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1 '저출산정책,대안찾기' -

참여정부 가족정책의 성격과 돌봄노동의 사회화 과제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김혜경 교수)

참여정부 시기는 한국의 가족정책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기록될 것 같다. 호주제가 폐지될 근거를 마련하였고 가족관련 기본법을 제정하였으며 최초의 ‘명시적인’ 가족정책에 근거하여 가족전담 부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2003년 이전까지 국가가 가족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은 보육정책을 제외하고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국가의 목표는 가정의 돌봄 기능이 사회로 표류하지 않도록 함으로써(특히 이혼억제를 통한 아동보호의 가정화) 복지비를 줄이는데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건강한 가정이라는 개념을 수호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혼억제와 건강가정이라는 담론의 축은 이후 저출산의 인구위기에 대한 전쟁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문제는 다시금 ‘저출산’이다. 우리나라는 세계1위라는 이혼률과 1.17이라는 세계 최하위수준의 출산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2003~2004년 건가법 제·개정 논의과정에서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던 것은 가족의 정의와 범위의 문제로써, 과연 부부중심의 핵가족만이 정상가족인가 하는 의문과 한부모가족 등 소위 비전형적 가족의 가족권 확보를 위한 즉 가족정의의 협소함과의 싸움이 중심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4년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로 자리잡은 가족정책 관련 핵심 대통령자문기구가 키워드를 저출산으로 설정하면서 최근의 가족담론형은 출산과 인구정책의 문제들로 수렴하고 있다고 보인다.

2005년 지금 우리는 저출산을 화두로 가족관련 정책들이 백가쟁명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여기에는 가족해체에 대한 우려, 인구학적 관심, 저출산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우려들, 혹은 사회복지체제의 기반구축을 지향하는 노력 등 다양한 입장과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향을 추구하더라도 한부모 가구의 모성과 같이 노동력을 시장화하기 어려운 집단 등 노동중심 정책방향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집단에 대한 적절한 고려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지역사회적 차원의 돌봄사회와 같이 생산중심적 패러다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작업과 실험들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대책’ 기본방향에 대한 검토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은 ‘문제’인가. 저출산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더 문제라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출산은 전적으로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며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할 분야이지 국가가 개입하여 ‘많이 낳아라, 적게 낳아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행위의 집합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때에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게 된다. 그 개입의 방식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환경이나 여건에 변화를 줌으로써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결과가 달리 나타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출산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은 과거의 출산정책이 여성의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온 경험에 근거한 우려일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행위의 집합적 결과인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가. 가족가치의 붕괴나 인구감소로 인한 국력약화 때문에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무너져간다는 ‘가족의 가치’가 의미하는 바는 모든 개인과 가족에게 있어서 각기 매우 다른 것일 뿐더러 다양한 가족형태야말로 개인의 결정권의 영역에 있는 문제이지 전체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인구의 감소도 그 자체로 우려를 낳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정책수단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회의 복지체계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고 국민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연구를 하는 복지국가론은 노동자인 남성을 표준적인 인간으로 간주하고 설명하던 데서 탈피하여 여성의 경험과 ‘돌봄노동’의 의미를 반영하는 젠더관점을 통하여 한층 설명력을 더하게 되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저출산의 문제는 복지국가체계나 ‘돌봄노동’의 역할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이 역시 젠더 시각에서 볼 때 그 의미가 확연히 드러나리라고 본다.

