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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아이사랑’ 한걸음숙제 봐 주고 밥 나누다 보니 저절로 공부방 돼… 건강한 미래 일군 품어 올리는 데 한뜻
김은미 기자 | 승인 2005.10.17 11:44


“야, 야 잡히겠다. 빨리 뛰어!”
“엄마∼얏! 도망가자!”

오후 1시. 조용하던 공부방에 한바탕 신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막 점심을 먹고 난 아이들과 방실(21)교사가 배도 꺼칠 겸 수건돌리기를 하는 중인데, 문제는 바로 코치와 사공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만큼 배가 산으로 향하기 일보직전인데, 어디 조용할 리 있을까. 술래가 빙글빙글 돌자, 마치 먹이를 달라고 입을 쫙∼ 벌리고 있는 제비새끼처럼 아이들은 자기에게 수건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다 한 친구 뒤에 수건이 놓이자 이번엔 ‘잡아!’ ‘도망가!’ 등 온갖 코치를 하느라 야단법석이다. 평소에는 시시해 잘 하지 않던 수건돌리기였는데….

그만큼 이곳은 참 신기한 공간이다. 아무리 시시한 것들도 이곳에선 모두 재미난 놀이로 변한다. 아마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과 교사들이 동행하고 있기 때문일테다.

 
아이들의 희망터전으로 올해 새출발 

인천 간석동에 위치한 간석 공부방. 공식적인 ‘공부방’ 이름으로 문을 연 것은 올해 4월. 하지만 이곳의 걸음은 지난 99년부터다. 작은 개척교회를 운영하던 정옥선 교사가 인근지역에 전도를 다니면서 방치된 아이들을 하나둘 돌본 것이 계기가 됐다. 

정 교사는 “이 지역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등 어려운 가정이 많아요. 전도하러 나가면 어른들은 일터에 나가고 아이들 밖에 없어요. 그런데다 부모가 바쁘니까 집도 난장판이고, 설거지도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속에서 아이들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는 거예요. 종교를 떠나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공부방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닌데, 숙제 봐주고, 저녁 같이 먹고 하면서 저절로 만들어 졌어요”라고 말한다.

7년 전, 한두 명에서 이제는 40여 명의 든든한 둥지가 되어주고 있는 간석공부방. 올해 공부방으로 거듭나면서 한 가지 좋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워낙 사정이 안 좋아 좁은 교회 공간을 빌어 지내왔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좀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를 했다.  

“좁은 데 있다 오니까 아이들이 좋은 가 봐요. 더 밝아졌어요. 그런 모습 보니까 괜히 우리도 마음이 좋아요. 새롭게 출발하는 만큼 아이들이 이곳에서 밝게 웃을 수 있도록 더 따뜻한 희망터전으로 일구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드네요.”

실제 정 교사는 말뿐이 아니라 하나둘 실천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인차원에서 운영하다 보니 공부방에 대한 개념이 없어 그저 돌보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인천지역 공부방연합회에 가입, 매주 교육을 받는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다복다복 채워 나갔다.

더불어 이런 정보를 백분 활용해, 푸짐한 차례상 만큼이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숙제·학습지 등 기초 학습을 비롯, 공연관람, 동화 읽기, 암벽 타기, 캠프 등이 바로 그것. 보다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내용에 신경을 썼다.

“부모들이 시간이 안 되서 때론 능력이 없어서 챙겨주지 못 하니까 가능한 다양한 체험을 겪게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자랑거리도 생기고, 또래 속에서 자신감도 생기잖아요. 전에는 정보와 역량이 없어서 못해줬는데, 연합회를 통해 다른 공부방과 네트워크를 하다 보니 많은 힘이 되네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아져서 기뻐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이들의 눈높이가 아니면 그저 한낮 프로그램에 불과할 터. 아이들과 7년 걸음을 해온 정옥선 교사가 그걸 왜 모를까. 그렇기에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고민이 더 늘어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곳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이 방임되고,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늘 발생해요. 채팅, 도박, 돈 훔치기 등도 흔하고, 마음을 안 여는 아이도 부지기수예요. 이럴 땐 참 난감해요.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프로그램을 한다고 쉽게 변하는 게 아니거든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요. 이런 고민 속에 상담공부를 했는데, 경험이 적어서 인지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하반기에는 전문 교사를 섭외해서라도 도움을 줄 계획이에요.”

밝고 건강하게 슬기롭고 지혜롭게 자라라
아이들을 향해 한 발 앞서 내밀며 다가가는 간석공부방. 이런 교사들의 수고 때문일까. 그저 말 없이 고개를 떨구던 아이들이 이제는 하루에도 열두 번 공부방을 들썩일 정도다. 

정옥선 교사는 “학교에서 나머지 공부를 할 정도로 공부를 못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물론, 늘 기죽어 있었는데, 하루는 무척 신이 나서 들어오며 나를 부르는 거예요. 이젠 나머지 공부 안해도 된다면서. 그렇게 하나둘 아이들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것에도 너무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한다.

지난 6년 동안 그저 마음하나로 아이들을 품어온 정 교사. 올해 공부방으로 새롭게 거듭났지만,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에 대한 바람은 한가지뿐이다.

“밝고 건강하게, 슬기롭고 지혜롭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알고 지내다 보니, 속사정을 다 알잖아요. 상처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것을 굳게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혜롭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40여 명 미래꾼들의 한 바가지 마중물이 되어주고 있는 간석 공부방. 날이 갈수록 그 둘레를 넓혀 아름드리로 자라는 나무처럼, 교사들은 한 해 한 해 아이들의 희망 나이테를 키워가고 있었다. 늘 신나는 소동이 일어나는 이곳에 악동들의 밝은 웃음이 끊이지 않길 소망해본다.                     (문의: 032-434-3004) 글/김은미 기자 사진/공부방 제공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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