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소개할 상품은 크리스마스기념 특별 세일 상품인 속옷세트예요... 일일쇼핑호스트가 된 진주가 멘트를 하고 있다.

 

 “너무너무 기분 좋아요. 방송국에 와 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다니….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그때의 기분은 아마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얼마나 가슴 벅차고 황홀한지. 오늘 진주가 이렇게 행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일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원에서 창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던 날, 그렇게 온 세상이 기쁨의 환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세상은 분명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소원을 빌고 싶으세요~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올해 나이 11살인 진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소아환자다. 다 큰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도 꿋꿋이 견뎌내는 아이, 아픈 것이 오히려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몸보다 마음이 훌쩍 커버린 아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분명했다.

하루 종일 갑갑한 병실에서 보내야 하는 진주가 언제부터인가 꿈이 생겼다고 한다. 바로 TV속 주인공이 되는 것. 학교에 다닐 수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보니 자연스레 TV와 친구가 됐고 그래서 더욱 TV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을지 모른다.

진주 엄마는 “병이 악화되어 몇 달 전 그렇게 좋아하는 학교도 휴학해야 했어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이렇게 병원에만 있다보니 유일한 친구이자 말벗이 TV가 된 거죠”라며 진주를 바라봤다.
벌써 2년째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린 딸을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울지 않으려 해도 진주의 해맑은 모습만 보면 자꾸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병을 앓기 전부터 밝고 명랑한 성격이라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어요. 많이 아플 텐데 주위사람들 걱정할까 내색도 안하고 항상 웃고 있어요. 그래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진주의 소원을 더욱 더 들어주고 싶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바로 한국 ‘메이크어 위시(이사장 황우진)’에서 진주와 같은 아이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것. 진주도 이번 이벤트에 선정 돼 그토록 바라던 TV 속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됐다. 엄마는 내심 진주보다 더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진주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해 줘 눈물이 날 만큼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드디어 꿈이 이루어지는 날, 진주는 방송국에서 일일 쇼핑호스트로 변신, 홈쇼핑 진행을 체험하게 됐다. 그런데 진주가 착한 일을 많이 해서였을까. 평소 좋아하는 가수 빈이 진주와 함께 쇼핑호스트로 나온다고.
덕분에 진주의 기분은 지금 날아갈 듯하다. 방송 시작이 얼마 남지 않자, 다소 긴장한 듯한 아이. 혹시 오늘의 일정이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어디에도 그런 기색은 없다. 드디어 큐 사인이 떨어지고 진주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소개할 상품은 크리스마스 기념 특별세일 상품인 ‘디자이너 박’이 손수 디자인한 속옷 세트입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속옷을 여자친구에게 선물해 보세요. 아마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자! 여러분 시간이 없어요. 고민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방금 전 부끄러워하던 아이는 방송이 시작하자마자 마치 프로처럼 쇼핑호스트와 호흡을 척척 맞춘다. 또박또박 준비된 멘트를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구경나온 이들 모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점점 자신감이 붙는지 아이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이런 아이의 모습이 대견했는지 이날 함께 한 가수 전혜빈 씨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돈 주고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한 기분이에요. 평생 진주와 함께한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쇼핑호스트가 되는 소원을 마친 진주에게 ‘메이크어위시’는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진주에게 깜짝 파티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는 그토록 좋아하는 언니 전혜빈 씨와 기념촬영을 한 후 장소를 이동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터지는 폭죽. 조금 이르긴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풍채 좋은 산타가 진주의 사진이 담긴 예쁜 케익을 들고 있으니, 진짜 크리스마스가 아님 어떤가.

“진주야! 사랑해.”
오늘 진주는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아 연신 볼을 감싼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값진 경험을 안게 된 아이. 그리고 자신의 소원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하나 더 배워간다. 내일은 또 어떤 소원이 이루어질까.

멋진 사육사가 될 거예요!

“진민아~! 안녕! 만나서 반가워. 누나 누군지 알아?”
“네. 빈이요.”
또랑또랑한 여덟 살 진민이. TV에서만 보던 혜빈 씨가 눈앞에 나타나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떼지 못한다. 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또다시 ‘메이크어위시’가 떴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백혈병을 앓고 있는 진민이에게 동물과의 직접적 접촉은 어려운 상태다. 면역성이 없기 때문에 함께 살고 있던 강아지와도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했다. 아직도 강아지 얘기만 하면 눈물이 글썽일 정도라고.

진민이 엄마는 “강아지 때문에 진민이의 병이 더 악화될 거 같아 덜컥 겁이 났어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강아지였는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강아지가 없어진 걸 알고 어찌나 서글피 울던지. 아직도 진민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라고 전했다.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고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메이크어위시’는 고민 끝에 호텔 건물 내부를 동물체험 장소처럼 꾸미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을 오늘 진민이가 방문했다.

“우와~ 여기가 어디에요? 진짜 신기하다.”
비록 직접적으로 동물을 볼 수는 없지만 아이는 신이 난 표정이다. 휴학을 한 후로 동물에게 유난히 집착을 보이는 아이. 아마 건강하게 퇴원 해 드넓은 초원 위를 동물들과 뛰놀고 싶은 꿈을 꾸기 때문이 아닐까.

또랑또랑한 진민이. TV에서 보던 혜빈씨가 눈앞에 나타나자 부끄러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강아지, 원숭이, 고양이, 호랑이도요. 다 너무 예뻐요. 빨리 커서 이런 동물들하고 같이 살고 싶어요. TV에 나오는 동물농장은 꼭 보는데 나중에 커서 사육사가 될 거예요.”

이런 진민이가 대견스러운지 엄마는 옆에서 “평소 동물이라면 길을 가다가도 멈춰서 넋을 잃고 쳐다보고 쓰다듬느라 정신이 없어요. 한번은 강아지를 따라가다 집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어요. 네발 달린 동물이라면 자기 동생처럼 끔찍해 한다니까요”라며 건강했던 진민이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렸다.

한창 말썽을 부릴 나이에 병원에 있어야 하는 아이가 가슴 아픈 엄마. 어떻게 하면 진민이의 밝았던 웃음을 다시 찾아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닿아 기쁘기 그지없단다. 거기에 하나 더. 병원에만 있다보니 활동량이 줄어들어 살이 찐 진민이에게 의료용 러닝머신이 생겼으니, 새해엔 날씬 해질 진민이 생각에 엄마는 희망이란 녀석을 가슴에 품어본다.

그리고 그 다음 해, 또 그 다음 해에는 진민이가 건장한 사육사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넓은 초원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소원을 비는 작은 천사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마음이 먼저 성장하는 아이들. 투정부리고 떼를 써도 될 법한데 그 마저도 엄마 아빠에게 미안해 한다는 작은 천사들은 오늘도 창밖을 향해 소원을 빈다.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울지 않게 해달라고, 내일은 꼭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마음이 먼저 커버린 아이들에게 새해에는 새로운 ‘부활’의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소원일까. 꿈을 그리던 진주와 진민이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글·사진/박경미 기자

박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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