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책과 가장 작은 책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책과 작은 책이 전시된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화봉책박물관(관장 여승구)이 바로 그곳. 해외 원서판매와 출판업에 종사했던 여승구 관장이 24년간 수집한 10만여 점의 고서와 세계 희귀본 책들을 세상에 공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대 개인 책 박물관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책, 제일 작은 책

아담한 건물 속에 들어앉은 ‘화봉책박물관’은 여승구 관장의 호를 따 설립됐다. 고활자본과 목판본, 탁본, 석판본, 고지도, 외국 고서 등 고문헌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 놓은 이곳은 다양한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어 마니아층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다.

여승구 관장은 “목판 인쇄가 아날로그라면 금속활자는 디지털 방식이다. 최초의 인쇄라는 구텐베르크 보다 100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를 만든 것이 우리나라다.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 속에 전달해 새로운 국가의 브랜드를 창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초석을 다지고자 세운 것이 바로 책 박물관이다.
박물관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큰 책  BHUTAN’.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단 500부만 찍어낸 것으로 가로 106.68㎝, 세로 152.4㎝, 무게 60㎏으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데, 때 묻지 않은 부탄 주민들의 생활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화보처럼 담겨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도 볼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1985년 발행한 ‘올드 킹 콜’이라는 이 책은 12페이지로 구성, 가로와 세로가 1㎜로 좁쌀 크기만 하다. 5년간에 걸쳐 특수 제작됐는데 시력이 좋은 사람도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그 크기가 무척 작다.

얼마 전 일본에서 0.95㎜짜리 책 十二支(십이지)가 발행되면서 다시 한번 작은 책의 기록을 갱신, 인간의 손으로 더 이상 작게 만들 수 없는 책도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개관 전으로 ‘세상에서 제일 큰 책, 제일 작은 책’ 전을 개최한 박물관은 기획전시가 끝난 후에도 상설전시를 통해 책의 신비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두 번째 기획을 마련한 박물관은 ‘민족과 영토’ 기획전을 마련, 오는 9월까지 전시할 계획이다. 여 관장이 역사를 빛낸 한국인 119명의 인물을 직접 선정했다. 단군왕검부터 계백, 허균, 허난설헌, 독도 의용수비대, 삼성기업 이건희 회장 등 그들이 펴낸 책과 관련 서적뿐 아니라 한국을 빛낸 외국인이 펴낸 책도 볼 수 있다. 전시물 선정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재미나다.

전시품은 역사 인물 관련 497점과 고지도 64점 등 모두 561점이다. 박물관 2층 전시장이 빽빽하게 들어찼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우리의 역사를 한눈에 접할 수 있는 장소로 으뜸이다.

우리나라 영토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지도도 전시해 놨다. 전시장에 걸린 고지도 가운데 독도가 일본의 것으로 표시된 것은 단 한 점도 없다. 더구나 일본 육군성 발행 1936년도 ‘육지 측량부 발행 지도구역도’를 비롯해 1894년의 ‘조선국전도’ 등 일본 지도에서조차 우리 땅임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마도가 우리 땅임을 표시한 지도도 간간이 눈에 띈다.
책을 통해, 지도를 통해 우리의 역사 바로잡기에 박물관이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기획전 마련…역사적 자긍심 심어줘

박물관에서는 고인쇄 체험실을 마련해 놓았다. 직접 먹을 갈아 준비된 ‘월인천강지곡’ 과 ‘훈민정음’ 목판에 한지를 대고, 먹을 발라 옛날 방식 그대로 목판 인쇄를 체험하도록 마련했다. 컴퓨터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은은한 묵향과 목판 인쇄 경험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박물관은 6개월 마다 색다른 기획전으로 우리나라 책의 역사적 배경과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단순한 고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역사를 바로 알리고,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는 모습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처럼 박물관 건물 자체는 비록 작은 공간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수천 년의 우리의 숭고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서 전시를 뛰어넘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는 화봉책박물관. 올 여름 가족과 함께 방문해 머리와 가슴 속을 가득 채워보자.                  글/표수진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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