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특집/기획
야간조 노동자들어두운 터널 달려 희망의 새벽으로!
바뀐 생체리듬에 적응 안 된 몸과 싸우며 하루하루 꿈을 일구는 야간조 노동자들의 삶
더불어사는사회 기자 | 승인 2005.10.25 14:00


“소주나 한 잔 하고 퇴근하지.”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D공업’에 다니는 김창식(54)씨의 업무시간이 끝난 오전 7시 반. 그냥 집에 들어가기에는 허탈한 기분이 들어 동료에게 한 잔 하자고 건네 본다. 집에 들어가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는 그. 술의 힘이라도 빌려 잠을 청하려고 하는 걸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소주를 권하게 되는 이 기분을 김씨는‘상실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분주한 출근 인파 속 퇴근하는 기분 “씁쓸해요”

밤을 낮 삼아 일하는 이들. 밤에 작업을 해야 상(像)이 잘 떠오르는 예술가가 아닌 다음에야 ‘야간조 노동자’들도 남들처럼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일하고 남들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이들이 남들 다 자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정한 까닭은 주간 근무때 임금보다 야간 근무시 임금이 높기 때문.

김씨가 12년 째 근무하고 있는 D공업은 한 자동차 회사의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내는 하청업체. 오후 8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반까지 12시간 일하는 야간 근로자들에게 주간 임금보다 3시간 분량에 달하는 임금을 준다. 게다가 경력이 12년째인 김씨는 기본급이 다른 사원에 비해 높기 때문에 야간에 일하는 것이 주간 임금보다 약 15% 높은 수준. 한창 자식들이 커가고 있는 형편이라 정년 퇴직을 1년 앞 둔 상황에서 그가 야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어찌보면 절박하다. 아직 일할 여력은 남아 있지만 이곳에서의 정년이 끝난 다음에 바로 취직이  될 지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은 곳에서 일한 지 1년 된 김민준(26)씨. 그는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주간보다 선선한 야간에 일하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여름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같은 시간이라도 해가 늦게 뜨는 겨울에는 안 그렇지만 요즘 같은 경우는 일을 마치고 퇴근 할 때 이미 밝거든요. 저는 피곤에 찌든 모습인데 그때 막 출근을 서두르는 깔끔한 모습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들과 저의 삶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어요. 나는 저 사람들과 뭐가 달라서 이 시간까지 일 했어야 했나 싶은 생각에 씁쓸해져요.”

민준 씨의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그것도 다 한 때라며 민준 씨의 어깨를 토닥이며 담배 한 개피를 건넨다. 똑같은 담배지만 ‘후-’ 하고 내뿜는 연기가 어둑한 밤공기를 타고 유난히도 뿌옇고 진하게 퍼지는 것 같다.

“힘든 거야 많지. 생활리듬이 깨지니까 밥맛도 없어지고. 피부 알러지도 생겨. 난 처음에 몸에 뭐가 나서 음식을 잘못 먹었나 했어. 그런데 같은 식단인데도 생체리듬이 바뀌어서 그런지 몸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더라고.”

생체리듬이 바뀌면서 보이는 이상징후는 이 뿐만이 아니다. 불면증은 예삿일이 되버렸다. 퇴근하고 들어갈 때는 분명 무척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은데 막상 잠을 청하면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최진환 박사는 규칙적인 자신만의 생활리듬을 만드는 것이 야간 근무자의 불면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 무조건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취미생활 등을 만들어서 오전 시간을 유익하게 보낸 뒤 오후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 다음 바로 출근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한다. 수면을 할 때는 가능한 밤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덜크덩- 덜크덩-’유난히도 짧게 느껴지는 휴식시간이 끝나고 본 업무로 들어갈 때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울리는 것만 같다. 밤이 주는 적막함과 어둠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한편, 이장호(29)씨는 야간 근무가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주간 때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렇다고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마음이 가벼워지니까요.”

밤 12시. ‘저녁식사’를 마치면 동료들과 족구나 배드민턴 등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야간근무 때만 느낄 수 있는 재미라고. 하지만 같은 시간이라도 주간보다 근무시간은 길게, 휴식시간은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야간근무 때는 휴식시간을 연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간혹 야간근무라는 중압감이 주는 부담감으로 실수를 하게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비단 근무자뿐 만이 아니다. 작업장에는 의외의 복병이 있어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야간조의 작업반장인 백상진(39)씨는 야간 근무시 기계가 고장났을 때만큼 힘든 점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기계가 고장나서 본의 아니게 실수할 때도 있어요. 기계에 이상이 생기면 주간 같은 경우는 시설팀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들이 퇴근한 야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 라인이 중단되어 결국 약속된 시간 안에 제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게 되죠. 그러면 기계가 멈춰 서버린 시간만큼의 제품 건수에 따라 책임을 떠 안게 되거든요.”

