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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시민의 발 되는 그 날까지시민들의 엇갈린 반응, 교통약자 위한 장치 미비 등 아직 부족한 점 많아… 꾸준한 개선 필요
배미용 기자 | 승인 2005.10.27 16:36

개편된 버스체계는 장단점을 안고 있다.버스중공영제로 바뀌어서 환영하는 눈치를 보인는 최정명 기사와 애물단지 대접을 받고 있는 버스카드 단말기.
 시민의 발에 발등 찍힌 시민

“벌써 일년이나 지났어요?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싶었는데 아직까지 헷갈리네요.”

면목동에서 강남으로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회사원 권모(26)씨. 그는 일년이 지난 지금도 늘 다니던 노선밖에 모른다며 다른 버스노선은 불안해서 잘 안 타게 된다고 했다. 젊은층인 권씨가 이런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은 오죽할까.

각 언론에서 앞다투어 붙인 ‘대대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확’ 바뀌어버린 서울시버스체계. 순차적인 적응기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정해진 날짜에 단행하고자 한 주최 측의 무리한 진행은 광복이후 유례 없이 전부 바뀌어 버린 시스템과 맞물려 시민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샀다.

하루아침에 ‘시민의 발’에 발등 찍힌 시민들도 시민들이지만 누구보다 맘고생이 심했던 이들은 바로 버스운전기사들. 타면서 어디 가는지 묻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대답해주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버스카드 단말기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말도 마. 기사도 사람인데 싫은 소리를 한 번도 아니고 계속 들어 봐. 나중엔 나도 모르게 버럭 화가 나.”

상암동에서 면목동까지 간선버스 271번을 운행하는 백승기(45)씨는 버스카드 단말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통합요금제잖아. 환승하게 되면 무임승차도 가능하다구. 내리기 전에 안찍고 타자마자 찍는 얌체승객도 많아.”
단말기에 대한 불만은 권씨도 마찬가지였다.

“내리기 전에 찍어야하니까 흔들리는 차 안에서 다시 지갑 꺼내고 그러는 게 너무 번거로워요. 사람 많을 때는 내리기에도 바쁜데 뒤에서는 밀어대죠, 마음이 급해져서 대충 찍다보면 잘 찍히지 않아 이중으로 요금 낸 적도 많아요.”

이는 갈아타는 교통수단과 횟수에 상관없이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대중교통 통합요금제가 낳은 예상 밖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였으나 충분한 검증기간 없이 진행하느라 단말기가 오작동하는 데에 속수무책으로 있어야만 했던 것.

또, 교통약자를 위해 크게 개선된 점도 없다. 승하차 시 불편이 큰 지체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의 이동 약자에게는 잦은 환승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3일부터 일부 구역에 전면실시 된 중앙차로제 역시 이들에게는 환승 시 보행거리가 길어진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다. 게다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승하고자 하는 버스 정류장이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 안내가 확실히 이루어지지도 않는 형편이어서 헛걸음 하기 일쑤다.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이용에 대한 불편도 여전하다. 현재의 버스 운행 시스템은 환승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중앙차로를 달리는 비슷한 노선의 버스에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서울시에 도입된 것이 총 80여대에 불과하고 운행시간도 일정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익숙해지니까 편리하네요”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채 지난 7월 8일에는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세계대중교통협회(UITP) 전문평가단은 서울대중교통개편 국제포럼에서 중앙버스 전용차로, 노선체계개편, 버스 준공영제 도입, 통합요금제, 교통정보의 통합운영과 같은 종합적인 교통 체계개편을 단기간 내에 실현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치하하면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전례 없는 우수정책 인증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민 여러분이 협력해 준 덕분이라며 부족한 점은 2단계 교통개선 프로그램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교통개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점은 남아 있지만 잠정적으로 보았을 때 개편된 본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기사 경력 4년차인 최정명(49)씨는 새로 도입된 버스준공영제에 대해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 전에는 손님이 요금을 잘 내는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고, 더 많이 태우고 빨리빨리 다니기 위해 휴식시간도 짧았고, 지금보다 거칠게 운전한 편이었죠.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사고율도 많이 줄고 무엇보다 휴식시간이 길어져서 좋아요.”

실제로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손을 잡고 운영하는 버스준공영제는 적정 사업이윤을 시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일단 버스기사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승객 서비스 면에서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추세이고, 사고율도 25%나 줄었다.

