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군대 내 사회복지사 군 문화 바꾼다군 입영대상자 45% 부적응… 다양한 정서 치유 프로그램 통해 군생활 풍속 달라져야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10.18 08:56


지난 8월 17일, 총기난사 사건으로 세상을 들썩였던 김동민(22)일병의 1차 공판이 열렸다. 같은 소대원에게 총기를 난사해 8명의 참사를 저지른 ‘김일병 사건’은 경악할 만큼 놀라웠다. 언론은 앞다투어 그 끔찍하고 잔혹했던 날을 보도했지만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잠잠하기만 하다. 며칠 전에는 선임병의 구타에 격분, 제초제를 군 식당 밥솥 등에 넣은 혐의로 이모(20)이병이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 훈련소에서 있었던 인분 사건을 시작으로, 성추행 파문까지 군대 내부의 소음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그간 정부 측에서는 군대 내 가혹행위 금지, 사병의 인권존중, 병영문화 개선 등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왔다. 올 4월부터는 군기본권 상담관을 선발하기도 했다. 2007년까지 400여 명의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를 선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고유의 업무와 활동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힘들며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군사회복지사의 도입이 제기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군 생활 부적응자 점점 늘어나

지난 2003년 경기도 모 부대에 입대한 현택(가명·24)씨. 평소 활발한 성격에 대인관계도 원만하던 그였다. 하지만 상하 관계가 분명한 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이유 없는 얼차려에 심한 모욕감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느껴야 했다. 점점 선임들과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말수가 줄어들고 의욕마저 잃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매년 입대하는 24만 명 가운데 인성검사(KMPI) 결과 10% 정도가 보호·관심 대상자로 분류된다고 한다. 국회에 제출한 국방부의 자료를 보면 군 입영 대상자의 45%가 인격 장애 요소를 보유하거나, 군복무 부적응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일병도 신병교육대에서 실시한 인성검사를 받았었다. 그 검사 결과를 놓고 지난 1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김 일병은 경쟁심과 자신감이 부족하고, 기운과 의욕이 없으며, 비활동적인 것으로 조사 됐음에도 최전방 GP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인성검사에서 부적응자로 조사되면 정밀검사를 실시 후 복무 부적합자 판정을 받게 되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이 생략됐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강제적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요구되는 국방의 의무는 청년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된 군인은 육·해·공군을 모두 합쳐 68만 1천여 명. 이중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하는 군인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남대학교 박미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병사들의 군 생활 적응상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폐쇄성과 특수성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병사들의 군 생활 부적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군무이탈, 폭행, 자살 및 자해, 총기 탈취 등이다.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군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7천777건으로 이중 71%가 단순 범죄, 폭력과 상해가 27.2%, 나머지 14.2%가 군무이탈이었다.
한남대학교 박미은 교수는 “요즘 신세대 병사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권위와 통제를 싫어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선호하는 특성이 강하다. 때문에 상명하달식 위계구조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군대 내 부적응자들은 종종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받는다. 동료들로부터 왕따,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은 물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까지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시사전문지는 “지난 2003년 군 자살자 65명 가운데 복무 부적응자가 16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무려 25%가 이에 해당하는 수치다.

군은 지난 2003년 11월부터 이런 부적응자들을 대상으로 ‘비전캠프‘를 만들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목사와 신부 등 군종 장교 350명과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사병 477명으로 구성,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단 및 군단별로 만들어, 2개월에 한 차례씩 3박 4일간 진행한다. 프로그램 내용은 군종 중심으로 자기소개, 이야기 나누기, 군 경험 소개 등 군 생활의 기본적 활동이다. 현재까지 참여인원은 복무 부적응자 3309명, 자살 우려자 486명 등 총 3,795명이다. 이중 부적격 처리되어 전역 된 자가 40명으로 1%에 불과했고, 입소 사유가 완전히 해소된 경우는 겨우 971명으로 26%에 해당했다. 결국 70%가 넘는 인원이 ‘부대적응 지속관리’ 대상으로 언제든지 문제사병으로 연계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나라당 송영선 국방위원은 “현재 운영 중인 비전캠프는 전문 인력의 부재와 프로그램 부족으로 인한 실질적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 상담인이 아닌 군종 장교가 운영하고 있는 데다 프로그램의 기간도 3박 4일로 짧다.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설명이다.