가족정책 첫 단추를 잘 끼우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지금까지 가족을 경계짓는 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연, 혼인, 입양이 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생각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정서적 교류, 돌봄노동의 연대, 자원의 공유, 공동생활, 동반자 관계 등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부가족,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한부모가족, 독신가족, 비혈연 공동체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따라서 가족정책을 수립할 때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족이 중심이 되면 다른 유형의 가족들은 배제되거나 차별받을 수 있다. 세법, 보험제도, 사회보장제도 등에서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여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부계중심의 가족문화는 가족안에서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러나 소자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딸만 있는 가구가 약 220만 가구에 이르면서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관습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늘어나고 특히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를 상회하고 있어 남성중심의 1인부양 모델이 부부중심의 2인부양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즉, 전통적인 가족모델인 남성=경제활동, 여성=집안일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정형화된 성별분업에 때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맞벌이 맞살림 맞키우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 문화 사회정책 등이 변화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출산하고 기르는 것은 개별가정의 역할만이 아니라 국가를 유지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인적자원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모든 아동이 자신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공적인 보육과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 주제 2 가족복지서비스의 쟁점과 내용 -

통합적 가족지원서비스 전달체계의 모색
(김신열, 이은주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계는 사회변화 및 가족의 변화와 맞물려 전체적 구도를 재편하는 큰 변화속에 있다.

먼저 통합적인 가족지원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 중심 원칙에 입각해 볼 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고,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자들의 연계망을 우선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효과적 사례관리를 위하여 기관 간 공통의 서류기록양식을 개발 보급할 필요가 있으며, 넷째 지역사회의 자원에 대한 통합적 정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조건들을 기초로 통합적 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적 전달체계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서는 통합에 대한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의 이해와 동의, 그리고 자발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역사회 민간기관들의 서비스가 백화점식 나열을 지양하고 각 기관마다 특화된 분야를 개발하도록 함으로써 중복성을 피하고 전문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자기영역을 지키려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각 기관의 다양한 면에서의 차이를 조정하여 협동 및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은 결코 쉽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일방적인 top-down 방식의 시책 전개보다는 공공 및 민간부문들 간의 책임의식 공유, 상호보완적 역할의 분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토론 및 의사소통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가족지원서비스의 방향모색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류미란 신림종합사회복지관)

건강가정기본법에서도 가족지원법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것은 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 자원의 개발이다.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중심의 사례관리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먼저 변화하는 가족의 욕구를 파악해야 하는데 건가법이나 가족지원법 모두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족의 욕구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규정하고 있어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가족의 상담욕구를 충족시키고 가족지원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위해 전문적 상담서비스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복지관에서 가족상담이 이루어지고 있고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가족상담이 주된 서비스로 설정되어 있으며 가족지원센터에서도 상담을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전문적 가족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의 훈련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가족상담을 전문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전문상담 훈련과 수퍼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포괄적인 가족중심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통합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 네트워크 구축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한 사례관리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 가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가치나 철학면에서 가족의 권리를 존중하고 가족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들을 담아낼 수 있는 전문적인 가족지원서비스가 개발되고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가족지원서비스 전담인력의 자격에 관한 논의
(최명민 천안대학교 교수, 이선혜 중앙대학교 교수)
서비스 전달자에 대한 여러 쟁점 중 가장 치열하게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된 문제가 자격기준과 관련된 부분이다. 가장 민감한 부분중 하나는 과연 어느 학문분야 전공자가 가족서비스 전달자로서 적절한가 하는 문제였다.

가정학계에서는 그동안 가족서비스 전달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온 사회복지사가 ‘건강가정’을 위한 서비스제공자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먼저 사회복지사 교육과정에 가족관련 전문지식과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 예방적 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 가족에 주된 관심을 기울여서 연구대상으로 삼아온 가정계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만 보려는 점, 서비스 실천능력이 우선이라는 점,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우선이라는 점, 사회복지사의 역사성 및 사회기여도에 대한 고려도 해야한다는 점을 들며 사회복지계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처럼 서비스전달자 규정의 적절성에 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을 종합해 보면, 첫째 서비스전담인력의 기반이 되는 가치와 철학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가족과 관련된 전문지식, 직간접 서비스 방법론으로 대분되는 지식과 기술은 서비스 전담인력이 갖춰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셋째 관련 학문분야들도 실체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소양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할 것이다.

표수진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