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가족의 귀염둥이 삼형제들. 막내에게 푹 빠진 언니 오빠들의 마음을 세열이는 알까.

“올 겨울은 특히 더 따뜻할 것 같아요. 선물 같은 새 가족이 생겼으니까요.”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장혜정(33)씨 가족과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서은희(36)씨 가족은 각각 올해 봄과 가을에 동방사회복지회로부터 새 가족을 맞아들였다. 이제 세 달 된 세열이와 7개월 된 하은이가 그 주인공. 새 가족과 처음 맞게 되는 올해 겨울. 그래서인지 이들은 모두 이번 겨울이 무척이나 특별하고 행복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막내에게 폭 빠진 장씨네 가족

“엄마∼ 다녀왔습니다, 세열이도 안녕. 뽀뽀 쪽!”
초등학교 1학년인 세열이 누나는 학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동생 세열이에게 뽀뽀하기 바쁘다. 2시간 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도 그랬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는 장혜정 씨 부부는 결혼을 기념해 뭔가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평소에도 이웃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오던 장씨 부부. TV에서 입양가족이 소개될 때마다 남다르게 보아오긴 했지만 마음만 있었기에 선뜻 입양을 하겠다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 봄, 부인 혜정 씨가 먼저 남편에게 말을 건넸던 것.

“말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남편이 고마워하더라고요. 음, 이건 좀 다른 얘긴데요. 결혼 후에 그이 사업이 두 번이나 실패해 어려웠던 적이 있었거든요. 나중에 알았는데, 남편은 대학시절부터 저 몰래 소년가장 삼형제를 후원해주고 있었나봐요. 그런데 형편이 어려울 때조차 그 친구들을 보살피는 일은 변함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게 되니 말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흔쾌히 하자고 동의해줄 줄 몰랐어요.”

서로의 의견이 통합되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해주었다고 한다. 장씨 부부에겐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1학년인 딸이 있는데 아기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는 아들과는 달리 샘이 많은 딸은 처음에는 울면서 반대했다고.

“딸애가 ‘엄마는 아기만 사랑할 거잖아’라며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다 소용없었죠. 나중에는 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길래 어쩔 수 없이 우리 뜻을 접은 적이 있었어요.”

2개월 된 세열이. 자는 모습이 꼭 천사같다.

입양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생각해서 결정한 장씨 부부는 이미 굳힌 마음을 쉽게 돌릴 수 없었다. 그래서 딸에게 딱 한 달만 위탁모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세열이를 데리고 왔다. 평소 엄마, 아빠가 봉사활동하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딸애 역시 그 일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막상 세열이를 데리고 오니 너무 좋아하면서 “우리가 키우자”고 했단다. 

이젠 동생을 안는 폼도 제법 손에 익은 이 어린 누이는 아기가 마냥 신기하고 예쁜 눈치다. 1분마다 한 번씩 아기에게 뽀뽀해주고 쓰다듬고 부벼대는 모습이 영락없이 동생에게 폭 빠져있는 모습이다. 이 모습을 보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 장씨 부부. 얼마 전에는 양가 부모님들에게도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서류절차를 밟았다. 집안 돌림자를 써서 이름도 지어주고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신고도 끝마쳤다.

하늘이 맺어준 축복 같은 인연

“은평구에서 입양하는 사례는 저희 가족이 처음이었대요. 친자로 호적에 올렸는데 동사무소 직원조차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더라고요.”
입양 절차도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롭지 않아 ‘어머, 이게 다야?’ 싶을 정도였단다. 절차와 자격조건이 무척 복잡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정의 교육을 받고, 상담 후에 선생님이 저희 가정을 방문해서 분위기도 보시고 계획도 듣고 가세요.”

늦둥이 세열이를 안고 있는 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

물론 기초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은 있다. 혼인신고 후 3년이 지난 연령이 25세 이상의 부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가정, 부부 중 한 사람이 많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 가정, 아기를 사랑으로 보호, 양육하고 건전한 인격체로 육성할 능력과 교양을 갖춘 가정이어야 한다.

“기준에서도 합격했고, 어르신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막상 세열이가 우리집에 오기까진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어요. 그럴수록 세열이에 대한 우리 부부의 애착은 더해갔죠. 꼭 세열이여만 하는 느낌. 부모자식 간에 놓여진 숙명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배 안아프고 예쁜 아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직도 꿈만 같다는 장 씨. 8년 만에 다시 아기엄마, 아빠가 된 이들은 세열이 덕에 요즘 사는 게 더 행복하다.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다 보면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그런지 팔도 아프고, 엉치뼈와 목 뒤가 아플때도 있는데 그것도 다 기쁨이라고 말한다.

“첫째를 낳아 키울 땐 안 그랬는데, 얘 아빠가 아기 보느라고 힘들지 않겠냐며 100일 동안은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남편은 요즘들어 일거리가 더욱 늘어나 퇴근시간도 늦어지곤 해 집에 들어오면 쉬고 싶을 텐데도 세열이 형과 누나한테도 전보다 더 신경써주고요.”

