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화장실 맞나요? 여기서 밥 먹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저희는 청결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2시간마다 청소차가 돌면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아, 그래서 화장실에 청소함이 따로 없는 거구나. 그런데 한 가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쉽네요. 보도블럭의 경우 화장실 각 문까지 쭉 이어져야 하는데 입구에서 끊겼네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도 개선됐으면 해요.”

아침 8시 50분, KTX 광명역 화장실 앞.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남녀 화장실을 분주히 오가며 꼼꼼히 살핀다. 편의용품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청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변 환경과 화장실이 조화를 이루는지 등 세심히 돋보기 눈을 들이대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화장실이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살뜰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숨은 땀을 흘리고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바로 그곳.

지저분한 공간에서 쉼 공간으로 탈바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지난 99년 문을 연 이 단체는 지금의 표혜령 대표가 우연히 겪은 일화를 계기로 걸음이 시작됐다. 

“길을 가는데, 몇몇 아이들이 사람 뒤통수에 침 뱉기 시합을 하더라고요. 정말 엽기적인 행동에 기겁을 했어요. 그래서 침 뱉는 것을 막는 국민운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아는 분이 화장실에서 가장 침을 많이 뱉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화장실을 조사하게 됐는데, 정말 말이 아니었어요. 10개 중 9개 화장실이 아주 불량하더군요. 그 때 침 뱉는 것을 막는 것 보다 화장실 청결문제가 시급하다는 생각에 화장실문화개선에 나서게 됐어요.”

우연일까. 때마침 그의 이런 생각과 맞물려 우리나라에 국제적이면서도 굵직한 규모의 행사들이 많이 열렸다. 2000년엔 아셈, 2001년은 한국 관광의 해, 2002년에는 월드컵 등이 줄을 이으면서 정부에서도 화장실 문화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 나라 문화 척도는 화장실을 보면 알 수 있다잖아요. 그러다 보니 행정당국에서도 많은 노력들을 했는데, 무엇보다 월드컵이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깨끗한 문화공간 만들기’를 큰 목표로 삼고 있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그런 만큼 어떻게 하면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가 늘 고민이다. 이에 캠페인, 시민교육, 간담회, 시상, 관리감독, 청소의 날 등 22가지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그 중 표 대표는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화장실이 탈바꿈하는데 주역이 됐던 것으로 ‘청결캠페인’을 꼽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아마 한번쯤 다 본 문구일 것이에요. 간단한 문구지만, 정말 여러 번의 실패와 고민 끝에 만든 거예요. 다행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모르긴 몰라도 화장실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밑씨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듯 그간 ‘화장실’하면 냄새나고 지저분해 가능한 고개를 돌려 왔다. 그런데 화장실이 깨끗해지니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그간 ‘지저분한 공간’에서 짧지만 ‘쉼’을 가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각 화장실마다 좋은 문구를 적어놓곤 하는데, 단체 홈페이지에 화장실 관련해 수기를 올려 놓은 한 분은 이런 글귀를 통해 순간 반복적이던 일상에 작은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글들을 보면서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인해 사회가 밝아진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물론, 처음부터 단체가 순항을 한 것은 아니다. 문을 열 당시만 해도 ‘별 시민단체가 다 생긴다’는 조롱의 목소리가 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리 시민단체의 파워가 커졌다고 이제는 뒷간단체까지 생겼다며 삐딱한 시선이었어요. 이런 분위기니 누구하나 후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고, 사무실도 없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그런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하다보니 조금씩 사회가 변화되더라고요.”

요즘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발걸음은 숨가쁘다. 여러 지역 지자체 혹은 시민단체에서 이런 운동에 동참하고자, 지원을 청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 부산, 제주도까지 전국 곳곳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회원들은 몸이 둘이라도 모자란다고.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즐거워요. 우리가 바쁘다는 것은 더 많은 지역 곳곳의 화장실에 즐거운 바람이 일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향기 나는 사회 위한 작은 불씨 돼

지난 99년 문을 연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깨끗한 문화공간 만들기를 큰 목표로 삼으며, 지금껏 다양한 사업을 펼쳐 오고 있다.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이들의 숨은 수고에 그동안 우리의 화장실이 두텁고 무거운 옷을 한 꺼풀 벗었다. 여기에 표 대표는 나름의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 화장실 개혁이 미진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공공시설은 어느 정도 개선이 됐지만, 학교 화장실에는 아직 바람이 불지 않더라고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 공간일수록 더 깨끗해야 하는데, 현재 가장 아쉬운 부분이에요. 앞으로 교육기관 쪽에 캠페인 등을 통해 건의하는 등 더 신경을 써 갈 계획이에요.
”
하루에도 몇 번씩 가는 화장실. 갈 때마다 작은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일상 속 이런 작은 행복을 추구하며 쉼 없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일반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누구하나 나 몰라라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름다운 사회의 불씨를 피우고 있었다.

 글/김은미 기자 사진/화장실문화시민연대 제공

김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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