야간 근무 특성상 많은 인원이 동원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일어날 사고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것도 야간조들의 몫. 백씨는 현장에서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데 야간 때면 특히 느슨해질 때가 있어 언제나 조심한다고 덧붙였다. 경력이 아무리 오래되어 적응이 많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몇십 년 동안 들인 습관인 생체리듬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과 싸워가며 열심히 일하는 이들의 땀방울은 그 어느 것보다 값져 보인다.

환한 매장에서는 야간인지 ‘깜빡깜빡’

D공업처럼 24시간 기계를 가동해야하는 공장이나 병원의 응급실, 택시 및 대리 운전자들처럼 주간과 연속된 원활한 활동을 위한 야간조도 있지만, 일명 ‘올빼미족’을 겨낭한 야간 문화공간을 일터로 삼는 야간조들도 많다. 이들을 위해 편의점이 곳곳에 보편화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김밥전문점 같은 먹거리 공간에서부터 서점 등 대형 할인마트도 24시간 오픈 된 곳을 늘리는 추세다.

이곳을 찾는 ‘올빼미족’들을 위해 야간조를 편성하고 있는 H마트 영등포점. 김씨(33)는 이 곳 음식 코너에서 오전 12시부터 그 다음날 10시까지 튀김류와 초밥 등을 만드는 일을 한다.

H마트 영등포점이 24시간 운영체제로 바꾼 것은 3년 전. 고객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서 일한 지 5년 차에 접어드는 김씨는 원래 이 곳 베이커리에서 빵 만드는 일을 했다. 베이커리 매장에 근무하던 1년 전만 해도 김씨는 새벽 8시까지 나와 빵을 굽고 오후까지 순차적으로 빵을 생산하기 때문에 오후 4시가 되면 퇴근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그는 이보다는 수당이 훨씬 높은 음식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신선한 빵을 제공해야 하는 베이커리 특성상 야간조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아기가 자는 것만 보게 되어 속상할 때도 많았다고.
“밤낮이 바뀐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밤잠을 설쳐야 하는 아내에게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아내도 잘 적응해주고 있어 고마워요.”

10시에 업무를 마치면 30분 가량의 직원 회의를 하고 신림동에 있는 집까지 보통 11시 반이면 귀가한다. 이제 막 “아빠”라고 부르며 반기는 아기를 보면 일단 누적된 피로가 싸악 가신다고. 아기와의 특별한 ‘대화’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하면 그 때서야 몸이 노곤해지면서 피로가 찾아온단다. 김씨의 수면시간은 보통 8시간. 평균 수명시간이긴 하지만 주간 때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야간 근로자들에게는 이 시간도 적다.

“술에 취해 혹은 무척 들뜬 기분으로 귀가하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늦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다 보면 심경이 복잡해집니다. 그들처럼 보고 싶은 친구들 만나 한 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요. 그럴 때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죠. 여기서 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작은 가게를 꾸려 보려고요.”

그의 고된 노동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가족과 그의 꿈. 그래서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대신 쉬는 날은 야외에 나가 햇빛도 마음껏 쐬주면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되어 쉬는 날엔 무조건 집에서 쉬려고만 했는데 그럴수록 피로가 더 쌓이더라구요.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이 오면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야외에 나가 산책하면서 아내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지요.”

휴가철이라 주간에 매장을 찾는 손님은 늘어난 데 비해 야간에 찾는 손님이 줄어 요즘은 좀 덜 바쁘다는 김씨. 시원한 매장에 비해 직원들이 일하는 작업공간은 상대적으로 더워 여름이 조금 더 힘들지만 그럴 때일수록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자주 풀어준다고.

“아직은 젊잖아요. 뭐든 할 수 있어요. 매장에 들어와서 일 하다보면 환한 곳이라 야간인지 깜빡깜빡 잊곤 해요.”

그러다가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창 밖을 보면 ‘아, 밤이었지?’ 싶어진단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주변 아파트에 한두 군데 불이 켜져 있는 창이 눈에 들어오면 일종의 동료의식 같은 게 들어서 무척이나 반갑다고. 김씨는 그런 식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이것저것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힘들지만 보람도 있어요”

자신이 밤새 만든 자동차 부품으로 만들어진 차가 도로에서 달리는 것을 볼 때, ‘아, 저거 내가 만든 차인데…’하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이들은 몸이 고되서인지 야간 작업에서 느끼는 보람은 주간 근무 때의 두 배라고 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더욱 찬란하다’는 사실을 몸소 겪어가고 있는 이들. 힘들 때도 있지만 이들에게 어두운 밤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일궈내는 발판이다. 퇴근길에 이들을 반기는 밝은 아침 햇살은 그들 가슴 속에 자라고 있는 희망의 빛과 닮아 있다. 오늘도 이들은 가족과 꿈이라는 힘을 싣고 여행을 떠난다. 그들만의 꿈과 희망의 나라로!       글·사진/배미용 기자

더불어사는사회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사는사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