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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해라?!연간 산재 사고자 2만 명, 건설현장 안전비상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10.12 10:15

10여 년 간 건설현장에서 견출 작업을 해온 김모(50)씨. 현재 그는 인천에 있는 모 병원에 입원 중이다. 두 달 전 현장에서 일하던 중 추락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떨어진 곳이 2층 정도 밖에 안되는 높이라 심각한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좀더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 떨어졌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이는 비단 김씨뿐만이 아니다. 일 특성상 건설현장은 사람과 자재가 복잡하게 얽혀 일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그런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설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6월 노동부가 조사·발표한 것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안절시설은 매우 미흡했다. 실제 건설현장 1,025개를 대상으로 정부가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중 95%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적발됐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는 대기업 건설사들도 적지 않은 수를 차지했다.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으로 현장 근로자들은 심각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연간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800여 명

현재 인천 구월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근관련 일을 하고 있는 유모씨. 벌써 건설현장에서 10년 남짓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 10시간 남짓 일하다 보니 입술이 다 부르텄다. 아직 입원할 만큼 크게 다친 적은 없지만, 그 역시 작은 사고들은 많이 겪었단다.

“몸뚱이로만 일하니까 아픈 곳 투성이다. 맨날 넘어지고 부딪혀서 타박상은 늘 있는 일이다. 철근 등 모서리에 피부가 찢겨 꿰맨 적도 여러 번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예외없이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나마 요즘은 현장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안전시설을 많이 갖추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많이 다치고 죽는다.”

한 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는 약 2만 명 정도. 이중 약 7백∼8백 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다. 하지만 이 수치도 정확한 수는 아니다. 대부분 산재 사고가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사고가 나면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산재보다는 공상으로 처리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서 은폐되는 산재 가 약 70∼80%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최명선 부장은 “지난 2003년 노조 현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재 보상을 받은 이는 20.4%에 머물고, 46.7%가 공상, 나머지는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75.4%정도가 은폐되고 있는데, 이것을 근거해 보면 연간 약 3만5천∼6천 정도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산재사고로 입원 중인 김모(50)씨. 현장 작업 중 추락사고를 당한 것으로 누가 봐도 명백한 산재였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산재처리에 앞서 공상처리로 하자는 제안을 했다.

“간부가 찾아오고, 현장책임자가 찾아오고, 같이 일하는 반장이 오는 등 회사에서 7차례나 찾아와 설득을 했다. 계속 찾아오니까 나도 마냥 버티고 있기가 뭣해서 공상처리를 하려고 했다. 협상과정에서 사고로 두 달 일 못한 임금하고, 치료비와 수술비를 요구했더니, 너무 많다고 회사에서 거부했다. 결국은 산재처리 받았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이처럼 산재보다는 공상처리로 끝내려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람과 장비, 자재가 복잡하게 얽혀 일하는 건설현장. 사실, 일 특성상 재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신종 사고보다는 전근대적인 사고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현장에서 안전 난간 설치, 낙하물 방지망 등 사소한 몇 가지 주의만 하면 일정 정도 예방가능한 사고라는 것이다.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인천지부 현장조직팀 장광수 팀장은 “자재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 낙하물 방지망을 설치 안 해서 떨어진 자재에 맞아 다치는 경우, 안전난간설치 미비로 추락하는 경우, 철근 등 모서리에 안정 뚜껑을 하지 않아 생긴 사고 등 전근대적인 사고가 많다. 이런 사고는 사업주의 안전의식 불감증으로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6월 노동부가 건설현장 1,025개 대상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95%가 안전시설 조치와 관련 위반을 했다. 위반내역을 보면, 추락·낙하 예방조치 미실시가 전체의 50.2%, 감전예방조치 미실시가 13.1%, 기계·기구에 대한 안전조치 미실시가 9.2%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에서 건설현장 안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다. 실제 지난 6월1일 기준, 안전모나 안전벨트 미착용 등시 과태료 부과 등 안전수칙을 강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캠페인성 감독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조 인천경인지부 이중식 부장은 “최근 정부 감독강화에 외부 안전시설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내부에 들어가면 여전히 자재들이 널부러지고 난리가 아니다. 특히 철근이 날카롭게 튀어나온 곳이 많아 위험하다. 이런 것에도 안전시설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식 마개가 아닌 비닐로 묶어두는 정도다. 또 위험한 곳은 안전줄로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선도 테이프로 임시방편으로 한다. 안전을 생각해 철저하게 하기보다는 감독관의 눈을 피해 하는 시늉만 하기 일쑤다. 결국 근본적인 사고를 막기 어렵다. 이런 모습은 소규모 현장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있지만 솜방망이 수준 