그런데 한가지 걱정이 있다. 공개 입양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동방사회복지회의 강영숙 과장은 “아이가 자라는 성향을 보고 욕심이 많거나 소심한 부분을 보이면 되도록 주의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라며, “언제나 부모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희들 숙제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도 당부하고 있고요. 또, 첫째, 둘째에게도 ‘엄마 아빠는 너희를 전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곤 합니다.”

늘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장씨 부부. 이들의 최종 꿈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쉼터를 마련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들의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를 닮은 천사 같은 아이들과 사랑스런 막내 세열이.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이들 가족들의 모습이 가슴 한 켠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듯 하다.

“세열이가 이 집에 온 지 아직 한 달밖에 안 돼서 아직 변변한 가족사진이 없어요. 올해 안에 꼭 가족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요.”
세상에 꼭 말로 표현해야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장씨의 소박한 바람 속에 사랑이라는 말로 꽉꽉 들어차 있는 게 보이는데 이걸 굳이꼭 말로 해야될까.

가족 그림을 완성시킨 하은이

“유모차 끌고 마트에 나오거나 그 또래의 엄마들이 아이들과 공원 벤치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하은이가 조금 커서 엄마하고 딸 사이에 흐르는 감정들,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요.”

하은이가 생긴 후 집 안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는 서씨네 가족. 이들 부부는 하루하루 하은이의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서은희 씨 부부도 올 겨울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했다. 은희 씨 부부와 부모님들이 그토록 원하는 가족의 그림을 하은이를 통해 완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연말과 새해. 누가 보아도 평범한 모습이라 여길테지만 그 속에서 서씨 부부가 느낄 행복은 깊고도 넓다.

어린이집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도 저 아이들처럼 건강한 아이 하나만 있었으면…’하고 하루에도 몇번 씩 바라던 이들이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한두 해가 지나는 동안 자신들의 소망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 아픔을 겪었기에 이들 부부에게 하은이의 존재는 축복 같은 선물이다. 이제 막 7개월 된 하은이가 이들 부부를 보고 지어주는 미소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게 만든다.

“하은이 옷 입혀주고, 우유 먹이고, 씻겨주고 하는 데서 이이랑 요즘 행복을 느껴요. 갱년기라 그런지 어머니도 몸이 편찮으신 기색이 있으셨는데 하은이 보시면서 많이 나아지신 것 같고요.”

하은이가 생긴 후 집 안 분위기가 많이 밝아지고, 성격도 활발하게 바뀌었다는 서씨는 하루하루 하은이의 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얼마나 야무진지 몰라요. 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금방 뒤집고 고개도 들어서 어머니도 기특해 해요.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기뻐요.”

집 안에는 갖가지 아기자기하고 예쁜 아기용품들이 가득하다. 거의 다 주위에서 축하 선물로 받은 것들이다.
올해가 가기 전 가족끼리 제주도로 여행도 갈 예정이다. 가서 사진도 많이 찍을 생각이다. 그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변변한 여행 한 번 못 해봤는데, 하은이 덕에 하는 셈이라며 어머니도 좋아하신다고.

서씨 부부는 요즘 조금 바쁘다. 내년 초쯤엔 호주로 이민 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꼭 하은이가 생겨서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작용은 했지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이 많이 남아 있잖아요. 하은이가 자라는 데 조금 편한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호주로 결정하게 됐어요. 입양 자체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입양가족들의 모임도 활성화되어 있거든요.”

저출산대책위원회를 마련하여 출산장려를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불임부부들이 이를 위한 노력을 하는데 드는 부담에 대해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는 서씨. 배우 윤석화 씨처럼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입양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에 데리고 갔더니 그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동생도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절 날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하은이를 보며 조심스럽게 동생을 생각해 본적도 있다는 서씨. 9년의 결혼생활에 하은이가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는 생각이 든단다.

자라면서 지혜열을 앓느라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이유 없이 울 때, 초보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우리 아기 크려고 그러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고맙고 대견하다고.

가족이란 서로 힘들 때 감싸주는 것

“아, 정말 내 아이구나.”
가족이 되려고 그랬을까. 장씨 부부도, 서씨 부부도 처음 보는 아기를 안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단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아기만 보면 행복해진다며 입양이란 이렇게도 큰 기쁨을 얻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명 가족을 맞아들이기에 앞서 많은 고려기간이 필요하지만, 조금 더 일찍 결정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기에 새 가족과 함께 맞는 올해 첫 겨울이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고 따뜻하지 않을까. 이들 마음 속에 가득한 사랑의 불씨가 올 겨울 이웃에게까지 전해질 것만 같다.

글/배미용 기자·사진/장혜정·서은희 씨 제공
자료제공/동방사회복지회 (문의: 02-3142-5821)

배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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