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 하고 좋아하는 일로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아요.”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 도용식(광운대·21)씨. 매주 화요일이 되면 그의 취미는 더욱 빛을 발한다.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학교’에서 어린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 봉사활동을 펼치기 때문. 유난히 학교수업이 많은 화요일은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저녁식사를 거르기 일쑤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그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흥겨움이 묻어 난다.

전공살린 봉사, 보람과 즐거움으로

‘K.I.D.S’는 ‘Kids Invited to Draw by Students’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그리기에 초대된 아이들’이란 뜻이다. 김정원(GeorgiaUniv.·23) 씨를 주축으로 2004년에 발족된 이 모임은 병이 있거나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적절한 미술 교육·활동에서 소외된 어린이를 위해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봉사활동 모임이다.

처음 K.I.D.S 봉사활동은 초대 클럽장인 김정원씨에 의해 시작됐다. 미술교육으로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김정원 씨는 지인인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수간호사의 권유로 이 병원에서 봉사를 하게 됐다. 그 후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인터넷커뮤니티 싸이월드에 온라인 클럽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나 둘 회원들이 늘어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K.I.D.S 연대세브란스병원 화요일팀 식구들. 좌로부터 양혜림, 도용식, 임은영, 송현석씨.

김씨는 “K.I.D.S. United는 각 대학 캠퍼스 별로 K.I.D.S라는 독립된 동아리가 구성되는 모체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특별한 미적 재능을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좋아하고 미술과 미술교육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모임의 문을 활짝 열어둔 셈이다. 그래서일까. 만든 지 1년이 채 안 된 지금 K.I.D.S의 회원들은 수도권 내 수많은 대학교안에서 봉사동아리 활동의 하나로 점점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며 회원들의 전공도 건축, 전자, 역사, 치의과 등 다양하다. 또, 봉사하는 곳도 서울대학교병원 1곳에서 출발하여 연대세브란스 병원,  봉천동 ‘살림터’ 등으로 점차 그 수를 늘려가는 추세다.

봉사활동은 요일과 봉사 장소에 따라 총 6팀으로 나뉘어져 있다. 서울대학병원의 수·토요일 두 팀과 연대 세브란스병원의 화·수·목요일 세 팀은 어린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고, 봉천동 ‘살림터’의 금요일팀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미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한 장애어린이 관련 기관에서 연락이 왔어요. 벽화를 그려달라고요. 그래서 방학 등 회원들과 시간을 맞춰 전체 봉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숙명여대 회화과에 재학 중이며 현재 클럽장인 양혜림(21)씨는 “정기적인 회원 모임을 통해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미술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링거주사를 맞고 있거나, 상처가 나면 안 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할 때, ‘아 참, 아픈 아이들이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특별히 봉사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홍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임은영(프리랜서·27)씨. 이 모임에 나온 지 5개월 정도 되었다. 매주 색다른 미술 작업을 위해서는 준비물을 살 여비가 필요한데 병원 측에서 지원해주긴 하지만 부족할 때도 있어 이들 주머니에서 나갈 때도 종종 있단다.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줄었으면…’

연대세브라스병원 어린이 병원학교에서 진행되는 미술교육. 이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들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아픈 아이들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뻐근하다’는 송현석(연세대·27)씨. 그가 제일 원하는 것은 여기서 만난 아이들이 하루빨리 완쾌돼서 퇴원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임은 그랬다. 아이들이 있어야 이들의 봉사활동이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들의 활동영역이 없다는 것은 아프고 소외된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들의 활동폭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봉사활동 중 가장 보람 있을 때를 “이번 주에 만났던 송씨의 아이들이 다음 주엔 안 보일 때”라고 말하던 모습이 진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들 모두의 마음 속엔 송씨와 같은 생각이 들어 있을 게다.
그래서일까. 어린나이에 힘든 경험을 해야했던 아이들에게 병원에서의 추억을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는 이들의 손길이 파스텔화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글·사진/배미용 기자

배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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