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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까지 마음의 눈으로문예창작 교실, 재가복지 등 시각장애인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아낌없이 지원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9.07 10:31


“더듬 더듬 더듬다 가시에 찔리며/ 여기 저기 더듬어 대문을 찾으려/ 손으로 손으로 더듬다 못해…(신성철 씨의 ‘담쟁이덩굴’ 중).”  

시 낭송회라도 열린 것일까. 영롱한 목소리를 타고 시를 읊어 내려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긴 복도를 타고 소리의 근원지인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홍기수)에 들어섰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시낭송을 경청하는 주인공들. 다름 아닌 복지관 문예창작교실 교육생들이다.

“맘속에 담아 둔 걸 표현해요”

지난 98년 개관한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은 직업, 교육 재활뿐 아니라 사회재활, 정보화 및 재가복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시각장애인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 중 2002년부터 시작한 문예창작반은 복지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생들이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시각장애인 시 공모전, 실로암 문학상 등 내로라하는 문학대회에서 화려한 수상경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재활팀 정선영 사회복지사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학수업으로 여가 활동을 마련하고자 문예창작 교실을 운영하게 됐어요.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되는데, 경기대학교 이지엽 교수가 특별 강의를 해주고 있죠”라고 말했다.

이런 문예창작반 교육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복지관에서 간단한 상담을 거쳐야 한다. 현재 교육생은 모두 24명, 나이 제한은 없지만 특이하게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정 복지사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비장애 봉사자가 참여해 교육생들의 창작시를 읽어줘요. 함께 듣고, 서로의 작품을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데 반응이 꽤 좋아요. 뿐만 아니라 문학 전문가 교수님이 무료로 지도교육을 해주고 있어 더 없이 좋은 시간이 되고 있죠”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문학의 매력에 흠뻑 빠진 교육생들은 자조 모임인 ‘별바라기’를 결성, 수업이 끝난 후에도 토론과 스터디 활동을 겸할 정도로 열성이다.

매스컴을 통해 복지관의 문예창작반을 처음 접했다는 별바라기 최인기 회장.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망설임 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중도시각장애로 많이 힘들었어요. 마음속에 담아 둔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문예창작반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죠. 강의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또 실력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앞으로 개인시집을 발간하는 꿈도 생긴걸요.”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되찾은 듯, 그의 얼굴에는 힘을 샘솟게 하는 미소가 한 가득이다.
창작반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는 신성철(58)씨는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전국 시각장애인 시 공모전 등에서 상을 휩쓸며 등단 시인들도 놀랄 만큼의 수준급 실력을 갖고 있다.

“글쓰기 전까지 피아노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는 등 많은 활동을 해봤는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시는 좀 달랐어요. 쓸수록 재미있거든요. 내 평생 취미생활로 정말 최고예요.”

문학계 샛별로 공식적 등단도

20여 년 동안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쳐 온 이지엽(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교수는 “지난 3년 동안 교육생들의 실력이 무척 좋아졌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교육생들에게 오히려 배우고 있어요.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복지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교육생들이 문학계의 샛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이 교수. 그래서일까. 복지관의 문예창작 프로그램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했다.

앞으로 복지관은 문예창작교실을 활성화해 교육생들이 문학관련 잡지와 신춘문예 공모를 통해 공식적으로 등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차별을 넘어 평등으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밤하늘에 반짝이는 북두칠성처럼 마음의 눈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당당히 걸어갈 수 있도록 환하게 밝혀주는 그곳이 있기에, 모두가 평등한 날을 기대해 본다.
(문의: www.blindnet.or.kr 02-923-4555)     글/표수진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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