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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 . 이해하는 열쇠8년간 광물·화석 수십만 점 수집해 오며
국내 유통망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이병선 씨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09.07 10:42


지난 6월 2일 서울의 끝자락 상일동 언덕 너머 꽃시장은 싱그런 햇살을 맞으며 멋스러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제철을 만난 듯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나선 장미꽃들과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물씬 느껴지는 관상목들, 눈요기 하느라 정신없는 이곳에 유독 눈에 띄는 가게가 있다.

어떤 표식이라도 해놓은 듯 집채만 한 돌이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 이곳은 국내에서 광물과 화석을 보급하는 몇 개 되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이렇게 특별한 장소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이병선(47)씨.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가 화석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집을 시작하면서, 유통망을 마련하고 나섰다.

취미활동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 오던 이병선 씨. 그때 수석 전산화 작업을 담당하면서 서서히 수석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수석의 매력을 잊지 못하던 그는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광물과 화석을 모으며 비즈니스를 겸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8년째다.
 
“어릴 적 고향 근처 강가에서 돌을 많이 봐온 탓인지 수석에 매력을 느꼈어요. 수집하고자 나섰지만 명확한 객관성이 없어 혼자 수집하고 보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수집역사가 오래된 외국의 수석 수집광들을 자연스레 찾아 나섰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화석과 광물 수집가를 보고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아름아름 찾아다니며 모아 온 화석과 광물이 수십만 점에 이른다.

자수정에서 루비, 철광석, 황철석 등 광물부터 매머드, 삼엽충, 공룡까지 그의 보금자리에는 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십만 점의 광물과 화석이 전시된 공간을 둘러보면, 가히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화석 유통망의 면모를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

“사람은 한 세기밖에 살지 못하지만 화석은 몇억 년 전 생명체잖아요. 공룡이 살았던 시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화석을 통해 어떤 생명체가 살았는지 이해하게 되죠. 그 종류만 수십만 가지라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는 걸요.”

화석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했던 터라 외국서적과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화석 전시회 등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공부했다. 어려운 고비를 이겨내며 서서히 자리를 잡자 이제 내로라하는 화석 수집가들이 부탁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화석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린 공룡전시회 화석 대부분은 그가 공급한 것들이라고. 뿐만 아니다. 삼성전자의 요청으로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회를 성공리에 마쳤고, 과학기술원에 전시된 국내 초대형 매머드 역시 그가 들여온 것이다.

“길이 6.5m, 높이 2.6m짜리 초대형 매머드를 들여온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화석을 국내로 들여오면 전문 교수들에게 검증을 거치게 되는데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거예요. 매머드는 원래 코끼리 조상으로 발가락이 다섯 개여야 하는데 하나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어요. 이곳저곳 자문을 구하며 혹시 잘못 들여온 것이 아닌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어떤 곳에서도 매머드의 발가락이 네 개인지, 다섯 개인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더라고요.”

이것을 계기로 틀에 박힌 생각만 고집한다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억 년 전 역사는 확실히 아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답이 없는 만큼, 연구할 가치기 크다. 그래서 일까. 이씨는 화석 수집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는 듯했다.

국내 최초 화석 연구소 만들고 싶다

“화석의 종류는 대단히 많죠. 그것들 중 가장 좋은 것 하나만 고르라는 것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떤 이성을 고를 건지 선택하라는 것과 같아요. 누구든 욕심이 나고, 다 만나보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떤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해요.”

그는 최근 들어 기초과학에 관심을 갖는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불고 있어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얼마 전 이런 그의 노력으로 국내 최초로 매머드의 복제를 위한 BT 사업이 출발 신호를 울렸다. 그가 직접 러시아를 방문해, DNA를 축출할 수 있는 매머드 털을 구해온 것이다.
“열심히 수집해서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급도 해주고, 과학의 이해를 위해 전시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동안 모아온 화석들을 기증해 박물관을 설립하고, 무엇보다 화석 연구소를 만들고 싶어요.”

화석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은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는 길이라는 이병선 씨. 그에겐 수십억 년 전 화석도 아직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소중하다. 그만큼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자신의 취미를 살려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한 유통과 수집에 머물지 않고 더욱 먼 미래까지 생각하는 그야말로 진정한 수집의 참맛을 아는 사람인 듯했다.
(문의: 02-469-6406 www.fossilworld.co.kr)     글/표수진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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