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바로 서야 사회복지가 바로 섭니다.”
지난 86년 숭실대학교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한 후 오로지 한 길만을 고집해 온 사회복지사 김순철(39)씨. 오랜 기다림 끝에 그를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본점) 하늘공원에서 만났다. 도심 속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옥상 정원과 제법 잘 어울리는 그. 오붓이 마주앉아 그윽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20여 년간 사회복지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을 돌아봤다.

현장에 대한 끝없는 고민… 시민운동에 관심

‘더불어 행복한 세상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일까?’
이 질문 하나로 그는 사회복지의 길로 뛰어들었다. 물론 그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대학진학 후 이론위주의 교육현실은 회의감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던 당시 복지정책은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때인데다, 우리 교육의 현실에 절망감을 느꼈어요.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의 이론과 이야기가 전부였으니까요. 시혜적 차원의 주체가 없는 사회복지현실이 답답했어요.”

결국 이런 회의감에 빠진 그는 학업까지 그만두고자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대학원에 진학, 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함께 ‘청년사회사업’이라는 학술지를 만들었다. 뜻이 맞는 대학 친구들과 함께 사회복지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을 만든 것이다. 이미 지난 87년에도 서울경기지역 사회사업(복지)학과 학생들의 모임도 준비한 바 있을 만큼 현장에 대한 그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학술지를 발행할 즈음 취재 차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여연대가 진행하는 ‘사회복지학교’에 갔어요. 그곳에서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라고 말하는 부분에 깊이 동감하게 됐죠.”

그렇게 참여연대와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박씨가 본격적으로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회복지사 부당해고에 대한 성명서를 내면서부터라고. 그 후 자연스레 시민운동에 관심을 둔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참여연대 사회복지 담당으로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기초생활법 연대위, 사회복지학교 운영, 복지비전21 캠프는 물론,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토론 모임을 꾸려가며 2002년까지 팔방미인으로 이곳에서 활동했다.

“전 참여연대 상임 집행위원장인 박원순(현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 변호사와 대안사회팀을 운영하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참여연대에서 따로 독립해서 만든 게 바로 아름다운 가게죠.”

헌 물건을 통해 누구나 쉽게 공익적 활동에 참여하게 한다는 모티브를 아래 환경과 나눔이라는 새로운 시민활동이 그의 맘을 사로잡았다. 본래 시민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기 때문에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짐작된다. 지금의 아름다운 가게가 자리 잡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야 했지만, 그만한 고충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겸손함까지 내비쳤다. 현재 아름다운 가게에서 회원팀 팀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자원봉사자 관리와 교육 등을 도맡고 있다.

“재사용 문화의 확산, 그리고 나눔과 순환을 통해 시민과 함께 단체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때문에 봉사자가 아닌 참여자로 생각하면서 그 부분을 자원봉사자 교육시간에 강조해요. ‘아름다운 가게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죠.”

사회복지,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그는 사회복지사에게 희생과 헌신만 요구하는 현실의 고리를 끊을 사람이 바로 사회복지사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 때문에 후배들에게도 아낌없이 당부를 하곤 한다.

“사회복지사가 주체가 되어야 한국의 사회복지가 바로 설 수 있어요. 변화를 원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 누구도 그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나와 우리가 해야 해요.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80년 격동의 시대를 거쳐 21세기에 들어선 박순철 사회복지사.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스무 살, 그때처럼 그의 사회복지 열정은 식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일까. 차츰차츰 복지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만은 않으니 말이다.

“예전의 시민참여는 동원적 자원봉사에 기초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민사회 구성원으로 당연히 참여해야 해요. 앞으로 자원봉사 문화를 제대로 다져가는 데 힘이 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사회복지 운동과 관련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 싶어요.”
글·사진/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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