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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 빈곤 탈출 가능할까?다양한 취업 취약계층 아우르는
‘사회적 기업’ 추진돼야 해
표수진 기자 | 승인 2005.10.24 16:51

 

경기불황에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서민들의 생계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7월 김모(54)씨는 이웃집에 몰래 들어가 음식 몇 가지와 물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당장 먹을 것이 없다는 절박함에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절대적 삶의 조건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이웃은 비단 그뿐 만이 아니다.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곤층’은 700만 명. 국민 7명당 1명이 소득 빈곤층이라는 정부의 잠정 발표와 함께 올 2분기 가계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소득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를 증명이라도 한 것일까.

며칠 전 고려대 김경근 교수는 “학생의 성적이 부모의 재력에 정확히 비례했다”며 소득과 교육의 불평등에 관한 상관관계 연구 결과를 밝혔다. 수치로 입증한 사례 앞에 빈곤의 대물림은 그저 말뿐이 아니었다.

노동시장 불안정, 근로 빈곤층 증가

얼마 전 경기도 광주에서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생활하던 여중생이 화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작 몇만 원 하는 전기세를 내지 못해 생을 달리한 이 사건은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촛불을 켜고 살아야 할 만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이 너무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2분기 가계지수 동향에 따르면 상위 20%에 속하는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589만원, 하위 20% 월평균 소득은 115만600원으로 그 차가 심각했다. 더구나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줄어든 상태이고 앞으로 그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종건 박사는 “IMF 이후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대, 임금격차가 심화되는 등 노동시장 내에 머물며 최저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계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일을 하면서도 항상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빈곤이란 최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수준으로 측정될 수 없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빈곤의 기준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전통적인 빈곤층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주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면 근로 빈곤층은 일을 하고 있거나 반복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실업의 핵심적 문제는 일자리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지난 IMF 이후 정부가 나서서 노동 유연화 정책을 강행, 노동자들이 임시직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과 실업의 경계를 넘나들게 만들었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노동자가 800만에 달했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보고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실업극복 부천시민 운동본부 최영미 국장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실업과 취업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근로 빈곤층을 증가시키고, 실업의 반복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동자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은 각종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생계를 위한 범죄를 저지르는 행동마저 하게 된다. 결국 빈곤의 굴레가 그대로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되는 것이다.

저임금·단기적 일자리 아닌 실질적 대책 마련을


정부는 2004년 경제정책의 최대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는 근로 빈곤층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빈곤탈출 지원을 위한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사업, 창업지원 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추경예산 또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일정액을 배정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황덕순 연구위원은 “사회적 일자리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부의 정책이다. 실직 빈곤층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는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은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동시에 취업 취약 계층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노동부 청년고령자고용과 이재윤 과장은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수익성 때문에 시장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서비스 부분의 사업이 바로 사회적 일자리다. 장애아 교육보조원, 지역아동 센터 운영, 가사·간병 도우미 사업, 공공근로의 성격을 띤 자활프로그램 등을 포괄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2005년 현재 사회적 일자리는 7개 부처에서 18개 사업을 실시 중이다. 모두 1,532억원의 규모로 4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회적 일자리는 아직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노동부 청년고령자고용과 이재윤 과장은 “법적 기반 없이 대부분 예산 사업으로 실시되고 있다. 때문에 사업의 체계적, 안정적인 발전에 한계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 규모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심의관 신영철 씨는 “복지부는 근로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기초 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이 자활할 수 있도록 자활사업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될 경우 사업이 종료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공공근로적인 저임금·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불안정노동 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생계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너무나도 절실하지만 그 절실함을 빌미로 저임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단편적인 사회적 일자리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수현 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 기획단 비서관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은 대부분 학력이 낮거나, 기술이 없거나, 여성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들을 방치할 경우 실업·범죄·자살의 증가를 낳아 결국에는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성이 큰 사회적 기업 지원될까

앞으로도 정부는 계속해서 사회적 일자리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그 방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NGO 단체가 수익구조를 갖추고 자율성을 보장한 형태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정적 고용을 창출하는 수익형 일자리 제공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고용을 정규 일자리로 발전시키거나 민간에 위탁할 계획도 세웠다. 중·장기적으로 공익성이 큰 수익형 일자리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육성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8월 10일 한나라당 안명옥·진영 의원의 주최로 열린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법률안’ 공청회에서는 ‘취약계층의 고용과 사회서비스 확충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을 추진하자’는 내용으로 열띤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사회적 기업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영리적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달성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사회적 기업은 빈곤층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자활사업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여성을 포함해 넓게는 청년 실업자와 조기 퇴직자에 이르는 다양한 취업 취약계층을 아우르는 새로운 일자리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노동부, 보건복지부,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사회연대은행 등은 사회적 기업 도입에 관한 의견 일치를 보였다. 소외계층에 대한 일자리 및 사회적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이 국민의 복지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기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T 사회공헌팀 김도영 팀장은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제도적 인정과 이에 따르는 정부의 지원, 적합한 NGO와의 전략적 제휴,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 등이 기업 참여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가 일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정책과 자활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경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김홍일 이사는 “한시적인 일자리 성격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와 그것을 수행하는 공동체들이 어떻게 사회적 기업의 요건을 갖추도록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긴급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그 범위와 지원 형태 등에서 관계 부처 간의 이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실질적인 법안 마련을 위해서는 앞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안명옥·진영 의원은 오는 9월 정기 국회에 가칭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종건 박사는 “빈곤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점차 퍼져가고 있는 고급문화와 유행처럼 번져가는 웰빙 등의 고급 생활양식은 기본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는 빈곤층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이들에게 더 이상 삶의 희망은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마저 가질 수 없는 빈곤층. 하루하루 처절한 생존투쟁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그들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이다. 대물림한 빈곤이 또다시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도록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이런 시점에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규정하고, 지원은 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은 필요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정부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 개발에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지역 실정에 적합한 틈새 영역의 다양한 일자리 발굴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따라서 재원확보를 위한 지자체, NGO 단체 및 민간 기업의 협의 또한 필요하다.
글/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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