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에서 최 서방 찾기’. 난해한 지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찾아야 할 최 서방은 요즘 초등학생도 갖고 있다는 휴대폰 하나 없으니, 어떻게 알아보란 말인가. 새삼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듯한 주인공이 얄궂기까지 하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먼발치에서 한눈에 딱 알아봄 직한 이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바로 일곱 번째 바통을 이어받을 사회복지사 최옥채(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48)교수다. 전라도에서 막 도착한 그와 차 한 잔 나누기 위해 마주앉은 시간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손에 든 차만큼이나 따뜻한 웃음이 인상적이다. 말문을 열자 마음마저 이내 녹녹해진다.

현장감 갖춘 한국교정복지의 산 증인

“휴대폰이요? 가끔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거 없는 게 훨씬 편해요. 다른 사람들 다 쓰는데 나라도 안 쓰면 환경운동도 하고 겸사겸사죠.”

그는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사람이다. 그 흔한 휴대폰도 없거니와 남들이 꺼리고 힘들어하는 길을 홀로 걷기 때문에 절대 평범할 리 없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교정복지’의 길도 그렇게 혼자서 묵묵히 걸어왔다. 솔직히 그가 대학 입학할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학과는 전국 11개 대학뿐이었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딱 그만큼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다, 당시로써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범죄인과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정복지에 눈을 돌렸으니, 그가 걸어왔을 험난한 외길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그가 처음 교정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때다. 경비교도대로 군 입대를 한 것이 계기였다.
“경비교도대로 근무하면서 교정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내게 맞춤복처럼 꼭 맞는 분야였어요. 아직까지 교정복지의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아 각종 비행(非行)과 범죄를 사회복지사가 개입해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 그런 만큼 지금도 더욱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교정 복지의 매력에 흠뻑 취한 그는 무작정 호주로 유학길을 떠났다.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고 싶었기에 선택한 길이다.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고 떠난 길, 외로운 타국 땅에서의 설움이 얼마나 깊었을지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는 그런 설움을 ‘고국에 돌아가 현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교육자가 되리라’는 다짐 하나로 채워갔다. 그리고 돌아온 고국에서 이 다짐은 현실로 지켜져 가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며 지금껏 한해도 거른 적이 없을 만큼 연구발표에 열심이다. 최근에는 사회복지사 급여문제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양심적 문제에요. 그동안 분야별로 너무 다양하다 보니 쉽게 접근하지 못했어요. 93년 이전부터 법인 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한 개인의 급여변화를 그리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드네요.”

벌써 전라도를 이 잡듯 헤집었고, 대전까지 수소문을 끝낸 그로서는 하루빨리 적임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 속엔 열악한 복지사들의 처우에 대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코자 하는 그만의 고심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우리 학계가 노력해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를 올려놔야죠. 그러기 위해선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그 속내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노력해야 사회복지 전체가 변화할 수 있고, 우리 분야를 찾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어요.”

그는 또 지방으로 갈수록 수적·양적으로 열악해지는 복지 현장때문에 제자들의 실습 선택 기회가 한정된 사실을 토로했다. 열정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기 마련이다.

꿈이 있어 아름답고, 꿈을 좇기에 행복한 사람

그는 사람은 가르친 대로 배우고 또 배운 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제자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는 그. 그래서 일까. 그의 이름 석 자 뒤에는 꼭 ‘열심히 사는 사람’이란 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요즘 학생들의 관심이 전담공무원이나 행정직에 쏠리고 있어요. 조금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했으면 해요. 지금은 조금 힘들지 모르지만, 참 좋은 직업이 될 거란 자부심을 가져야죠.”

그는 소박한 꿈도 있다. 성성한 백발이 부끄럽지 않은 나이가 될 때쯤 작은 산문집 하나 내는 게 그것이란다. 일기장을 꼼꼼히 채우며 소박한 꿈을 이뤄가는 그의 모습이 왠지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복지사들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좋은 이웃이, 그리고 살기 좋은 동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또 좋은 동네가 모이다 보면 나라 전체가 좋아지게 되겠죠. 우리 모두가 함께 변화하는 거예요.”

  세상을 하나하나 좋은 것들로 바꿔나가려는 최옥채 교수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홀로 묵묵히 걷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 빼고 모두 변한다고 하는데 언젠가 최 교수의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강단이 괜한 것이 아닌 만큼 여덟 번째 주인공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기만 하다.

 글·사진/표수진 기자

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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