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오전 8시, 이른 아침인데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헬스장이 북적인다. 러닝머신을 비롯해 각종 트레이닝 도구가 힘차게 돌아가며 내는, 둔탁한 기계소리와 사람들의 가뿐 숨소리만이 들릴 뿐. 혈기왕성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가운데 헬스장 한복판에 하얀 수염이 성성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새하얀 면티 속에 울룩불룩한 근육을 숨기기에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일 정도다. 10kg쯤 돼 보이는 벤치프레스를 덥석 들고 운동하는  그더러 누가 노인이라 할까. 그러나 그 누구도 할아버지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 이곳에선 늘상 있는 광경인 듯하다.

나이는 뺄셈, 행복은 덧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던가. 이 말이 유독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74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원조 몸짱 할아버지 조해석 씨. 머리카락과 수염은 누가 봐도 백발 할아버지인데 몸매를 보아하니 20대 청년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王자 배에, 날렵한 몸놀림, 거기에 울룩불룩한 근육까지…. 지난 50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를 해 왔다는 그의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지난 세월동안 원조 몸짱답게 기초체력부터 다부지게 다졌단다. 그래서 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에겐 ‘몸짱’ 할아버지라는 수식어가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어릴 때부터 워낙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어요. 운동이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한 경험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했던 운동이 기초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그에게 첫 인연이었다. 그 당시 기계체조가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다른 운동의 폭을 넓히기 위해 보디빌더에 입문까지 했다고.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그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이 된 것이다.

그리고 삶의 일부가 된 운동으로 인해 그의 나이는 50년 전 그대로 멈췄다. 20대를 능가하는 육중한 체격도 한몫 하지만 검버섯 하나 없는 생기있는 피부, 새하얀 치아를 보면 어느 누구하나 그가 70 넘은 노인이라고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태능선수촌에서 실시한 체력 테스트에서 조씨는 20대 중반의 체력을 가진 것으로 입증됐다. 당시에 검진한 의사가 그 결과를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니 안봐도 알만하다.
꾸준히 보디빌딩을 해온 덕에 대한보디빌딩협회회원으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탄 전적도 화려하다. 몇 해전에는 미스터코리아 대회에 최고령자로 출전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환갑을 맞은 사람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입상을 하니, 당시 1등한 선수보다 더 주목을 받았어요. 사실 상을 타려고 나간 것은 아니였어요. 단지 내모습을 통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하지만 일석이조로 상까지 타게 되니 무지 기분좋은 일 아니겠어요.”

노인과 운동의 적절한 궁합이 신기했는지 대회 이후 각종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는 그를 찾기가 바빴다. 이렇게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인사가 되었는데도 그는, 아직 운동에 있어서라면 절대 게을리 하는 법이 없다. 현재 자택에서 헬스장까지 꼬박 2시간 이상을 도보로 오가고 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새벽 5시면 남산을 오르내리고 헬스장을 찾아 3시간의 운동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단다.

이런 그에게 요즘 건강을 부르짓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유명인사가 된 그는 하는 일도 전보다 많아져 하루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라고.
“기업체나 연수원에 초대되어 강의를 나가요. 사람들이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생각같아선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지도를 해주고 싶을 정도지요. 저를 그만큼 좋아해 주니 국민모두 운동마니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꿈을 꾼답니다.”

“건강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동안 많은 운동을 해왔지만 헬스만한 운동은 없다고 조씨는 거듭 강조한다.
“젊은 사람사이에서 ‘몸짱’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운동들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헬스만큼 좋은 운동은 없어요. 헬스는 모든 운동의 기초체력을 다져주기 때문이죠. 근력과 지구력이 생겨 자연스레 체력을 키워준답니다. 저도 50년간 꾸준히 했더니 자연스레 젊음과 건강이 뒤 따라 오더라고요.”

운동을 배우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바로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몸과 건강에 맞게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라는 것.
“너나없이 ‘몸짱’ 열풍이라 길가다 우연히 볼 수 있는 것이 헬스장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운동을 가르치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 허술한 헬스장이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죠. 무조건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몸과 건강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요. 과욕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본다는 말입니다.”

조씨는 요즘 들어 온 국민의 체력저하에 근심이 앞선다. 웰빙 이후에 건강이 화두로 떠올랐는데도 젊은 사람들은 통 운동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 걷는 것조차 싫어한다며 우려를 터트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약골이에요. 사는 게 바빠 늘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해요. 단순한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 만으로도 운동효과는 충분히 볼 수 있어요. 웰빙시대라고 건강식품이며 관련 상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다 소용없는 짓인걸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밥 잘 먹으면 그게 바로 최고의 보약이랍니다.”

요즘엔 자신이 다니는 헬스장에서 후배 보디빌더 육성에 한창이다. 또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져 각종 홈쇼핑의 광고모델을 해달라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생을 오로지 운동에만 관심이 있는 그인지라 이런 러브콜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런 그에게 요즘 운동만큼이나 빼먹지 않는 일이 생겼다. 바로 보육원이나 고아원 아이들을 방문해 개인지도를 해주는 일이다.
“아무래도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 건강 챙기기에 여념이 없지요. 하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스스로 챙겨야만 하는 상황이니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 자주 보육원에 방문하게 돼요.”

70이 넘는 나이에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조씨는 그들의 건강이 곧 미래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왔을 때, 건강 없는 사회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건강이 갖는 먼 미래의 시야까지도 게을리 하는 법이 없었다.    

마음과 삶을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운동!

평생을 운동과 동반했기에 운동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는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진정한 운동마니아라고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주위 시선을 위해 외모에만 신경 쓴다면 그거야 말로 수박 겉핥기식인 셈이죠. 그것이 저의 건강 유지 비결이기도 합니다.”

미스터코리아 대회에도 출전한 만큼 건강미를 자랑하는 조해석 씨.

우연한 기회로 운동을 시작한 조씨. 그의 인생에서 이제 운동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청량제 같은 존재이다.
그뿐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면서 건강한 체력과 정신건강까지 함께 얻기도 했다. 이렇게 운동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요즘 사람들만 만나면 남녀노소 운동하라고 극성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있죠. 일단 시작부터 해 보세요. 삶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니까요. 운동을 하면 건강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어요. 적절한 운동으로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고요. 장수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세요.”

이런 그의 열정과 부지런한 실천력이 현재의 몸짱 할아버지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진정한 ‘몸짱’이야말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 외형이 주는 이미지와 오장육부가 튼튼한 정신건강 지수도 겸비해야 진정한 ‘몸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운동이라면 뭐든지 배우고 싶어 하는 몸짱 할아버지 조해석 씨. 여든, 아니 아흔이 넘어도 그의 건강한 은빛인생에 은퇴란 먼 이야기일 것 같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운동에 목이 마르니 말이다.

글·사진/박경미 기자   

박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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