교통약자를 위해 나온 저상버스. 하지만 비슷한 노선의 버스에만 한정되어 있어 그다지 혜택을 받고 있지는 않는 실정이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의정부에서 시댁이 있는 서울까지 자주 왕래하는 주부 김모(52)씨. 우선 4가지 색만으로 버스의 유형을 구분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빨간색 버스예요. 전에 좌석버스를 이용할 때는 색깔도 각각 다르고 꼬리처럼 따라다닌 뒤에 숫자 때문에 헷갈린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숫자만 알면 대충 어느 곳을 운행하는 버스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이처럼 새로 바뀐 시스템이 훨씬 편리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것이 바로 환승할인제다.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중앙차로 등의 실시로 다소 불편함을 느낄 법도 한 회사원 이모(34)씨는 “영국에 몇 달 머문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곳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부럽더라고요. 1일권 제도가 있어 그 표만 있으면 버스고 지하철이고 하루동안 마음대로 바꿔탈 수 있거든요. 중앙차로에 대해 자가 운전자들이 불편한 것은 이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고척동에서 여의도까지 버스로만 출퇴근하는 박모(25)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단거리에서는 버스를 두 번 이상 갈아타도 한 번 요금으로만 이동할 수 있어 부담이 없어요. 멀리 간다고 해도 기존에 두 번 차비를 내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들고요. 처음엔 불편했는데 익숙해지니까 잘 만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박씨는 또, 천연가스버스라 그런지 대기의 오염정도에 대해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없지만 승차감이 달라진 것도 좋아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바뀐 교통체제, 두 가지 표정
하지만 이는 통합요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수도권 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는 요금을 이중으로 부과하는 꼴을 낳게 되어 경기 지역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또, 서울버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2천여 대의 버스도 승차율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시계를 중심으로 운행중인 도내 대부분의 버스가 지하철역을 경유하고 있어 지하철 환승 승객이 대거 무료환승이 가능한 서울버스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버스회사의 경영적자는 경기도에 또 다른 부담이다. 이는 서울시가 수도권의 공통 과제인 교통문제를 경기도, 인천시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제포럼에서 성공적으로 뽑힌 개편 사항 중에 하나로 버스중앙차로를 꼽았다지만 이에 대해서도 두 가지 상반된 표정이다. 1차선은 버스 전용이라 2차선을 좌회전 차선으로 주게 되면 차들이 섞이게 되는 혼란을 빚는다. 하지만 시는 어느 선진국도 서울처럼 좌회전과 유턴을 많이 허용하는 곳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통량이 한가할 날이 없는 강남대로의 사정은 더하다. 승용차들은 네거리마다 좌회전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섰고 끝차로는 지선버스(녹색)가 점령하고 있어 정상 속도를 내지 못한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43)씨는 “서울시가 버스개편에는 막대한 세금을 투자하면서 자가용 이용자들의 출근길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 시민들에게는 편리함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 기본 취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으므로 자가용 이용이 종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번 개편은 성공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여러 곳에 분산돼 있던 버스정류소를 한 곳에 통합한 환승센터에서도 시민들은 울고 웃는다. 지난 7월 3일 처음 문을 연 청량리 환승센터에 이어 8월 15일 개장한 여의도 환승센터. 청량리 환승센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는 했지만 원론적인 문제점은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는 왠만한 걸 다 탈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승강장이 너무 많아서 안내판 읽다가 시간 다 가. 버스가 쭉 늘어서 있으니까 내가 타려던 차가 뒷줄에 서 있으면 보이지 않고.”
주부 정모(56)씨는 출발 방향 화살표가 반대로 나와 있어 가는 방향도 헷갈린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환승센터의 제일 문제점은 이쪽 승강장에서 다른 승강장으로 눈치껏 넘어다녀야 해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확실한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도시로 만들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교통체제개편. 보다 원활하고 안정된 체제개편으로 이어지려면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당사자가 자기 경험과 개선의견을 아낌없이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시에서는 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수용자세와 개편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의 토끼를 쫓아야 하는 교통체계가 벌써부터 적자를 이유로 일부 버스노선의 폐지를 감행했고 한편에서는 이용요금의 인상까지 재검토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제도였으면서도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단행한 시행착오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 겉만 번지르르해놓고 개편 전부터 지적되었던 문제점을 뒤로한 채 여전히 바쁘게 내달리기만 하는 것이 진정 시민을 위한 도시행정일까? 국제포럼에서 인증서를 받았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시민들이 주는 ‘진짜 인증서’를 받을 때까지 서울시 버스가 진정한 ‘시민의 발’로 거듭나길 바란다.
글/배미용 사진/최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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