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더불어사는사회 현장
“마음의 병까지 치료해 드려요”타지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가족 그 이상의 버팀목 되어주는 사람들
배미용 기자 | 승인 2005.10.27 16:49

혼자 있을 때 아픈 것처럼 서러운 것이 없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것이 고국이 아닌 타지라면 오죽할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법체류자라며 아픈 곳에 더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들의 상처를 말끔하게 치료해주는 이들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봉사자 모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진실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의술이 아닌 따뜻한 손길입니다. 그들을 낫게 하는 것도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봉사자 모임(이하 외의모)’의 운영진인 조명준(28)씨는 ‘외의모’가 하는 일이 ‘봉사’ 라는 말로 포장되는 것을 썩 내키지 않아 했다. 봉사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우월감은 자칫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흐트러뜨리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매주 일요일마다 안산, 서울, 부천, 의정부 등에서 무료 진료를 실시하는‘외의모’는 2000년 8월 다음카페에 개설하여 현재 3천여 명이 가입되어 있다. 자발적으로 이 모임을 찾아 온 회원들은 간호학과 출신이나 의료전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나 일반인들도 많다.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데 일반인이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편견이이에요. ‘베푼다’는 오만함에서 나온 의술보다 ‘나눈다’는 평행선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이 곳에서는 절실하고 효과 좋은 치료약이거든요.”

매달 첫째주 일요일에 문을 여는 의정부 진료소는 의정부 녹양동성당에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반짝 진료를 실시한다. 의정부보건소와 손잡고 진료하는데 이들은 성당 내에 있는 ‘천주교의정부이주노동자상담소’측에서 먼저 ‘외의모’와 보건소로 제의해 인연을 맺게 됐다.

하루에 40~50명의 환자를 맞는 의정부 진료소는 치과와 내과, 비뇨기과, 일반외과, 한의학과 등의 진료를 본다. 힘겨운 노동으로 인한 요통, 신경통, 치통 환자들이 대부분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분야의 치료를 보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날 두 번째로 의정부 진료소를 찾은 바방조(39)씨는 베트남에서 온 지 8개월 되었다고 했다. 가구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뜨거운 불 앞에서 몸을 숙이고 일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간지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자신에게 시도때도 없이 욕설을 퍼붓는 사장을 견뎌내는 일이라고.

한달에 한 번 외의모 회원들을 만나느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들이 가족 그 이상의 존재라고 했다.
“고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막 대우를 받다보니 여간 서럽고 힘든 것이 아니에요. 터놓고 말할 친구도 없었는데 이곳은 제게 선물 같은 존재예요.”

처음에 이곳을 찾은 그는 ‘같은 한국 사람인데 이렇게 다르구나’싶었단다.

단순히 육체의 병을 낫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병도 어루만져주는 ‘외의모’. 한국사람에 대한 나쁜 인식까지 고쳐주는 그들의 활동이 눈부시다.

처음 오는 환자들에게는 진료카드를 만들어주는데 이는 재진료시 환자 고유의 의무기록지를 보고 참고하기 위해서다.
 ‘외의모’에 들어온 지 올해로 꼭 5년이 된다는 유정순(33)씨는 원래 KOIKA(국제협력단)의 회원으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네팔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그 뒤로 네팔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외의모’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집이 춘천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기차를 타고 모임활동에 나오는 열의를 보였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그는 자신의 기술을 썩히는 것이 아깝다며, 일이 있어서 못 나올 때는 꼭 할 일을 미뤄둔 것 같아 찜찜하다고 했다.
유씨 뿐만이 아니다. 현재 안산에서 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이희석(37)씨는 지역특성상 외국인 노동자 환자들이 많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며 환자를 대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미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규(52)씨는 자비로 치과기계를 들여와 이 곳 이주노동자상담소에 기증하고 한 달에 한 번 이 곳에서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이 날은 마침 친구인 이옥철(59)씨에게 “같이 한 번 해보자”고 권유해 친구와 함께 치료를 하는 흐뭇한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웃들의 보다 많은 관심 절실
이들은 하나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 재미있다고 했지만 또 한결같이 부족한 재정으로 인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의정부 보건소의 담당자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볼 때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외의모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이라는 조명준씨.
그래서 관내 의사와 약사에게 권유하는데 반응이 없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덧붙여 ‘외의모’ 회원들처럼 젊은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했다.

5년 전 인도에서 온 럭키(39)씨는 이 곳의 단골(?)환자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이면 친구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는다. 몇달 후면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이곳에서 받은 은혜와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이란다. 긴 속눈썹 아래 커다란 눈망울을 껌뻑이며 어설픈 발음으로 “정말 고맙다”는 단어를 내뱉은 그들. ‘외의모’회원들이 매달 이곳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글·사진/ 배미용 기자

배미용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미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83 광진빌딩(대림동 990-44)  |  대표전화 : 02-847-8422    
등록번호 : 서울 다 05179  |  등록일 : 1996. 12. 10  |  발행·편집인 : 김종래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조시훈
Copyright © 2022 복지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