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둥근 달을 볼 수 있을까. 바야흐로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한가위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송편 빚을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들뜬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명절에는 항상 떡이 등장한다. 우리네 생활사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떡. 그러나 가까이 있는 것은 그 소중함을 잊게 된다는 말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떡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손에 꼽힐 정도만 전해 내려오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잊혀가는 우리네 전통 떡과 부엌살림 등을 재조명하고 나선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떡·부엌살림 박물관(관장 윤숙자)이 바로 그곳. 다양한 전통 떡과 부엌살림을 전시한 박물관은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전통 떡 원형 복원으로 오감 자극을

한국전통음식연구소 2·3층에 자리 잡은 ‘떡·부엌살림 박물관’. 지난 2002년 설립된 이곳은 아기자기한 부엌살림부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전통 음식과 떡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찾는 이들로부터 인기다.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전통 음식은 구경하는 내내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교 교수로 재직한 윤숙자 관장이 발품 팔아 전국의 부엌살림을 틈틈이 수집해 온 것이 지금의 박물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곳곳의 전시물은 서민들이 살아 온 삶이 그대로 녹아있어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박진선 학예사는 “20여 년간 수집해 온 옛 부엌살림과 떡 관련 소장품이 전시돼 있어요. 서민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정겨운 살림살이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공간이죠”라고 말했다.

연구소 2층에는 부엌살림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일상적인 것들이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잊혀져 간 우리네 살림살이들이 바로 여기 모였다. 주발, 막사기, 종지, 수저 등의 식기류와 두부 틀, 소주 고리 등의 조리용 도구, 이 밖에도 소반과 상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할머니가 혹은 우리 어머니가 부엌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옮겨졌다.

박 학예사는 “절기별로 먹는 음식들을 그대로 재현해 놨어요. 옛것을 그리워하는 중년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인기에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날이 갈수록 늘어 하루 수십 명이 다녀갈 정도인걸요”라고 말했다.

한류열풍을 탄 드라마 ‘대장금’이 박물관의 인기에 한몫 더해 외국인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해 궁중 음식 만들기와 한복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연구소 3층에는 우리 전통 떡이 전시돼 있다. 떡을 만들 때 필요한 조리기구뿐 아니라 떡과 함께 곁들여 먹는 전통 차와 민속주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떡살, 다식판, 약과 틀, 떡메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떡은 만드는 법에 따라 종류가 달라요. 크게 찐떡, 친떡, 지진떡, 삶은 떡으로 나누고 있죠.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순 없지만 200여 가지가 있어요. 그 중 10가지 정도만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어요.”

전시관에는 옛 고서에 나온 오색빛깔 형형색색의 떡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계란모양을 한 북한의 닭알떡도 있고, 장미 꽃 모양의 꽃송편도 있다.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하여 붙여진 구름떡 등 처음 듣는 이름에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밖에 전통 음식인 김치의 다양한 종류도 구경할 수 있다. 총각김치, 김장김치뿐 아니라 짚단으로 만든 김치광과 옹기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맛도 보고, 직접 떡도 만들어 인기

박물관 한켠에는 신세대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현대 떡도 전시됐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옛말을 그대로 재현이라도 한 듯 알록달록한 색이 금세라도 입안에서 녹을 듯 하다. 고깔떡, 사과단자, 떡샌드 등 보기만 해도 ‘꼴깍’하고 군침을 삼키게 되는 현대 떡들을 연구소 1층에 위치한 떡카페 ‘질시루’에서 맛볼 수 있다.

눈으로 감상하고, 맛을 보았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20인 이상 단체인 경우 일정의 체험비만 추가로 지불하면 직접 떡을 만들 수 있다. 소요 시간은 2시간 정도.
박물관은 단순한 볼거리 제공이 아닌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체험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릇, 문화적 가치가 큰 유물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다. 잊혀져 가는 생활사를 더듬어 보는 것 또한 그만큼 소중하다. 이번 추석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은 추억과 경험을 안겨줄 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옛것을 더듬어 보고, 직접 맛있는 떡도 만들어 보는 체험은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글/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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