군사회복지사 도입이 해결책

올 4월부터 군 경력자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군 기본권상담관을 채용, 전문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7명의 상담관을 선발했고, 그중에는 사회복지를 전공한 군경력자도 포함됐다. 군 당국은 앞으로 2007년까지 상담관을 400여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군기본권 상담관제도는 전문 상담사와 사회복지사를 군 내부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군사회복지사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지 불분명한 상태다. 더구나 1년 동안 시험 적용하는 것이라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박미은 교수는 “그동안 병사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미흡해 군생활 적응을 위한 서비스 및 시설 처우 개선에 대한 노력이 미비했다. 현재 군종장교를 통한 상담만으로는 병사들의 다양한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수 없다. 전문 사회복지사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군사회복지사의 도입이다. 군사회복지는 군에서 전문적인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말한다. 사회복지 대백과사전에서는 ‘일차적으로 군의 고유한 목적이 최대한 달성될 수 있도록 원조하고, 나아가 군의 구성원인 군인과 그 가족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전문적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군사회복지사는 다른 분야와 달리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슈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사회복지의 전문 지식과 실천방법을 활용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미 미군에서는 1차대전 후인 1918년부터 사회복지사를 군대 내 여러 분야에 배치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군사회복지사의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2차대전 후인 1945년부터다. 현재 군인 신분의 사회복지사가 500명 이상이고, 민간인 사회복지사는 1,000명에 달하고 있다.

송영선 의원은 “미군에서는 군사회복지사의 제도화가 육군 정신의학사회사업에 관한 사업계획서가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회복지 전문 장교가 임관됐고, 현재 약 1천여 명의 사회복지사와 민간상담가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가족상담, 심리치료, 치료·재활협력, 갈등예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와 같이 준비된 전문가를 활용하면 간단한 면담을 통한 정신건강 평가를 수행할 수 있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사 등 다른 전문가와의 연계를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군사회복지사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더해 지난 7월 한나라당 고경화·송영선 의원의 주최로 ‘군사회복지사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사회복지계를 비롯한 국방, 의료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현재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흥윤 씨는 “기존의 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이다. 때문에 군사회복지사의 배치야 말로 국민의 기대를 받을 유일한 대안이다. 군사회복지사의 능력은 병사들의 애환을 들어주며, 진정한 대화의 상대자로서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다.

미8군 오현숙 사회복지사는 “부적응 병사를 조기에 가려 사회심리적 사정과 상담치료, 개입 등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적응상태를 최적화하고 준비된 군인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게 군사회복지사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군사회복지사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관계자들 모두 소리를 모았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상이하게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군대의 특수성으로 군 내부의 장교를 활용할 것인지, 민간인 사회복지사를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군 경력자를 활용할 것인지가 입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박미은 교수는 “학부에서 사회복지학 또는 관련학과를 전공하고 국가에서 발급하는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로서, 상담이나 치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3년 이상의 상담경험 혹은 현장경험이 있는 자로 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송영선 의원은 “비전캠프에 한하여 시범적으로 사회복지사인 초임장교를 투입하여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김수삼 팀장은 “학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회복지사 또는 사회복지사 국가사험에 합격한 자에 대하여 장교로 임관토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만큼 군사회복지사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군 사회는 2차적 현장이라는 특수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학계와 관계부처 간의 꾸준한 협조와 노력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미은 교수 역시 “군사회복지사의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병사들의 군 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군의 국가 안보적 사명을 잘 성취하도록 돕는 유용한 투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충분한 논의 후 제도 마련해야

국방부 측은 군사회복지사 도입에 대해 “기존 간부들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고, 일부 병과 간부 선발 시 자격증 소지자도 포함하여 획득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별도의 사회복지사를 도입하기에는 재정적 문제 등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취했지만 점진적으로는 찬성의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군사회복지사가 어떻게 자리 잡게 될지 기대된다.

군복무 부적응자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당사자들의 인권문제와 연결되는 문제다. 때문에 군사회복지사의 제도화를 위해 어떤 법적 근거를 만들 것인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군사회복지사 제도의 도입에 대한 인정과 더불어 제도가 현실화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위한 행정적 체계 및 재원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글/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표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