건설현장의 산재사고 발생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전사고의 위험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떨어져 죽는다거나 낙하물이 떨어지는 등 전근대적인 사고는 거의 찾기 힘들다. 그만큼 현장의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진국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심각한 부주의로 노동자가 사망하면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기업살인법’ 제정운동이 일어나면서 사뭇 달라졌다.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최명선 부장은 “영국은 2003년 ‘산업안전보건에 범죄에 관한 법안’을, 캐나다는 ‘기업살인에 관한 정부 입법안’이, 미국도 ‘부당한 죽음에 관한 책임법’ 등과 관련 법제정 운동이 일었다. 그 결과 한 번 현장사고가 나면 거의 망할 정도로 기업이 심한 타격을 입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주들의 안전의식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이 있기는 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로 그것. 현행법에 보면 안전시설 설치, 안전시설 정기적 점검, 사고 시 고발 등 건설현장 안전사고 대책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최 부장은 “근로감독관이 있어 점검을 해야함에도 제 역할을 못한다. 근로감독관 한 명이 800개 넘는 현장을 관할하고 있다. 매일 감독을 한다고 해도 일년 안에 다 못한다. 그러다 보니 거의 방치수준이다. 또한 처벌조항이 낮아 고발해도 거의 무혐의나 약간의 과태료 정도의 약식 처벌이다. 사망사고가 나도 벌금 몇백만 원밖에 안 되는 거의 솜방망이 수준이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관련 안전대책 마련에 눈길을 돌리는 중이다. 일년에 세 차례 정기감독을 나서고 있는데, 올해는 각 현장 안전수칙 강화에 더욱 각별한 모습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제켜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 건축기술과 제도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사망 사고율은 11배나 차이가 난다. 건축현장 노동자들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있어 차이가 크다. 또한 한국의 경우, 국내 건설현장의 구조적인 특징 때문에 노동자들이 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대부분 건물을 지을 때 안전관리비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설현장 구조를 볼 때 다단계 하도급으로 되어 있다. 원청에서 하청, 하청에서 다시 도급으로 꼬리를 물어 최소 3∼5단계를 거친다. 그러다 보니 공사비가 자꾸 줄어든다.

“100원짜리 공사가 결국은 30원짜리 공사가 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안전시설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 안전관리비를 쓰더라도 100% 다 쓰는 게 아니라 대충 영수증을 짜 맞추는 경우가 많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현장 노동자다. 안전시설의 미비는 단순히 안전사고의 위험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쳤을 경우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급이다 보니 산재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산재처리를 하려면 사업주의 인정서를 받아야 하는데, 원청에서 도급으로 떠밀기 일쑤다. 그런데 도급의 경우 형님·동생하며 한 팀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그냥 넘어간다. 결국 의료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장 노동자는 워낙 사고율이 높다보니, 사보험사에서도 잘 안 들어 준다. 사고나면 그동안 벌어 놓은 돈 다 까먹는다. 건설현장 노동자의 경우, 일당 8만원∼10만원정도 되지만, 일하는 날수가 일정치 않은 최저소득층이다. 다시 밑바닥 인생이다”

정부와 기업의 안전의식 미비로 인해 피해 보는 건설현장 노동자들. 이런 피해에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최 부장은 “민주노총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한 데 모을 수 있도록 노조조직을 하고 있지만, 다들 그날그날 생계가 급한 사람들이라서 조직화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로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노조에서는 선진국처럼 기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 제정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도급 아닌 직접고용, 안전교육 실시 등과 관련 운동도 펼치고 있다.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 대안 절실

180만 명의 노동자가 있는 건설현장. 이곳은 거의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한 국가의, 그것도 한 산업현장에서 연간 800명이 죽고, 2만여 명이 부상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회인 관심은 거의 없다. 바로 현장 근로자의 경우 우리사회에 가장 밑바닥 인생이자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조그만 관심만 있다면 예방할 수 있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더불어 정부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절실할 때다.                                 글·사진/김은미 기자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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