 공부방.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의 든든한 영양사다. 보다 균형있는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늘 온힘이다. 기초학습, 독서지도, 문화나들이, 요리, 풍물, 연극 등. 물론 내용만 보면 여느 공부방과 그리 차이는 없다. 하지만 그저 따라하기가 아닌, 개별 프로그램 과정 속에서 이곳의 중심 철학인 ‘더불어 살아가기’를 알차게 담고 있다.

김 교사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왜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공동체’를 중요한 이념으로 삼고 있어요.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예요. 아무리 잘나도 결코 혼자 살 수 없어요. 아이들에게 공동체를 심어주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공부방은 지난 2000년부터 특별한 일을 꾸몄다. 국토순례가 바로 그것.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자동차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함께 걷고 땀흘리며 유기체라는 것을 확인해 가고 있어요”라고 의미를 설명한다.

공부방은 인권교육도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내 인권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남의 인권도 더불어 존중해야 하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실천하려고 해요.”

교사들 역시 말뿐 아닌 실천으로 산교육을 한다. 여느 어른 같았으면 윽박지르거나 손이 먼저 올라갔을 상황에도, 대부분 먼저 설명하고 양해나 동의를 구한다.
그들이라고 어찌 마음이 비단같기만 할까. 하지만 행동에 앞서 먼저 가슴으로 담아낸다. 그런 만큼 소통하게 된다는 것이 교사들의 생각이다.

“자신있게 커 가면 바랄 게 없어요”

즐겨 부르는 노래의 후렴구처럼 정겨움이 샘솟는 송현샘 공부방. 어느덧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이곳은 작은 위로가 됐다. 늘 반갑게 맞아주고 언제든 갈 수 있는 마음의 둥지. 이곳 교사들의 바람은 한 가지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있게 커 갔으면 좋겠어요. 부족하고 못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잘할 수 있는 것이 각자 다를 뿐이죠. 비록 나중에 청소를 한다고 해도 창피해 하지 않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위치에 있는 것보다 어떤 마음인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거듭 강조한다.

탈이 난 배를 쓱쓱 쓰다듬어 낫게 하는 할머니의 굵은 손처럼, 아이들의 주름진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어 활짝 펴게 하는 공부방 교사들. 이들의 바람처럼 이곳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밝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김은미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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